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메 2013. 4. 5. 15:47

 

9/3 월 흐림

아침일찍부터 주인남자가 애들 깨우느라 부산하다. 여기서 하숙하는 서울 계집애 둘(1,3년)을 깨우느라 거의 7,8번은 들락거렸으리라. 오늘이 중국의 새학년이 시작되는데, 한국서 하던 버릇이 어디 갈까? 주인은 북경대 나왔다는데, 완벽한 안동 말씨.

애들은 다른곳으로 가고 나만 남아서 안마를 받기로 했다. 50원.2시간여의 맛사지. 특히 발을 집중적으로 하는데, 아프기까지 하다. 주인여자가 자기도 안마 받을거라며 빨리 밥을 먹잔다. 그런데... 드디어 사건이다. 설사가 슬슬 시작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창자가 비틀린다.

학교에서 애들이 돌아왔기에 약 없냐니까 중국 설사약과 몸살약을 준다.

윤도 정로환을 구해왔다. 계속 붓고 또 붓고... 뭘 먹은것도 없는데, 이상하다.

윤의 동생이 미리 끊어놓은 차표를 가지고 서역까지 산타나로 50원에 도착. 기차에 올랐는데, 배가 고픈데도 먹기도 싫고 아직도 계속 설사가 비치는데, 윤의 말에 의하면 원인이 안마 때문이란다. 제법 많이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겨우 12;15, 그도 깨어서 2시까지 얘길 나누다 잘려는데, 배는 고프고 먹지는 못하겠고 괴롭다.

 

9/4 화 맑음

윤은 사발면을 먹는데 난 그냥 옆에서 지켜보는 신세. 나 때문에 그도 끼니를 잇는게 부담스러운가 보다.새벽일찍 잠을 깨어 중국 대륙의 밝아오는 여명을 감상하는 것 조차 귀찮다.

8;30분까지도 이 친구는 깨질않고, 초코바를 억지로 하나 먹다.

9시경 그가 깨었는데, 나는 또 침대에 널부러지고, 그가 자면 내가 깨어서 책이나 뒤적인다.

같은 칸에 탄 46세의 중년, 23세의 인쇄청에 다니는 딸과 스촨 예술부에 입학하러 가는 아들과 함께인데, 자식자랑이 대단. 녀석보고 자기 악기를 가지고 와서 연주를 하라니 대롱이 많이 달린 팬 플룻같은 악기를 가지고 와서 연주를 하는데, 아코디언과 클라리넷을 섞어놓은 듯한 음색. 멋진 연주에 우리칸에 탔던 사람들의 박수 갈채. 꼬마 하나는 춤을 춘다.

저녁때가 되어서 식당칸에 밥을 먹으러 가다.잉어찜같은 요리 하나가 25원, 비싸다.

그런대로 먹을만. 음악 듣다 얘기 나누다 잠자리에 들다.


9/5 수 맑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내겐 새로운 고민거리 하나.

입술이 부르트고 있다. 설사로 호되게 고생한 흔적이리라. 여태 여행하면서 이런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드디어 열차는 산악지방을 내달린다.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의 8부능선쯤으로 기차가 달리는데, 경치가 압권이다. 절벽사이로 떨어지는 폭포하며...

곤명 도착시각이 네시쯤. 소문대로 운행시간이 많이 단축된 듯. 대리로 가는 차가 10시경에 있단다. 중국 사발면을 먹는데 윤이 스프를 모두 털어넣어서 나는 젓가락도 못댔다.

할 수 없이 쵸코바와 캔디로 한 끼 해결.승무원 아가씨와 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자기는 곤명에서 5일정도 쉬는데, 필요하다면 자기가 우리 투어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주소와 전화 번호를 건네 주는데, 알고보니 관광학교 학생이다. 아마 승무 실습중인 듯. 윤의 말에 의하면 이 경곤선이 제일 중요한 철로이고, 여기는 승무원들도 엘리뜨만 배치한단다.

하기야 거의 800원이나 하는, (그것도 잉워가)고급 기차이니... 몸매가 정말 늘씬하다.얼굴도 예쁘고.곤명 도착 후 대리차 탈때까지 6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사우나로 가기로 했는데 시설이 영 말이 아니다. 어쨌거나 땀을 좀 내고나니 몸이 한결 가뿐하다.

저녁은 위구르족의 꼬치집에서 해결.다리행 대합실엔 온통 여행객, 네덜란드 여자와 대화를 하는데, 윤이 나를 다시 보는 눈치. 그러나 그는 중국어를 잘 한다. (6개월 언어연수를 받았다 한다) 그들은 3주 동안 중국을 여행하고 베트남으로 간단다.

열차안에서도 그 여자가 수다를 자꾸 떠는바람에 질려서 침대로 피했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1시간이나 잤는지 모르겠다.


9/6 목 비오다 흐림

샤관에 도착하니 6시. 저마다 차를 타고 떠나는데, 택시를 물어보니 40원 달란다. 날강도같은넘. 다들 떠나고 난 후에 8번 차를 타고 대리 도착. 입술은 이제 최악이다.

부르튼데다 그게 아물지 않고 진물까지 난다. 넘버3에 여장을 풀고 샤워.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15원, 많이 비싸다. 쉬다가 유람선 요금을 물어보니 80원이란다.

가이드북엔 15원인데, 어떻게 된 걸까? 인터넷 까페에 가서 메일 확인하니 빙빙으로부터 메일. 성우,덕락,용환,효석에게 메일 발송. 박승철네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문이 닫혀있다. 문을 두드리니 그가 눈을 비비고 나오며 이젠 장사를 않는단다.

안됐다고 했더니 내일 태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여기서도 역시 자본력이 지배를 하는구나...

이따가 넘버3에서 만나기로 하고 홍벽사 탑으로 갔다가 백족 마을을 지나 오는데, 사람들 마다 우릴 신기한 듯 바라다 본다. 남문앞에 꼬치 파는데 가기로 하다. 쇠고기 꼬치밖에 없다는 말에 그냥 맥주 한 병. 윤은 가무잡잡하고 키가 땅딸한 이 백족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 듯. 넘버3에 오니 박승철이 와 있다.해물파전을 안주로 맥주, 광장엔 아직 꼬치구이 노점이 서질 않았다. 안사장의 코리아나에서 맥주 마시다 다시 광장으로 가서 곱창구이를 놓고 술판. 나중에 문사장 합류.박승철이가 안됐다. 장사하면서 한 달에 30만원씩 손해보는데, 가진 것 없는 그로선 도리가 없었겠지. 디스플러스 1갑씩 나눠주다.

따로 박승철에게 300원을 몰래 쥐여 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