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2005)

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 6

베싸메 2013. 4. 5. 16:18

3.30.수 맑음-달랏

고지대라도 햇살은 뜨겁다. 5시 반경 깨어서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나서, 초등학교 애들이 학교 가다 사먹는 땅콩 섞인 찹쌀밥 두 덩이를 사서 짜장에 비벼 먹다. 8시 20분경 투어 시작. 호주 가족4, 홍콩2, 이스라엘2, 스위스2, 가이드는 ‘외이’라고 하는 남자인데, 영어가 아주 유창하다.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니, 독학했단다...1,000m고지에 가서 달랏 전망을 보고 Prenn폭포를 본 후 점심. 플라워 가든, 여름 왕궁을 차례로 보다. 모두 그렇고 그런 곳. 호주 꼬마 애에게 기념으로 10원짜리 동전을 주었더니, 내 돈의 가치를 물어 보고는 자기도 5불짜리 동전을 준다. 홍콩 두 놈이 항상 말썽. 늘 정해진 시간보다 2~30분 늦게 온다.

모두들 “Where's Chinese?" 하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어도 그냥 싱글 벙글. 젊은 놈이 영어를 그렇게 못하는 홍콩 놈은 첨 봤다. 'Crazy House가 아주 재미있다. 마치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을 보는듯. 마지막으로 치킨 빌리지에 갔는데, 소수민족이 산다는데 마을이 몹시 가난하다. 남자가 애를 업고, 젖가슴이 크단다. 애들 꼬락서니도 너무 지저분하다.

오는길에 산불 난 것을 봤는데, 여기선 일부러 건기에 산불을 내어도 나무는 타지 않는단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오니 천둥 동반한 폭우. 비가 오니 몹시 춥다. 저녁은 삼겹살 조린 수프에 밥 한 공기. 사이공 맥주 하나. 생맥주집에 가서 1,500cc짜리 하나 시켰는데, 한 녀석이 같이 온 여자친구는 관심에도 없는듯 나랑 얘길 하잔다. 여자친구의 눈초리가 예사롭잖고, 귀찮아서 나와 버리다. 숙소에서 다시 맥주 두 병. 이러다 살빼기는 애시당초 그른거 같다.


3.31 목 맑음.-나트랑

체크아웃하면서 국수를 시켜서 먹었는데, 그놈의 팍취...더구나 가격이 7,000동이라는데, 10,000동을 받고 거슬러 줄 생각을 않는다. 내가 거스럼 돈을 요구하자. 메뉴판이 작년거래나? 아침부터 기분 잡쳤다. 호치민에서 같은 차를 타고온 잘난척 하던 베트나미즈가 너무 떠드는 바람에 오는 내내 휴지로 귀를 막았다. 나트랑에 도착해서 신카페 근처의 호텔을 7불에 해 주겠다는걸 마다하고 오신호텔까지 와서 방값을 물으니, 주인이 한국남자인데, 10불을 달란다.  기가 차서 도미토리로 달라고 하자 뭐 밟은 얼굴이다. 방에 들어서니 젊은 애가 하나 앉아 있는데, 놀랍게도 재작년 중국 여행 때 란저우, 장예에서 같은 방을 썼던 최용호가 아닌가?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그는 미얀마에서 돈이 떨어져서 ATM이 있는 베트남까지 하노이로 입국했단다. 그리고 내일은 호치민으로 간단다. 중국에서 샀다는 피리, 대금에 짐은 한가득. 저녁을 같이 하기로 하고 해변으로 가서 사진도 찍고 바람을 쐬다.

해변의 바람은 매우 시원. 그와 둘이서 길가에서 식사. 맥주도 곁들이다. 좀 더 어슬렁거리다 숙소로 오니 마침 그가 맥주를 사러 간단다. 내 것도 부탁을 했는데, 무려 20,000동을 주고 사 왔단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가게에 가서 병을 돌려주기로 하고 세 병을 더 사와서 같이 마시다. 나는 10.000동에 사왔는데, 그는 어디서 사 온 걸까? 내일 아일랜드 투어 후 밤차로 호이안으로 가기로 예약. 밤마다 퍼 마시는 그놈의 맥주...


4.1 금 밁음-나트랑~호이안

최용호를 깨워서 호치민으로 떠나 보내고 호텔에서 뷔페를 먹을까 하다가 그냥 아이스커피에 바게뜨로 때워 버리다. 어제 분명히 내가 신카페 사무실에 직접 온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나를 호텔까지 픽업하러 가서 날 한참 찾았다고 툴툴거린다. 젊은 한국인남녀 둘. 베트남어가 유창하다. 나트랑엔 현대 중공업도 있고 종업원도 꽤 많다고 하더니, 이들도 그 회사 사람들인가? 여자가 미인이다. 배를 타고 Mun섬에 갔는데, 스노클링 장비가 애들 장난감이다. 한국 애들이 같이 하자고 권하는 걸 사양하다. 두 번째 섬에서 점심 식사 및 플로팅 와인 파티를 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백미. 선원들이 밴드가 되고 가수가 되어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물위에 떠서 마시는 와인이라니... 환상, 익사이트, 원더풀!

세 번째 섬엔 그냥 휴양시설이 있을 뿐인데, 입장료가 5,000동, 자리 값이 2불이란다.

식당에서 시간이 될 때까지 아이스커피를 시켜 놓고 음악을 들으면서 뭉개다.

4시쯤 돌아오는 길에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길래 땀을 흘리며 쫓아가서 사진을 찍는데, 온 시내의 단체란 단체는 모두 동원되어서 행진을 한다. 해변엔 커다란 무대를 세워 놓고 공연준비중이다. 좋은 기회인데, 어쩌랴... 이 몸은 조금 있다 호이안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바닷물에 절여진 몸을 씻으려고 샤워장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이 없다. 100불을 환전 할려니 너무 많은 것 같아 ATM에서 500,000동을 인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