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2005)

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 8

베싸메 2013. 4. 5. 16:20

4.4 월 맑음 -라오바오~ 사바나켓

새벽 네 시 반에 종업원이 와서 문을 두드리며 일어나란다. 차는 다섯시 반에 간다고 했는데, 벌써 깨우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놈이 밥을 사먹으란다. 미워서 마지막 남은 15,000동으로 담배를 사는데, 어젯밤과 가격이 틀리다. 나를 태운 미니버스는 사람이 다 찰 때 까지 시내를 몇 바퀴나 돌아서 겨우 라오바오를 향해 출발을 한다.

살인적인 속도, 오금이 저리다. 가끔씩 공사중인 먼지투성이 도로를 지나치면 또 미치도록 밟고... 외국인은 나뿐이다. 뒷자리의 거지같은 놈들은 얼마나 떠드는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다른 오픈투어 버스는 직행인데, 이놈의 미니버스는 아무데나 차를 세워서 호객을 하고, 흥정을 하고, 그리고는 또 미친듯이 달리는게, 후회 막급이다.

국경에 도착하니 그놈의 환전상은 왜 그리도 많은지... 형편없는 환율을 제시하는데, 따라 붙는게 영 죽을 맛이다. 거기서 늦은 아침을 먹고 세 시가 다 되어서야 싸바나켓에 겨우 도착을 했는데, 게스트하우스의 방값이 무조건 5불이란다. 중국집에 가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외국인인 나를 보더니 25,000낍을 달란다. 내가 화를 내며 사장을 부르자, 얼굴색하나 안변하고 그냥 6,000낍만 내란다. 너무 피곤해서 샤워를 하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6시. 시장에 갔더니 이미 파장이다. 숙소에서 로비에 앉아 있던 예쁘장한 아가씨가 대뜸 나더러 같이 자잔다. 내가 돈이 없다고 하자, 원래 20불인데 10불만 달란다. 웃으며 거절을 하는데 진땀.

심심해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호텔서 일하는 애가 뛰어 다니는 백인 혼혈아를 가리키며, 미국사람과 사이에 난 애인데, 애비는 미국 가서 소식도 없고, 여자는 하도 못살아서 고향가고 지금 외삼촌이 키우고 있는데, 호텔 옆 식당에서 파티를 한단다. 옆 식당으로 가보니 정말 40여명쯤 먹고 마시고 떠들썩한데, 나를 반긴다. 사진 몇 커트 하고 나니 호스트가 와서 많이 먹고 많이 마시란다. 오늘의 주인공은 초컬릿을 한 바구니 안겨 주고... 라오스 여자들 자리에 합석을 했는데, 한 여자가 모두 싱글이라며, 오늘 두 사람 골라서 같이 자란다...너무 한꺼번에 마셨더니 삽시간에 취기가 올라 애에게 1불짜리와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주고는 피하듯 숙소로 와서 뻗어버리다.


4.5 화. 맑음-사바나켓~비엔티엔

8시반쯤 숙소를 나서 메콩강 쪽으로 가니 제법 큰 절이 나오고, 이미그레이션이 보인다. 그곳 승려들과 얘길 좀 나누다가 함께 사진을 찍다. 시장으로 갔는데, 규모가 매우 크다. 이 지방 공산품, 농산품이 모두 이곳에 집결하는 듯. 과일가게 쪽으로 가니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자세히 보니 엊저녁 술을 같이 마신 아주머니 둘이서 나란히 가게를 하고 있다. 대뜸 내게 망고스틴을 몇 개 쥐여 주며, 주위 사람들에게 엊저녁 얘길 하는 것 같다. 민망하기도 해서 손으로 바이 바이 시늉을 한 후 돌아 나오다.

10시10분에 타켁으로 가는 차가 있었는데, 아예 비엔티엔으로 가기로 하다.

45,000낍. 우연히 타켁으로 가는 한국인을 만나다. 그는 대구 사람인데, 회사를 관두고 비엔티엔에서 3개월째 살고 있단다. 늘 심심해 하다가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윗 지방까지 갔으나 입국을 거절당해 비엔티엔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란다. 동행이 있는걸 알았으면 나도 타켁으로 갈 걸... 뒷자리에 영어를 하는 여자가 앉았는데, 알고보니 라오션 어메리컨이다. 화장을 아주 짙게한 채 내게 말을 거는데, 25년 전 미국으로 탈출하였는데, 래브라스카주에 살고 있단다. 옆자리엔 중국인 부부. 늘 무언가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는데, 발전 설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내게 삼성 핸드폰을 보여 주면서 연시 ‘한궈 헌하오’ 란다. 알고 보니 옆의 여자는 라오스 현지처 인 듯. 그래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것 같았구나. 타켁에서 한국인은 내리고, 근 9시간 만에 비엔티엔에 왔다. 길가의 ‘서울가든’이란 간판을 보고 내렸는데, 1km를 거슬러 낑낑거리며 거슬러 왔는데, RD게스트 하우스는 정작 4km쯤 떨어진 곳에 있단다. 툭툭을 20,000낍에 흥정을 해서 RD에 도착하니 이형이 반갑게 맞는다. 메콩강변에 위치한 이곳은 바로 여행자 거리이며, 아침시장에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세계속의 한국인’이란 책을 집필하는 프리랜서 부부, 송 사장, 이형, 이렇게 다섯이서 맥주파티, 또 라오 위스키, 급기야는 옥상에서 새벽까지 어울려 술을 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