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 수 맑음.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호주녀석은 체크아웃하고, 프랑스 애는 나와같이 송찬린스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하다. 녀석은 은행에 돈 찾으러 가고 나는 사발면으로 아침을 때우다.
돌아온 녀석의 표정이 영 아니다. 물어보니 중띠엔에선 외국인용 ATM기가 무용지물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리지앙가서 돈을 찾아야 된단다. 내일 티벳가기도 글렀다고 풀죽은 모습을 보니 안됐다. 여기서는 라싸행 비행기가 일 주일에 겨우 한 편이라는데...
저나 나나 중띠엔이 큰 도시로 알고 무작정 왔을 텐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혼자서 3번을 타고 송찬린스로 갔는데, 멀리서 보기보다 사원의 규모가 꽤 크다.
불당본전의 길이가 50m라니, 그 크기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게다가 수많은 부속건물이 있고, 마치 동네 하나가 모두 절인 것 같다.
다니다 보니 옆으로 그냥 들어가는곳도 있는데, 10원의 입장료가 아깝다.돌아오는 길은 그냥 걷기로 했다. 햇빛은 정말 따가울 정도로 강하다.파커를 입어서 약간 더웠지만 기분은 상쾌. 오던길에 티베탄 하나가 수염을 기르고 부츠를 신고는 내게 인사를 건넨다. 명함을 받아보니 아마 트래블 에이전시인 듯 하다.
시내에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송이버섯 집하장을 발견하고 들어가니 온갖 버섯이 많이 있는데, 정작 송이는 얼마 없다. 게다가 가격이 근당 200원이란다!
시골 사람이 가져온 등외품은 근당 20원이라는걸 15원에 깎아서 두 근을 사다.
산김에 소형 전기 곤로 하나와 컵을 하나 사다. 점심은 크림스프로 먹고 인근 공원으로 갓는데, 3원 주고 들어간 곳이 겨우 라마사원 2채,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지대가 높으니 전망은 좋다.멀리 송찬린스도 보이고...
내려와서 소학 애들이 공놀이 하는 것을 구경하다.모두들 입성은 초라하나 밝은 표정. 다리가 모두 길쭉하고 신체가 균형잡혔다.더 돌아 다니다 천성주점을 찾아 윤이 왔는지 확인 하니 없다. 메모를 맡기고 가져온 쇠고기 죽과 송이를 넣어서 끓였는데, 오, 천상의 맛!
송이 냄새가 온 방안을 맴돈다. 말레이 녀석 하나가 우리 방에 들었다.
저녁에 인터넷 까페에 들렀는데, 한글 불가란다. 호텔로 돌아오니 서양 애들이 수군거리는 얘길 들으니까, 비행기가 납치 되었는데, 미국 펜타곤과 WTC가 피해를 입고, 무역센터는 모두 무너졌단다. 비행기로 일부러 받았냐고 하니 그렇단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젠장, 또 살벌해지네. 한국경제 작살나게 생겼구만. 자기 전에 맥주나 한 잔 해야겠다.
9/13 목 맑음
일어나 보니 말레이 녀석은 체크 아웃. 어젯밤 맥주를 네병이나 마셨더니 머리가 아프다.
이놈의 맥주 도수가 12도 나 되니...10시까지 미적대다 나파하이까지 가기로 하다.
가이드북엔 분명 2번 타면 간다고 되어있는데, 2번마다 다 거기는 가지 않는단다.
푯말도 분명히 ·나파하이‘라고 써 놨는데.무조건 집어타고 보니 한참 동쪽으로 달리다 다시 내가 탔던 곳으로 되돌아 온다. 나보고 어디가느냐고 하길래, 나파하이 한 마디하고 미친척 버티니 운전사가 차장과 뭐라 뭐라 떠들더니 툴툴거리며 북쪽으로 향한다.
가만히 보니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나 혼자 뿐. 그래서 이것들이 돈되는 시내만 뱅뱅 돌았구나...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폭은 한 4km,길이는10km가 넘겠고...
권하길래 말을 탔는데, 30원 짜리가 2시간 탄다더니 웬걸, 30분이 안되서 내리란다.
나는 습지를 지나 건너편 마을까지 가고싶었는데, 순 사기다. 거기다 입장료도 10원을 냈다. 초원의 풍경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멋대로 땅을 헤집고 풀뜯는 돼지, 양 서껀하며.
애들은 모여서 풀밭위에서 카드놀이를 한다.
농경지에선 보리 걷이가 한창이고 감자도 수확하고 있다. 메밀도 키도 크고 보리는 이삭에 알갱이가 얼마 달려 있지 않다. 밭에서 사람들이 나보고 오란다. 나도 보리를 베어보는데, 우리의 낫과는 형태가 틀리다. 새참도 나눠 먹고 하니 마치 내가 30~40년전의 세월을 거슬러 온것같은 감회가 인다. 시내를 향하여 한 4km정도 걸으니 트럭 승합차가 온다. 5원으로 흥정을 하여 숙소로 와서 라면 하나먹고 공원을 찾아 나섰는데, 아무도 모른다.
많이 돌아다녀도 찾지 못해 결국 포기.밥을 2원주고 사서 깻잎장아찌와 저녁을 먹다.
집으로 전화를 하는데 아무리해도 걸리지 않는다. 지금쯤 많이 걱정할텐데...
방으로 오니 20대의 일본애들이 정신없이 퍼질러 자고 있다. 어제 리지앙으로 나갔던 프랑스녀석이 돌아왔는데, 연신 싱글벙글인데 이유가 토요일 라싸가는 비행기가 있단다.
나는 사흘이나 고소 적응도 됐는데, 다시 내려가야 한다. 윤에게선 소식이 일절 없다.
일단 리지앙 나갔다가 루구호로 가든지, 아니면 곤명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