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2004/08~10) 28
8.30 월 맑음
어젯밤 폭우가 미친듯 퍼부었는데 아침엔 청명. 사진을 찍으러 서둘러 나섰는데 갑자기 몰려 온 안개 때문에 그냥 돌아 오다. 하릴없이 헤메다 체크아웃 준비. 이 지방 사람들 얘기로 몇일 동안은 메이리 쉐이샨은 보기 어렵단다. 야마모토가 호도협 간다기에 얼씨구나하고 이형도 동행할것을 권유. 이 자식이 치아터우(qia tou)를 자꾸 ‘키아터우’라고 하길래 얘길 해 줘도 막무가내, 결국은 버스표 사다가 창피를 당한다. ‘더친(De qing)을 ’데낑‘이라고 발음을 해서 웃음을 사더니, 이런 무식하고 고집통 일본놈은 첨이다.
어쨌건 이형과 나는 5일 후에 다리(大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리지앙행 침대 버스에 오르다.점심시간에 기사가 나더러 리지앙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종디엔에서 중파 표를 사 줄테니 그 차로 갈아타고 가란다. 그런데 종디엔에 오니 무지하게 비가 쏟아 지는지라 나나 저나 갈아 탈 엄두도 못 내고 그대로 리지앙을 향해 달린다. 야마모토, 이형 등을 치아토우에 내려 주고 한참을 가다가 저녁을 먹는데, 다시 기사가 리지앙 갈림길에서 택시를 타고 들어가란다. 그러마고 하고 한 시간 넘어 지체하고 나서 10km쯤 가니까 택시를 한 대 불러서 나더러 옮겨 타란다. 그런데 짐칸에서 꺼낸 내 배낭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온통 다 젖어서 형편이 없다. 다짜고짜 버스 앞을 가로막고는 기사 놈을 내리게 하니 놀라면서 내려온다. “임마, 니 멋대로 내 배낭 여기 싣더니 배낭 꼴을 봐라. 그냥 못간다 .모든게 다 젖었으니 세탁비 물어내라“는 내 요구에 한 동안 얼떨떨 하더니 돈을 못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너는 못간다고 버티니 내가 요구한 돈 20원은 너무하고 10원 줄테니 비켜 달란다. 사람들은 자꾸 모여 드는데 내가 씩씩거리며 떼를 쓰자 곤혹스런 얼굴로 여기서 리지앙까지 택시비도 20원인데 널 안테운거 보다 못하다고 제발 10원만 받고 비켜 달란다.
택시기사에게 물어 보니 여기가 ‘수쿠’라는 곳인데 리지앙까지 50km가 넘는다고 한다. 못이기는 척 버스가 가게 길을 비켜 주니 사람들이 한꺼번에 와그르르 웃는다. 나를 보내며 저마다 엄지를 내 보이고 손을 흔들어 준다. 겨우 리지앙 도착하니 벌써 12시. 유스호스텔에 여장을 풀고 나니 피곤하기가 이를데 없다. 방금 문 닫고 있는 가게에서 맥주 두 병을 사서 옥상에서 마시고 있는데, 젊은 일본녀석 하나가 맥주를 어디서 샀냐며 껄떡댄다. 눈 질끔 감고 한 병은 줘 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