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6 중국,동남아 배낭여행 2
4/7 토 맑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직도 키 큰 녀석은 들어오지 않고 작은 녀석은 꿈나라를 헤메는 중. 도연정 공원으로 산책. 중국인들의 잘 된 생활습관중 하나는 남녀노소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무었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혼자서, 때로는 어울려서 한다는 것.
볼룸댄스, 에어로빅, 디스코, 제기차기, 연날리기, 태극권, 검술 ,봉술, 마작, 장기, 민속음악... 모두들 스스럼이 없다. 누가 보건 말건 자기가 하고 싶은건 다 한다.
시멘트 바닥에 물로 붓글씨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의 행서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정말 훌륭하다.11;30분쯤 체크아웃을 하고 북경서역으로 향하다. 그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중국계 패스트푸드점서 라면을 먹다. 밀가루 사리가 입맛에 맞질 않고 게다가 향채까지...아까운 내 돈 5원! 오후 내내 입안에선 그놈의‘향채’ 냄새가 뱅뱅 돈다.
연화지 공원에 갔는데, 여기도 어김없이 공사중. 먼지투성이 벤치엔 앉을 수도 없고, 그들이 일하는걸 보고 있으려니 솜씨는 그만이다. 그리고 미장과 조적을 하는 일꾼들이 모두 즐겁게 일을 한다.
다시 서역 지하상가 구경으로 시간을 때운다. 지난 여름 밥 사먹은 매장에서 앉아서 책을 좀 보다. 탑승시간은 아직도 2시간여 남았는데, 밥을 시켜서 되도록이면 천천히 먹고 집에 부칠 엽서를 쓰다.
4/8 일 맑음.
어젯밤 중국인들과의 동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내 위층여자가 날 보더니 같이 카드게임을 하자고 하는데, 거절하고 구경을 하면서 그녀의 쭉 뻗은 다리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구경하는 여인네들 가슴 훔쳐보는 것도 도 하나의 즐거움. 게다가 음료와 과일도 나눠 주니 또 하나의 즐거움.
아침에 우창 도착, 택시로 마리네 집을 향해 가는데 거리가 만만찮다.
택시를 내려 주소를 들고 물으니 다들 모르겠단다. 하는 수 없이 3륜차를 타고 다시 이리 저리 헤메다 드디어 그녀의 집을 찾았다.
깨끗한 거실엔 29인치 TV와 오디오세트, 응접세트, 카펫 깔린 거실 바닥. 우리집 보다 훨씬 풍요로와 보인다.
내가 가기 전 그의 가족들은 오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내가 오길 잘 했다고 모두들 반긴다. 마리나 준걸이 말이 잘 통하자 않자 그들의 방으로 데려가서 컴퓨터를 켜고 영어로 내가 자판을 치면 그들이 사전을 열고 뜻을 아는 대화. 도저히 진도가 나질 않으니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늦은 아침을 먹고 호텔을 잡으러 가다. 징쯔호텔, 3성급 160원.
거기에 준걸의 여동생이 나와있다. 대학1년, 이제야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려나? 그런데 그게 아니다. 중3정도의 수준? 아예 전자 사전을 가지고 있다. 준걸을 닮아서인지 예쁘다.
먼저 항학루로 가다. 우한의 상징. 5층까지 올라가니 전망이 좋다
멀리 장강이 보이고, 우한 시내를 조망 할 수가 있었다.
이번엔 동호. 유람지행 자유버스티켓을 샀는데, 출발시간이 늦어서 택시로 가다. 과연 항주 서호, 우한 동호이다. 마리가 작년 서호에서 우리가 만났던 얘길 그녀의 시누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넓은 호수와 잘 가꾸어진 숲, 튜울립으로 뒤덮인 화원... 특히 양귀비 재배사와 대나무 정원이 인상적이다. 연못에서 가재도 낚아보고 즐거운 한 나절을 보내고 나서 나오는 길에 호북성 박물관으로 가다.
콜랙션이 다채롭진 못하지만 청동기 유물이 사람 기를 죽인다.
도대체 현대인들도 흉내 내지 못할 정교한 작품들을 기원전 몇세기에 만들었다니, 믿기지가 않을 정도이다. 점심을 먹으러 가니 한 무리의 가족이 날 반긴다. 20여명의 가족이 식당을 다 차지했다.
날 보기 위해 장의 가족과 마리의 친절 가족이 모두 나온 것.7열 몇가지 진기한 요리가 쉬임없이 나오는데, 어떤건 젓가락도 대질 않고 그냥 물리는것도 있고... 왁자지껄 정신없이 점심을 먹고 ‘귀원선사’란 절에 갔었는데, 여긴 장의 숙모가 근무하는 곳이라고 모두 공짜입장이다. 볼만한 것은 500나한상. 여기서 나에 해당되는 나한상을 마리가 가르쳐 준다. 그 앞에서 포즈를 잡고 한 커트.
이제 모두 지쳐서 쉬러 가자는 제의에 ‘왕푸징’이란 백화점에 갔었는데, 장과 마리가 여기서 일하다가 만나 결혼한 곳이란다. 내가 너무 그들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콜라 한 잔씩을 마신 후 호텔로 간다고 하자 그래도 되겠냐면서 이따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하는 걸 사양.
숙소로 와서 맥주3, 생수등을 사서 마시고 고단한 몸을 침대에 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