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6 중국,동남아 배낭여행 8
5/2 목 흐림
일어나자 마자 남은 중국돈을 환전하러 갔다. 은행에 갔더니 한자로 ‘상인’에게 가란다. 누굴 위해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차타는곳 가까이 가게에 들렀더니 자기가 바꿔 준단다. 1:1000K. 400원을 바꾸니 400.000킵이다. 작년 루앙프라방에서 칫솔 가격을 부르던 여자의 모습을 떠 올리니 웃음이 난다. 50,000킵을 불러 놓고 자기도 어이가 없어하던 표정. 차를 타고 차비를 주는데 다른라오와 중국인에겐 2원을 받는데 내겐 4원을 요구한다. 내가 마구 욕을 해대자 슬그머니 2,000킵을 내 준다. 도둑놈들... 중국인들이 날 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충입국은 의외로 간단히 끝이 났다. 중국인들은 국경통과 수수료가 2원이다. 우돔싸이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도대체 떠날 생각을 않는다. 승객이 다 차야 갈 모양. 차에 자리 잡은지 거의 두 시간 후에 출발.58km를 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꼬불거리는 산길을 얼마나 돌고돌고 내려왔는지, 속에서 욕지기가 인다. 곳곳에 화전을 일구는 모습. 겨우 손바닥만한 땅에 밭벼를 심은 풍경이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국경에서 같이 차를 타고 온 미국애송이들과 방을 얻고 밖으로 나와서 밥을 먹는데, 볶음밥 하나에 8,000킵이다. 미국애들은 맥주를 마시며 카드놀이, 나는 라오션들과 대화. 그들 인구는 5.600,000명, 국민소득 350$. 한국의 소읍 정도의 도시. 길을 면한 집들은 온통 장삿집에 영어 간판. 일제 픽업트럭에 버스는 국산 구형, 트럭은 기아 봉고. 대우 브로엄 살롱도 보인다. 오후에 세탁 후 동네 산책. 세팍타크로 경기 하는 못습이 이채롭다. 집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군 바나나를 파는 6세쯤 되어 보이는 소녀, 숙소에 돌아 오니 애송이들은 그새 사우나 하고 왔단다. 나는 마사지를 받기로 했는데, 20,000킵이다. 타이보다 더 비싼 가격. 밤에 시장통을 걷고 있는데, 촛불 좌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이 말을 걸어 온다. 일본애들. 꼬치 안주에 라오라오를 마시고 있는데, 같이 마시자기에 권커니 잣커니 하다 보니 한 병씩 마신 꼴. 숙소에 어떻게 돌아 왔는지 필름이 끊겼다.
5/3 금 비
아침에 일어 나니 온 머리가 지끈거린다. 국수로 해장을 하고 사우나로 가기로 했는데 도저히 찾질 못하겠다. 한 호텔로비에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 있길래 사우나 위치를 물으니, 날 화장실로 안내를 한다.
내가 타월을 들고 있으면서 목욕하는 몸짓을 했더니 샤워하러 온 줄 아는 모양. 아니라고 했더니 난감한 표정. 포기하고 아예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하다. 니나 게스트 하우스 옆의 집으로 갔는데, 받고 나니 30,000킵 이란다. 어째 어제보다 마사지 하는 품이 다르더라니... 여자가 하는 모양새를 봐서 밤에는 몸도 팔지 싶다.
숙소로 돌아 왔더니 그새 미국애들이 체크아웃을 해 버리고, 나 혼자 방을 쓰면 30,000킵 이란다. 싱글40,000킵 짜리로 짐을 옮기고 할 일이 없어 책을 읽으며 빈둥대다. 그나마 화장실, 샤워실이 방안에 다 있으니 편하다. 저녁때 ‘설’씨 성을 가진 한국아가씰 만나다. 군포 아가씬데, 나만큼 몸피가 풍만. 엊저녁 일본 애들을 만났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어제 거기서 보잔다. 아가씨도 같이 가기로 하다. 8시쯤 설과함께 어제 거기로 가니 녀석들이 없다. 둘이서 라오라오를 2/3병쯤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 돌아가는 길에 설이 같이 동행한다는 일본여자애 둘이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합석해서 한 잔 더하고 있는데, 일본애들이 내가 없더라며 카페로 왔다. 내일 그들은 보텐으로 가서 중국으로 넘어간단다. 중국정보를 좀 주고 잠자러 들어오다.
5/4 토 비
비오는 소리에 눈을 뜨니 6시. 다시 좀 더 눈을 붙이다. 비가 온다면 하루 더 여기 있어야 겠다고 작정하고 책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오전을 보내다. 시장에 가서 오이5개를 사서 고추장에 찍어먹고, 중국서 가져온 라면으로 아점. 3시 반경 비가 좀 긋길래 비행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다시 비가 쏟아진다. 원두막 같은 데로 가서 비를 피하려니 부실해서 안되겠다 싶었는데, 건너면 고상 가옥에서 여자애가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윗층에 올라가니 승복 입은 남자애 둘이서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하나는 팔에 문신을 새긴 18살, 하나는 23살의 비엔티엔 출신. 둘 다 복싱을 배웠다는데, 몸은 약해 뵌다. 체다에 가 봤냐길래 아니라니까 자기들이 안내해 주겠단다. 어느 큰 절로 갔는데, 30대부터 꼬마까지 승복입은 사람들이 내 주위로 우루루 모여 든다. 알고보니 두 녀석은 승가학교 학생들. 5년제란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는 내려 올려니 내 이메일 주소를 적어 달란다.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한 병 사고 라면도 샀다.
5/5 일 맑음
루앙남타 까지 120km오는데 다섯 시간이 걸렸다. 루앙남타에서 같이 내린 스위스남녀 4명이 나더러 퐁살리로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빨리 태국으로 가고 싶은 욕심에 사양하다. 세 번이나 이집 저집을 둘러 보다 결국 중국인이 하는 10,000킵 짜리 팬 없는 방에 들다. 또 시장구경에 동네구경. 그 외엔 할 일이 없다. 내일이라도 후에사이로 해서 태국으로 가고 싶은 맘뿐이다. 조용하면 좀 쉴 줄 알았는데 지레 짜증부터 날 정도로 해마다 물가는 오르고 사람들도 뺀질해 지는 것 같다.
3년 전에 첨 라오스에 왔을 땐 욕실 달린 팬 룸이 1불이었는데, 해마다 물가가 배로 뛰는 것 같다. 바나나 잎에 싼 찹쌀밥, 코코넛 가루를 입힌 찹쌀떡으로 요기를 하고 숙소로 오니 왜 팬이 안 도는지 이유를 알았다. 7시가 되어야 전기가 들어온단다. 날씨는 얼마나 뜨거운지 정신을 못 차리겠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돔사이와 7도정도의 기온차이를 보인다. 마당에서 레스토랑 일하는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영어를 하는 애가 다가오더니 3일짜리 정글 트레킹에 가자고 꼬신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재수 좋으면 야생코끼리나 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선은 더워서도 안되고, 내 발이 말이 아니라고 하자 순순히 물러 간다. 4시가 다 되어서 아래쪽으로 산책을 나섰는데, 무슨 길이 그늘 하나 없다. 길옆의 군부대 비슷한 곳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길래 구경하다가 음료도 사 마시는데, 영내 거주자의 관사가 초가로 되어 있고 막사도 초가. 강의실쯤 되는 곳은 골함석 지붕. 그래도 부대를 일반에게 개방하는 건 보기 좋아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망고스틴과 자두를 사다.
5/6 일 맑음
여섯시에 눈을 떴는데, 40분 후에 후에사이로 가는 차가 있다기에 서둘러 체크 아웃. 마침 차를 타러 온 아가씨 둘이 한국 애들이다. 서로 반가워서 난리가 났다. 서로 준비한 음식도 나눠 먹으며 얘길 들어 보니 북부 지방은 거의 다 훑고, 이젠 지겨워서 태국으로 나간단다.
문제는 차표를 사고도 남은 라오스 킵을 어떻게 쓰느냐는 문제. 시장에 가도 살 만한 물건도 없고, 담배와 필름을 사고도 돈이 많이 남는다. 차는 승객이 다 찰때까지 기다리다 10시에야 출발한다. 3시간 20분 연발. 서양애들과 이마에 답을 적어 붙이고 맞추는 스무고개 비슷한 게임을 하며 지겨운 버스여행을 견딘다. 중간엔 내가 점심을 거하게 샀다. 어차피 재환전도 안되는 돈은 갖고 있어야 짐이다. 18시나 되어서 국경에 도착했는데, 일과시간이 지났다고 오버차지 1불씩. 메콩강을 건너는데 배삯 5,000킵. 결국 다 썼다. 태국쪽 이미그레이션은 벌써 업무 마감. 내일 아침에 다시 받아야 한단다.1년만에 다시 찾은 Huay 게스트 하우스 아줌마가 날 반갑게 맞아 준다. 그동안 객실도 늘이고 더 깨끗해 졌다. 레스토랑엔 나, 순옥, 은희랑 찍은 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다. 아저씬 아줌마가 날마다 내 얘길 한다며 농담을 한다.
혜라ㄴ, 윤희가 저녁 산다고 시켰는데, 아줌마가 돼지고기 튀김과 과일을 한 접시 내 준다. 태국입성 기념파티를 즐기면서 밤은 깊어 간다.
5/7 월 맑음
치앙콩의 아침은 태국의 여느 아침처럼 강한 햇살로 시작된다.
이미그레이션에 스탬프를 받고 강가에서 사진을 찍다. 라오스쪽에선 벌써 사람들을 배로 부지런히 태국으로 실어 나른다. 아침을 먹은 후 윤희 혜란은 치앙센으로 떠나고, 다시 메콩강변으로 났다. 일 년전 보다 달라진게 없는 풍경. 산책로에 보도 블록을 깐것이 변했다면 변한 경치. 시내쪽은 새 건물이 많이 들어 섰다. 아줌마가 라오스 정보를 게스트북에 적어 달래서 그곳의 물가사정등을 꼼꼼히 적어 주다.
새사스럽게 작년에 적은 내 글도 다시 한 번 들추어 보다. 로비에 있는데 일본영감 하나가 인사를 건넨다. 자기는 징홍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는데, 루앙남타에서 날 봤다고 한다. 그런데 난 왜 그를 보지 못했지? 지금 치앙마이대학에 가는 길이라며 나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좋다고 대답. 나만큼 체인 스모커. 뭔가 통하는것 같다. 예의도 바르고... 차가 예정시각을 넘겨도 오질 않는다. 서양 애들이 치앙라이 가는 흥정을 하느라 늦어졌단다. 싸가지들... 미니버스를 타는데 아줌마가 가는 길에 마시라고 맥주 한 병과 물 한 병을 건네준다. 차 안에 ‘릴리‘라는 태국여자가 탔는데, 31살이며 여행사 매니저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더듬더듬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다. 8세된 딸과 함께 산다며 시간나면 들리라고 자기 명함을 준다. 그러면서 영어는 배우고 싶은데 돈은 없다고 우는 소리. 나더러 어쩌라고... 11시30분이 되어서야 치앙마이 도착했는데, 교수가 자기가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하루 재워 준다고 한다. 아줌마가 쥐여 준 명함을 기사에게 주니 전화를 해서 위치를 알려주자 바로 앞에 내려 준다.
5/8 화 맑음
아침에 정원으로 나가니 사장이 커피를 한 잔 타 준다. ‘이게 돈 받는 건가, 아님 공짠가’ 하다가 내가 주문하지 않았으므로 부담 없이 마시다. 타페문 못미처 식당에서 20밧 짜리 쌀국수를 하나 사 먹고 작년에 묵었던 VK게스트 하우스에 가보니 영감이 날 알아보고 어디 묵고 있냐고 묻는다. 치앙마이성을 한 바퀴 돌기로 작정하고 1~2시간 열심히 돌았는데, 만보계는 겨우 5,000여 보. 고장 났나 보다. 시계 줄도 땀에 삭아서 다 떨어 졌다. 릴리의 여행사에 가서 찬물을 얻어 마시고 트레킹에 대해 얘길 나누다 아무래도 발의 상처가 덧날까 걱정 되서 포기하기로 하니 그녀는 아쉬운 눈치. 대신 저녁에 만나서 식사를 같이 하기로.숙소 돌아오는 길에 절로 향하는 결혼식 행렬을 마나났는데, 장관이다. 밴드를 앞세우고 신랑의 카 퍼레이드. 친지, 친구들의 차가 뒤를 따른다. 절로 들어갔더니 얼음물을 나눠 주면서 나더러 들어가잔다. 사진을 좀 찍고 의식을 보다가 도중에 나와 버리다. 숙소에서 카오팟 . 샤워 후 좀 쉬다가 핑 리버로 가서 보트 트립. 크루즈는 400밧이나 한단다. 강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릴리를 만나 밥을 먹고 나이트 바자르로 가니 일본인 교수가 대뜸 나를 보더니 한 턱 내란다. 연유를 물으니 내가 중국CC TV에 나오는 걸 봤다고 한다. 나는 의식을 못했는데, 운남 민족촌에서 리쑤족 전통가옥을 살펴보고 있는 나를 카메라가 잡았나 보다. 어쨌든 출세했네... 릴리도 보채는 통에 맥주 3 병 그들의 민속공연을 보다가 돌아오려는데 릴리가 자기 집에 들렀다 가란다. 택시를 타고 갔는데, 조그마한 방 두 개에 세간도 별로 없고 딸도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길 하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다. 12시 반쯤 숙소로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