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1.4~6 중국,동남아 배낭여행

2001.4~6 중국,동남아 배낭여행 5

베싸메 2013. 4. 5. 16:50

4/17 수 맑음

6시쯤 소란한 소리에 잠을 깼는데, 경찰이 와 있고 우리 칸 승객들의 짐 검사를 하고 있다. 아마 도난사건이 일어났나 보다. 한참 후 머리에 무스 바른 젊은 놈에게 차표와 신분증 검사를 하더니 다른 경찰이 와서 따귀를 올려 붙이고는 연행해 간다. 결국 기차가 도착 하기 1시간전쯤에 놈의 짐까지 압수해서 어디론가 끌려가고 만다. 젊은 부부가 신고한 모양으로 한동안 그 일로 떠들썩하다. 쿤밍에 가까워 질 수록 산세가 계림을 많이 닮았음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라오스의 방비엥의 경치 같기도 하고...다시 평지로 들어서는데 여기부터가 쿤밍이란다. 충칭의 하늘빛과는 사뭇 다른 색깔. 신선한 바람에  태양빛은 따갑지만 기분이 좋다. 역에 도착해서 달겨드는 삐끼들을 따돌리고 청년로를 물어서 Hump를 찾았다. 이스라엘 사람이 하는 게스트하우스. 베이징에서 얻은 정보이다. 체크인을 하는데 15원이 아니고 20원이란다. 모두 서양애들 일색. 그래도 깨끗하고 핫샤워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맘에 든다.아랫층은 바아다. 근처 신발가게에서 58원주고 가죽샌들을 사다.

수박 한 쪽과 옥수수 한 개로 점심해결.1원50전. 숙소로 돌아 오니 동양 여자애 하나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중국애인데, 이름은 이희곤, 빙빙으로 불러 달란다.자기도 혼자 왔는데, 석림, 대리를 같이 가잔다.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진비루로 나가 보니 광장에서 연을 날리고 산책을 하는데, 중국에서 이런 깨끗한 곳은 첨본다. 험프도 완전히 외관이 중국식이다.윗침대에 60대 서양 늙은이, 다른 사람들은 다 갖 군대 제대한 이스라엘 애들. 엽서를 써서 집과 친구들에게 부치다.

아래 바아에 내려 가서 칵테일과 맥주 한 잔.


4/18 수 맑음

아침 일찍 눈이 떠졌는데, 밖을 내다보니 하늘에 구름한 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을 보는 듯하다. 공원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근일 공원까지 갔다가 라오스 영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을 하고 오려 했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13~18일까지 지네 명절이라서 연휴란다. 지도의 글씨가 너무 작아 큰 지도를 샀는데도 돋보기 없인 읽을 수가 없다. 취호공원으로 갔으나 실망, 다시 동물원. 나무에다 분뇨를 그대로 거름을 주었는데 사람들은 그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밥을 먹고 있다. 길에서 파는 뽕나무 오디를 1원어치 사먹었는데, 손이고 입이고 온통 보라색.

3시쯤 숙소에 돌아오니 빙빙이 인사를 한다. 어젠 술마시다 친구집에 잤단다. 한 숨 자고 운남성 박물관에 갔는데, 문닫는 시간이 다 됐다고 입장 불가. 숙소로 오니 쥬이시 하나가 말을 건다. 중국여행을 혼자서 5개월째 하고 있단다. 길을 가다가 식당안을 들여다 보니 미역국에 볶음밥을 먹고 있다. 밥구경한지가 한참인지라 당장 가서 주문. 오이소배기, 다시마 무침도 있다... 오랜만에 배가 부르다.

숙소 와서 백주 한병과 콜라를 칵테일해서 마시고 잠을 청하다.

4/19 목 맑음

라오스 영사관에 가서 비자를 신청하는데, 나라마다 비자피가 틀리다. 한국은 360원, 일본은 440원 중국, 인도는 300원이다.차화빈관에서 직원에게 운남 민속촌 가는 길을 물어 보니 5번 타고 가다 진비루 가서 다시 73번을 타란다. 규모가 크고 매우 넓은데다 14개 소수 민족이 실제 생활을 하는 곳인데, 이따금씩 퍼포먼스도 벌이고 재미가 있다. 입장료는 45원. 좀 피곤하기에 미리 나와서 버스를 탔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  숙소에 와서 빙빙과 과교미선을 먹고 석림가는 차편을 알아 보니 입장료 포함 130원이란다. 그런데 옆에 있던 빡빡머리가 석림에 자기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거기 가면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단다. 희소식이다...험프에 딸린 4개 바에는 손님들이 넘쳐난다. 모두 외국여행자들과 친해지려는 현지인인 듯. 주로 젊은 여자애들이 일본, 서양애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4/20 금 맑음

어제 왕강이란 중국녀석이 석림 가자더니 나타나지도 않는다. 길을 걷기로 하고 지도를 들고 나섰다. 청춘로를 출발해서 동척로, 인민로, 북경로를 돌고 오니 13,700보를 걸었다.1시쯤 숙소에서 쥬이시 하나에게 물으니 지도를 보여주며 석림 공짜로 들어가는 루트를 설명해 주는데, 이해를 못하겠다. 운남성 박물관에 갔는데, 3층 민속의상 전시실에서 영어를 꽤 잘 하는 직원을 만나 운남성 전반에 대한 정보를 메모 할 수가 있었다. 나더러 여기까지 왔으면 다리, 리지앙은 꼭 다녀 가란다. 이러면 비자를 연장해야 되는데... 내일 일단 집에 전화를 하고 결정해얄것 같다. 과연 내일 석림갔다 와서 다리로 가 질지가 의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회족거리에서 양꼬치와 쇠고기 꼬치를 먹었는데, 고기가 좀 질긴것 같다. 시장 구경을 하고 숙소에 오니 광장에서 교향악단이 연주회를 한다.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과 루드밀라 와 루드밀란, 친숙한 곡들인데, 청중들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빙빙이 열시쯤 바에 춤추러 가자고 하는걸 흥미 없다며 맥주 한 병 마시고 쉬기로 하다.

 

4/21 토 맑음

밤새 퍼마시고 온 놈들은 다 새벽에 들어온 것 같다. 그래도 빙빙은 약속을 지키느라 8시에 일어나 이때부터 샤워, 화장, 젤리 바르고 난리다. 9시 반경 왕강이 와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미니버스를 세워 흥정해서 두당 13원. 운전사, 애, 마눌까지 차에 같이 태워 다니는걸 보니 개인의 차인 듯. 여자의 얼굴이 너무 피로한 것 같더니 결국 우릴 석림 입구에서 다른차로 갈아 태워 준다. 입구에서 왕의 친구를 만났는데, 경비 옷을 입었다. 휴학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는데, 녀석을 따라 옆길로 진입해서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의 코스로 돌기로 하다. 정말 조물두가 일부러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할것 같은 자연이 빚은 조화. 온갖 형상의 석회암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대석림을 보다가 배가 고파서 입구로 나오는데 왕강이 어디다 대고 전화를 하니 민속의상을 차려 입은 가이드가 하나 나온다. 그녀와 함께 근처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데, 아주 조신하고 미인이다. 왕강 말로는 자기 사촌이라는데, 이놈은 한족, 여자애는 이족. 말이 안된다. 요리를 한 상 그득히 받고 싫컷 먹고 나니 계산을 얘가 다 한다.  내가 미안해서 50원 정도를 내겠다고 했는데, 손님에게 그럴 수 없다며 노노노를 연발한다. 빙빙과 그녀는 어느새 친구가 되고 5시 반경 쿤밍으로 갈 차를 타고 가는데, 정류장까지 마차와 버스 중 어느걸 원하느냐고 묻는다.

마차를 타고 싶다고 하자 손수 마부에게 차비를 건넨다. 공짜 구경에 식사 대접. 게다가 차편까지... 22살의 이국소녀 조해연, 주소를 적어 달래서 연락하기로 약속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왕강에게 내가 입던 파커를 주니 너무 좋아한다. 에이전시에 다리가는 차비를 물어 보니 70원이라기에 표를 사고 그들이 태워주는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더니 침대버스에 날 태운다. 속았다. 이건 여기서 30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데... 외국인이 타니 모두들 신기해 하는 눈치. 완전히 동물원 원숭이 신세가 되었다.손님이 다 차지 않자 시트를 들어내고 오리 병아리를 꾸역꾸역 싣는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자다가 문득 눈을 뜨니 하늘 가득히 별이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