[스크랩] 부산역전 소묘(이팝나무 꽃이 피었다우)
어젯밤에 비가 많이 왔었죠... 전 엉뚱한 걱정을 좀 했드랬습니다.
왜냐면 부산역 지하도 입구에 피어 있는 '이팝나무꽃' 이 걱정이었습니다. 욘석들이 비바람에 혹시 떨어지지 않았는지...
가지는 꺾이지 않았는지~ 오늘 아침 날씨도 화창해서 부리나케 달려 나갔더니 용케 바람에 그 화려한 꽃잎을 휘날리고 있더군요!
덩달아 동백나무를 쳐다 보니 꽃들이 아직 반은 달려 있고 아랫쪽엔 비바람에 떨어져 더러워진 동백꽃 시체...
문득 새소리가 나기에 올려다 보니 이름모를 새 한 마리가 그곳에서 놀고 있더군요. 도심 한가운데에도 숲과 나무만 있으면
새가 깃들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 비둘기는 빼구요. -이 자식들은 죽이고 싶도록 미운 넘들입니다-
남의 창가에서 새끼를 치지 않나, 새벽마다 꾸루룩거려 단잠 깨우지요, 응가를 아무데나 흩뿌리지요...
ㅠㅠ 생긴건 얼마나 먹는지 저처럼 뚱뚱해서 잘 날지도 못하는게 욕심은 또 얼마나 많은지....
비둘기 미워!
이팝나무 꽃 피었다
- 김진경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툭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이팝나무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쌀밥을 닮았다고 해서, 또는 입하(立夏)를 즈음해서 꽃이 핀다하여 이팝나무입니다.
서양에선 이 꽃을 'Snow Flower' 라고 합니다. 꽃이 피면 온통 눈이 온 것처럼 하얘서요...
김해시 주촌면에 500년 수령의 이 나무가 있는데, 꽃이 지기 전에 한 번 다녀오고
싶네요 ^^* 근데, 저 혼자 가면 잼없잖아요? 상상해 보세요. 거대한 나무에 온통
하얀 꽃들을 단 풍경을... 으음! 마치 단정한 소복을 입은 여인네를 닮아서
(喪服? 아니죠...)
베싸메는 이팝나무꽃과 계란 프라이를 닮은 개망초 꽃을 가장 좋아한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