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목 맑음
어제 위해에서 사업한다는 젊은이의 친구와 수인사를 나누다 보니 그도 강씨이다.
당장 나보고 말씀 낮추라며 형님이라고 부르겠단다. 그는 현재 직장에서 나와 놀고 있는데 기회가 닿으면 한국 몇 번 다녀서 복수 비자를 받아서 한국을 오가며 무역업이라도 하고 싶단다. 내가 성해 광장을 간다니 같이 따라 나서는걸 사양하고 16번 2층 버스로 성해광장으로 향하다. 이 광장이 얼마나 넓은지 사람 기죽이기 딱 알맞은 크기다.
중국 왕조를 상징하는 기념탑도 있고, 화강석으로 분수, 연못을 단장하고 드넓은 잔디밭...
바다쪽으로도 거대한 조형물이 서 있다. 한쪽 건물에선 아파트 분양 설명회를 하는데, 조선족 농악대도 나와서 분위기를 돋구고 있다. 그들은 모두 70은 되어 봄직한 노인들.
그나마 내가 보기에 한복이 아주 어색하다. 바닷가에는 3인승 자전거를 타는 사람, 마차를 타는 사람, 담소하는 연인... 중국답지않게 매우 한가로워 보인다.성해광장을 벗어나 전차로 여까지 나와서 다시 여순행 버스를 타다. 그런데 지도에도 나와있는 여순 감옥을 아무도 모른다. 도저히 찾을길이 없어 ‘만충동’을 보고 옆쪽의 박물관으로 갔는데 입장료가 39원이나 한다.콜렉션은 그저 그런데 2관 특별 전시실에서 일본화, 일본 도자기와 우리 도자기 전시실이 있다. 우리의 청,백자는 몇 점 되지도 않으면서 한쪽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반면 일본 도자기는 에도시대것부터 현대 작품가지 자못 화려하다.
점심도 굶은 채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중산광장까지 와서 집에 돌아 오니 한국사람 둘이 들어있다. 한 사람은 동북쪽에 물건을 파는 보따리상, 한 사람은 56세의 발전 설비 기술자 출신의 인천사람. 주인 남자는 한국에 약국을 하는 형님이 있고, 그의 누님이 김정일의 중학교 동창이란다. 이 사람은 또 한국에 꽤 우호적이다. 김 대중 정부가 북한 정권을 도와 주는게 매우 못마땅한 듯, ‘김정일 정권은 이대로 5년만 두면 저절로 붕괴되고 통일이 될텐데 김 대중이가 자기 개인ㄴ의 영달을 위해 무리수를 둔다“고 거품을 문다.
셋이서 38가의 꼬치집에 가서 맥주와 백주로 한 잔 씩들을 하고 와서 잠자리에 들다.
10/12 금 맑음
엊저녁 마신 술 탓인지 일어나니 10시가 넘었다.여행오고 이렇게 맘놓고 푹 자긴 처음있는 일이었으리라. 아침도 마다하고 길을 나섰는데 속이 많이 부대낀다.
물 한 병을 사서 마시며 평화광장에서 해방로 길을 걷는데 거리가 온통 러시아식 건물로 되어 있어서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부두로 찾아간다고 가는데 어쩌다 보니 조선소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경비에게 다른쪽 출구로 나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공장을 둘러 보니 조선 노동자의 절반은 여자이다. 이들이 용접도 하고 그라인딩도 한다. 한국 여자들이 과연 편하긴 편한 모양이다...
조선소를 나와 거리를 돌아보니 길가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서 파는 사람들이 많다.
가격을 물어보니 너무 터무니 없어서 그냥 돌아서려니 그럼 얼마면 사겠냐고 묻는다.
“부야오, 부야오” 부두로 가서 알아보니 연태로 가는 배는 여러 종류가 있다.48원짜리부터 450원까지 다양하기 이를데 없다. 연태로 가서 부산으로 바로 갈까 하다가 더 이상 배를 타기 싫어서 그냥 돌아서다. 또 몸살기를 느껴서 708번을 타고 중산광장까지 왔다가 인민광장 지하상가 구경. 온통 짝퉁물건 투성이. 다시 역전으로 나와 냉면을 시켰는데, 향채를 넣었다. 아깝지만 도저히 못먹겠다. 그것도 5원씩이나 하는걸...
민박집을 지나쳐 TV송신탑까지 왔는데, 알고보니 후문으로 돈도 안주고 들어왔다.
케이블카로 공원 아래까지 내려와 집으로 돌아와서 사우나를 찾으니 아파트 지하가 바로 거기. 6원을 주고 때를 밀고 맛사지를 받으려니 벌거벗은채 해야 한다기에 포기를 하다.
주인 남자가 술 한 잔 같이 하자는 걸 사양하고 일찌감치 자리에 눕다.
대련에선 화요일날 배가 있다고 한다. 그때까지 그냥 여기서 푹 쉬기로 한다.
10/13 토 맑음
9시 반쯤 진시탄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다. 우한로로 해서 노동공원을 거쳐 역전으로 가니 여행사 삐끼들이 185원을 부른다. 이걸 보고 바가지 요금이라는거지.
물어물어 시내버스 출발지를 찾으니 역 뒤의 로컬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한단다.
차비8원, 1시간 반 동안 계속 길을 달리는데, 시가지는 온통 뿌연 운무로 덮였다. 아울러 내 마음도 우울해지려는 기분이다. 정말 중국의 이 날씨는 질색이다...
빈관 앞에 내려서 공룡바위까지 4km쯤 해안도로를 따라 거다보니 도로가에서 여자들이 화석 부스러기를 파는데, 안산다고 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진시탄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도를 보면서 걷다보니 골프장으로 막혀있다. 진시탄 쪽을 쳐다보니 울산 정자해변보다 더 나을 것도 없어서 그냥 돌아가기로 하고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니 동네사람들이 한국사람인 나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어온다.
차를 타니 이게 개인이 운행하는 차인지, 행선지 표지판을 바꾸어 가면서 이리저리 제 멋대로 누빈다. 시내 도착하니 벌써 어스럼 저녁이다. 중산광장에서 하릴없이 운동하고 볼룸댄스 하는걸 구경하다 집에 돌아와서 주인 남자와 맥주를 나눠 마시다가 잠자리에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