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중국광시일원 여행 2
12/28 수 흐림.
달력을 보니 오늘이 내 생일.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내 생일이랬더니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런데 민박집 여자가 날 위해 미역국을 끓여준다. 고맙기도 해라...
전화로 기차 시간을 물어 보니 정저우에서 구이린 가는 차는 역에서 직접 구입해야한단다.
칭다오 구시가지 뒷골목 배회, 사진을 찍다. 숙소로 돌아갔더니 모두들 날 기다리고 있다가 닭갈비집으로. 거기서 먹고 일부는 테이크아웃. 다른 사람들은 공항으로 가고 나와 선 부부만 남았다. 역으로 가기 전 주인여자에게 숙박비를 주려 하는데, 한사코 받질 않는다. 나이가 든 내 모양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날 위한 이른 저녁까지 차려 준다. 그들과의 아쉬운 이별. 나중에 이 신세는 꼭 갚아야겠다. 기차를 타고나니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감과 피로.
12/29 목 흐림
오랜만에 침대칸에서 잤다. 몸은 찌뿌둥. 옆 침대의 친구에게 물어 보니 정저우 도착시간이 11시15분이란다. 구이린행 표를 사고 한 시간여 남으니 딱 좋다. 기차시간을 물은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데, 중국인이 현철, 가요무대를 알고 한글도 읽을 줄 안다. 혼자 독학했다나. 한국 가요를 배우기 위해. 정저우 도착해서 구이린표를 구입. 류쓰 미시엔으로 점심. 난닝행 열차, 많이 후지고 실내가 춥다. 석탄으로 난방. 같은 침대칸 군인 하나와 노동자풍의 젊은이 셋, 날라리 같은 놈 하나. 신양역에서 계란 4개 3원. 커피를 마시니 이 친구들, 왜 차를 안마시고 커피를 마시냐고 한다. 글쎄? 중국판 가이드북의 글씨가 너무 작고 조잡해서 지도가 잘 안 보인다. 구이린 도착하면 큰 지도를 구입해야겠다.
12/30 금 흐림
어제 낮잠을 자고 밤엔 잠이 안와서 뒤척였는데, 목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온다.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위도 계속 아파 오는 게 칭다오에서의 과음이 이제야 증상으로 나타나는 걸까? 북역에 내리려는데, 옆자리의 뚱뚱한 친구가 무슨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네준다. 바로 양수오행 버스로. 뱀부에서 40원방, 도미토리 20원, 트윈을 30원에 얻고 샤워. 시지에 어슬렁 거리며 분위기 파악. 연말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다. 저녁은 볶음두부로 먹고 야경을 찍으러 나섰다가 춥길래 방에서 휴식.
12/31 일 맑음
아침먹고 자전거를 빌려서 바이샤, 진룽, 위롱교를 거쳐 유유자적. 로컬레스토랑 프라이 얹은 허판. 이강강변을 따라서 이리 저리 쏘다니다 숙소로. 윈드브레이커 를 하나 구입 130원. 추우니 별 수 없다. 숙소 일하는 여자애가 불꽃놀이 구경을 가잔다. 160원이란 말에 차라리 나랑 술이나 마시자고 해서 카페로. 술 몇 잔이 들어가자 또 위통. 그렇다고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순 없잖은가? 나선 김에 강변으로 나가 줄리엣 그레꼬의 샹송을 듣다. 10시경 숙소로 돌아오니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여자하나가 내 영어발음이 너무 좋으니, 여기서 영어선생을 하는게 어떠냔다. 함께 있는 서양인들도 양수오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한단다. 월 2,000원 준단다. 자기는 류저우에서 학교선생을 하다가 이곳으로 돈 벌러 왔는데, 여기가 대우 면에서나, 살기에도 최고란다. 어떻게 보면 날 의식하고 프러포즈를 하는 듯도 한데, 내가 마음이 없다. 2005년의 마지막 밤, 시지에로 가서 바에서 맥주 1병.
뱀부 앞에서 한국 애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기에 합류, 남녀 커플 하나, 삼십대의 중년, 그리고 남학생 하나. 결국 2차까지. 모두 동남아 방면 여행엔 이력이 있는 사람들 같다.
1/1 월 맑음
새해 첫날을 10시에 일어나는 걸로 시작. 12시경 계림으로 나가 쯔유엔행 고속버스. 24원.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아주 높은 고갯길을 뱅뱅 돌면서 올라가는데, 급기야 옆에 앉은 아가씨 토하기 시작한다. 냄새에 나도 속이 메슥거린다.4시 반경 쯔유엔 도착. 방을 알아보니 50원. 비싸서 옆집에서 영수증 안 받는 조건으로 40원에 들다. 도시 옆으로 강이 조용히 흐르고 관광지로 개발이 한창인 이곳, 외곽은 몰라도 그저 그런 곳. 긴 풍우교가 강을 가로 지르는데, 멋지게 기와도 올리고 밤에 조명도 한다. 내일 천문산에나 가나 생각중. 5층에 묵는 여자가 내게 80원이란다. 뭐가 80원인지, 물으니 배시시 웃으며 남녀상열지사의 제스처를 취한다. 난 그런 거 할 줄 모른다고 정중히 사양. 내 방을 봐도 돼냐며 따라 오길래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했더니 도사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