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2005)

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 13

베싸메 2013. 4. 5. 16:28

 

 

 

 

 

 

 

 

 

 

 

 

 

 

4.15 금. 맑음-방콕

9시경 잠을 깼는데 그때까지 모두 죽은 듯이 자고 있다. 일본 녀석 하나가 부스럭대면서 일어나는걸 보고 “호텔 갈래?” 했더니, 자기는 도미토리가 좋단다. 아침을 시켜 먹고 바로 호텔로 옮긴 후 핫 샤워를 즐기고 느긋하게 한 숨 더 자다. 돈이 좋긴 좋다. 그래봐야 우리 돈 만원인데...

밖으로 나서니 그동안 비가 왔었는지 많이 선선하다. 511번 타고 BIC_C슈퍼 갔다가 카오산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물세례. 이젠 짜증이 인다.

옷을 다시 빨고 싸남루앙으로 분수쑈 구경. 이어진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고 세븐 일레븐에서 사온 맥주와 과일을 안주로 하루를 접다.

 

 


 

4.16 토 맑음-방콕

 

오늘이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체크아웃을 하고 DDM에 짐을 맡기고 박물관으로 갔는데, 옛날과 별 다른 점이 없다. 점심을 먹으러 렉 하우스로 갔는데

거기서 칸차나부리에서 돌아 온 해옥 등을 만나다. 이 아가씨들은 구니의 말을 듣고 여기 사쿠라에 숙소를 정하려고 한다. 형편없는 방에 280밧이나 주고 묵을바엔 차라리 호텔 트리플이 훨씬 나을텐데, 어쨌건 재회 기념으로 내가 점심을 사 주고 치과에 스케일링을 하러 갔더니, 이것들은 아예 월요일까지 휴가란다... 할 짓이 없어서 배를 타고 논타부리에 갔다가 이발을 하고 마사지를 받으려니 공항버스를 놓질것 같다.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갔는데, 나리가 났다. 체크인 카운터에 갔더니 부산가는 비행기는 오늘 플라이트 스케쥴에 없단다. 내가 타이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 했다니까 그건 옛날 거라고 태연히 말한다. 화가 나서 티케팅 부스에 가서 예약자 명단을 체크해 보라고 했는데도 내 이름은 없고, 그러면 인천가는 비행기라도 태워 달라니 좌석이 없단다. 내일 아침 비행기표를 사서 인천으로 가고 부산행 표는 여행사에서 리펀드 받으란다... 오 마이 갓. 02시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을 보면서 난리가 아니다 싶어서 아시아나 사무실로 가 보았더니 태국인 여자 직원이 타이 항공으로 전화를 해 준다.  방법은 내일 인천 가는 비행기가 다섯 편이 있는데, 티케팅 매니저에게 가서 떼를 써 보라는 거다. 그것도 정 안되면 일단 표를 사서 한국가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공항 출국대합실에서 책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시간을 보내는데, 속은 타고, 공항안이 너무 추워서 옆자리 팔다친 미국여자에게 짐을 부탁하고 담배도 피우러 가고, 화장실 가서 샤워도 했다. 나중엔 아예 공항 경비대가 나를 알아보고 출구, 입구 상관없이 날 프리패스 시켜 준다. 새벽 다섯 시 반쯤 타이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문을 열길래 양복 말쑥하게 차려 입은 녀석에게 가서 “네가 티케팅 매니저냐?” 고 물어 보니 그렇단다. 불문곡직하고 내가 지금 급하게 한국 나가야 될 일이 있어서 어젯밤에 비행기를 타러 왔는데, 못 탔으니 제발 좀 태워 달라고 얘길 했더니 티켓을 보잔다. “미스터, 이건 유효기간이 지난 거잖아?” 내 설명은 “얘야, 지금 티켓 유효기간이 문제가 아니란다. 내가 한 달간의 휴가를 마치고 낼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오늘 비행기 못타면 난 짤린다. 그러니 니가 편리 좀 봐 다오...” 이런 사정을 들은 채 만 채 이 녀석이 사무실로 간다. 이제 내 가방은 카트에 실어둔 채로 녀석만 따라 다니며 플리이즈를 연발 했더니 아예 메인오피스로 가서 문을 잠궈 버린다. 이미 시간은 여섯시 반. 체크인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길래 ‘staff only'창구로 가서 티켓을 디밀며 “방금 니네 티케팅 매니저에게 얘길 했는데, 니가 나를 비행기에 태워줄 수 있다고 하더라. 시간 없으니 빨리 처리해 다오” 라고 했는데, 순순히 어디론가 전화 하더니, 지금은 안되고 스탠바이 했다가 좌석이 비면 태워 주겠다고 한다. 저만치서 티케팅매니저가 오고 있다가 날 보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도망을 간다. “ 얘, 너 참 미인이구나, 타이항공 스태프들 유니폼도 예쁘고 어쩌고...”하고 아양을 떨었더니, 비행기가 30분 연발이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다시는 타이항공 안탄다‘ 라는 말을 하지 말것과, 이 비행기는 대만 경유편 이라는 것. 그리고 인천서 부산가는 비행기 표를 요구 않으면 지금 보딩이 가능하단다. 내 처지에 뭘 가리겠는가? 슈어를 연발하고 기세 좋게 날개 앞쪽 자리까지 요구를 했더니 웃으면서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네 억지가 통한 것 같다”며 잘 돌아 가란다.

‘이제야 집에 가게 되었구나...’ 싶으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