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1.4~6 중국,동남아 배낭여행

2001.4~6 중국,동남아 배낭여행 4

베싸메 2013. 4. 5. 16:46

 

4/13 화 -중국인들과의 대화

일어나자마자 사발면을 하나 먹은 후 뒷갑판으로 나갔다.

‘루샨’에 산다는 젊은이를 하나 만났는데, 스촨 대학에 다닌단다.

웃기는건 녀석의 영어 실력, 10시는 ‘ten time' 뭐 이런 식이다.

날씨는 점차 따뜻해지고, 버찌를 사서 주위의 중국인들과 나눠 먹다.

1근에 5원인데, 2원어치만 달라니까 1근에 2원 하자는 줄 알고 4원에 하잔다. 그냥 한 근을 사서 먹었는데, 이빨이 곱아서 하루 종일 단단한 것은 씹지도 못하겠다. 배가 정박 하길래 뭍으로 오르는데, 내가 ‘특별손님’인지 유독 나만 제지를 하지 않는다. 배에 올라타려는데, 저만치서 시골처녀 하나가 짐을 이고 메고 들고 오길래 다가가서 짐을 들어 주었더니, 모두들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원참...

완쥬(万州)라는곳에 내리는 아줌마와 꼬마, 그동안 친했다고 내게 분에 넘치는 인사를 건넨다.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앞 갚판쪽으로 가니 60대 노부부가 서있기에 강변에 자라는게 보리냐고 ‘麥‘자를 써 보이니 돌아온 대답은 ’小脈‘이란다.밀이란말은 우리와 같구나...

나더러 몇 살이냐고 묻길래 48세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20대 중반으로 봤단다. 나원참! 내가 모자를 벗으니 이젠 35세로 보인다며 웃는다.

점심은 배2개, 찐계란 2개로 때우다. TV를 보니 ‘이풍청’이란 관리가 그루지야, 카자흐스탄에 간 소식, 파룬궁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하길섭이 나더러 파룬궁을 아냐고 묻길래 피곤해서 그냥 모른 척 하다. 드디어 내일이면 4박5일간의 배 여행도 끝이 난다. 그런대로 재밌고의미 있는 여행이라고 자위하면서 오랜만의 핫 샤워.

강안 풍경도 정겨웠고, 손바닥만한 땅도 놀리지 않고 밀과 옥수수를 가꾸고, 경사도가 70%가 되어도 놀리는 땅이 없다. 그 속으로 꼬불거리며 난 길에다 강가의 자갈들(골재 채취업자가 봤으면 눈이 뒤집힐 듯),빨래하는 아낙, 천진한 아이들의 놀이, 웃음소리...

삼협댐이 완성되면 175m까지 수몰이 된다니 괜히 마음이 좀 그렇다.

어쩌면 이것 또한 개발논리에 밀린 자연파괴는 아닌지...

수몰지구민을 위한 아파트가 훨씬 위쪽에 깨끗하게 지어져 있다.

고향 떠나는 마음이야 한국 사람이건, 중국 사람이건 다를 바 있겠는가?

 

 

4/14 토 맑음-충칭

12시경 배에서 내려 충칭땅을 밟다. 멀리서 보니 꽤 큰 도시로 보였는데, 3원짜리 버스로 시내로 이동하면서 본 길가 풍경은 여느 장강변 도시처럼 비탈에 세워져 있다. 신기하리만큼 비탈에 축대를 쌓고 거기다 20여층짜리 건물을 세워 놓았다. 상해, 천진과 함께 직할시인 이곳의 인구 수준이야 역광장에 가득 늘어선 군상들을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만큼 복잡하다. 역전엔 작대기 하나에 밧줄을 감아 쥔 짐꾼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이 충칭 땅이 워낙 경사가 심해 손수레나 차로는 이동이 힘든곳이 많아서 그렇단다.

역전의 산성호텔로 가니 180원이란다. 어거지로 떼를 써서 100원에 체크인을 하고 나니 전화가 온다. ‘헬로우 키득키득, 알지못하는 중국어 �라�라...’ 리셉션이냐고 물어도 팅부동이 어쩌고, 끊으면 다시 오고... 리셉션에 내려가서 내게 전화했냐고 물으니 자기네 전화번호 적어달라는줄 알고, 돌 지경이다.

급기야 노크소리. 문을 열어보니 젊은 여자 둘이서 다짜고짜 들어오더니 안마가 어쩌고 한다. 아, 이것들이 계속 전화했구나.

당장 화를 내며 쫓아버리고, 샤워 후 나가서 집에 전화를 하고 버스 터미널로 가 보니 청뚜까지 76원. 버스는 네 시간 반이 걸리고 기차는 10시간 반이 걸린단다.  그냥 쿤밍까지 바로 가 버릴까? 여긴 특히 공기도 좋지 않고 몹시 지저분하다. 마리에게 편지를 써서 리셉션에 부쳐 줄 것을 부탁 1원. 저녁 먹고 나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와서 �라 거린다. 등기가 어쩌고 하는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몰라 영어로 하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자길 따라 오란다. 3층에 있는 공안실이란 문패가 보이고 그리로 따라 들어가니 ‘이 과장’이란 자가 영어로 좀 조사 받을게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내가 체크인 할 때 여권제시를 아니하였는데, 이게 걸린 모양이다. 한국인이라니까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며 그러냐고 반색을 하며 악수를 청한다. ‘리 장쑤’가 여기서도 통하네... 아무 문제없으니 가서 푹 쉬란다. 싱거운 놈들...

4/5 일 맑음

어제 맥주를 많이 마셨더니 9시까지 세상모르고 잤다. 슬금슬금 움지여 밥을 먹고 길을 나섰다. 남온천 간다고 길을 물어 보니 버스를 가르키길래 타고 나니 장강대교를 건너서 내리란다. 거기서 다시 차를 30여분 타고 가자 입장료 6원의 문패. 음식을 준비해서 끼리끼리 먹는사람, 카세트를 틀어놓고 춤을추는 여인들의 헤어스타일이 웃기다. 아마 소수 민족인 듯. 곳곳에 카드게임을 하고 배도 타고 한다. 후문을 등지고 폭포로 가는데 길이 너무 멀어 포기하고 선녀동으로 갔더니 또 문표 6원. 충칭제 10중학에 들어 갔더니 시멘트로 만든 탁구대가 이채롭다. 소,고 6년제인데, 시멘트 벽에 검은 페인트로 칠을 해서 흑판(게시판)을 만들어 놓았다. 다시 공원으로 들어와 정문을 나서니 케이블카가 보인다. 편도 12원짜릴 사서 오르니 코스가 굉장히 길다.  아래서 볼때는 그리 높은것 같지가 않았는데, 정상에서 또 다른 산으로 올라간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산딸기를 따먹는 사람, 데이트 하는 남녀도 보이고, 소나무가 매우 곧게 잘 자라고 있다.

정상에는 국민군과 공산당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기념탑이 높이 서 있고(천리장정때의 일인 듯) 장군, 저명인사들의 격문이 가득 붙어 있다.

내려 올때 봅스레이를 타는데, 익사이팅! 경사도 20%는 능히 되어 보이는 경사로를 시속 50km 정도의 속력으로 내려 간다. 안전장치란 아예 없고, ‘사고나면 다친사람 책임, 머리를 숙이시오’라는 주의 문구가 전부이다. 돌아 오는 길에 종점에 내려 해방공원을 갔는데, 그렇게 많은 인파는 난생 처음, 비로서 충칭이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이곳 인구가 1,400만이란다...

해방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한 백화점 앞의 퍼포먼스를 보는데, 신제품 소개 행사인듯. 댄서가 박진영의 ‘허니’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리 저리 쏘다니다 백화점에 갔더니 나이키, 리복등이 무지 비싸다. 운동화 900원, 빅토리 녹스 아미나이프 380원... 그래도 사람들은 끓고, 6층에 위치한 푸드코트에 가서 볶음밥 하나. 음식점 종업원 하나가 너무 예뻐서 자꾸만 눈이 간다. 밖에 나와서 걸을려니 땀이 비질 비질 난다. 중산병원(쑨원이 설립했다 한다), 비파산 공원, 인민 문화궁을 지나서 그만 돌아가기로 하는데, 지도를 봐도 도저히 감이 안잡힌다.

무작정 남쪽으로 가다가 높은곳으로 가서 보니 멀리 장강대교가 보이고 그 옆에 충칭역이 보인다. 서둘러 숙소에 가서 샤워를 하고 아예 쿤밍행 기차표를 사버리다. 청뚜, 어메이산을 가기는 너무 시간이 걸릴것 같다. 시간표를 보니 23시간 걸린단다... 어제 갔던 시장통에서 남자 하나가 만두를 하도 빠르게 빚길래 쳐다보고 있으니 아예 의자까지 내주며 구경하란다. 고마워서 3원 주고 14개(1근인 듯)를 사서 돌아오다. 평범한 부추 만두인데 의외로 담백하고 맛이 좋다.

4/16 화 맑음

어젯밤 쥐 때문에 잠을 설치고 나니 머리가 무겁다.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홍암촌으로 향하다. 8km정도 천천히 걸어서 홍암각에 가니 모택동,주은래등이 충칭에서 공산당활동을 하던 곳이라는데, 여기서 국공합작 회의도 열렸단다. 초국모의 집터와 그들 수뇌부의 집무실 등을 개방해 놓았다. 집무실은 그야말로 검소하기 짝이 없다. 한글로 쓴 방명록 중에 미국, 일본을 비방하며 한국정부를 파쇼집단이란 과격한 글도 있다. 버스로 조천문까지 왔는데, 공사중이라 들어가질 못한다. 상청사로 가던 중 인민궁을 지나는데, 그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 베이징의 천단을 모델로 한 듯. 천천히 걸어서 호텔 도착하니 12시 반. 점심을 먹고 짐을 찾으니 보관비 5원을 요구한다. 기차에 오르니 맨 끝칸. 어떤 뚱뚱한녀석이 올라 오자마자 큰소리로 모바일 통화를 하더니, 옷을 벗고는 대번 코를 골며 잠이 든다. 그놈의 코고는 소리... 중간 침대엔 신혼부부인 듯 한 젊은 남녀가 탔는데, 한 침대에 누워서 안고 키스하고 난리가 났다. 출발한지 2시간 만에 양쯔강을 따라 달리다 산골로 접어 든다. 밀이 익어가고, 논을 갈고, 바나나가 열린 전형적인 중국농촌 풍경.맥주 2병을 마시고 쿠키를 먹으며 앞사람의 신문을 보는데 홍명보 기사가 났다. 신문 주인이 한국인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 명함을 주면서 현대 엘리베이터 상해 지사의 마케팅 매니저란다. 아까 그 코골이 하던 중국 녀석이. 잠을 청하려는데, 이자식이 또 코를 곤다. 어젠 쥐 때문에, 오늘은 코골이 때문에 잠을 설친다. 화장실을 가다 보니 어떤 놈이 천연스럽게 통로에서 오줌을 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