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4, 중국 귀주, 홍콩, 마카오

4젠슈이(建水)를 거쳐 위엔양(遠陽)으로

베싸메 2013. 4. 8. 10:02

 

1/17 토 맑음

아침부터 매우 시끄럽다. 아예 자릴 털고 일어나 단산으로. 승합차인데 가다가 도랑에 빠져서 다른 차로 옮겨 태워준다. 황룡사 지나 한참을 가는데 승객은 나 하나 달랑.

차에 내려 고속도로를 건너고 들을 가로질러 단산 도착. 문표10원 주니 아줌마들이 가이드 필요하냐며 접근을 한다. 사양을 하고 먼저 張氏故居로 갔는데 대저택이다. 집이 너무 낡고 여러 가구가 사는데, 아마 문혁 후 서민들이 들어 온 것 같다. 밥을 먹고 있는 집을 힐끗거리니 같이 밥을 먹잔다. 미소로 사양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가니 어떤 할머니가 바나나를 나눠 주며 전족신발미니어처를 사라고 하는데, 돈이 없다니 한국돈이라도 달란다. 2,000원을 드리고 청나라황제에게 휘호를 받은 저택 등 여러 건물들을 봤는데, 그런 유산을 지켜내지 못하는 그들이 측은했다.

점심식사 후 시내로 나와 문묘. 말 그대로 공자를 모신 사당인데, 여기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 듯. 후문으로 젠슈이1중학으로 들어가서 이곳 저곳을 보다.

 

 

 

 

1/18 일 맑음

미시엔으로 아침을 먹고 위엔양행 차를 타러 가다. 매표구에선 차에서 차비를 내라는데, 차에선 매표구로 가서 차표를 사 오란다... 차에서 내려 오니 다른차 기사가 자기차를 타고 가자며 표를 나대신 사 준다. 날 운전석 옆에 앉게하고 10대 후반의 두 여자애를 보닛에 앉히고 출발. 가다가 차를 세우고 안세우고는 기사 맘. 아가씨가 세우면 태워주고 노인이 세우면 지나친다. 옆의 여자애들과는 끊임없는 수작질에 조수녀석까지 수다에 끼어 든다.

여자애들이 많은 돈을 갖고 있다. 멘파오나 과일도 한 번 베어 먹다가는 창밖으로 휙 던져 버리고 도대체 개념이 없다. 순전히 돌로 이루어진 산 하나를 넘고 거의 1,000m나 되는 높이를 내려 오니 이번엔 끝없이 펼쳐진 유채밭과 짙푸른 숲.멀리 홍허가 붉은 색을 띠며 흐르고 이제야 난샤(신 웬양) 시내가 보인다. 교통빈관에 숙소를 정하고, (그것도 표준방으로) 시내구경. 시골에서 나온 하니족 여자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장을 보는데 너무 이채롭다.

숙소로 오니 예쁘장한 복무원이 지가는 태족인데, 바로 아래에 태족마을이 있으니 구경을 가란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태족 마을로 갔는데, 이곳은 다른 곳과 건물형태부터 사뭇 다르다. 10대 후만의 남자아이가 나더러 동네 안내를 자청하고 나서더니 담배를 척 권하고는 자기도 한 대 꼬나문다. 음력설이 다가 오니 돼지도 잡고 촌장집에 축제를 하니 그곳으로 가잔다. 촌장집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상 그득 차려 놓고 먹자판이 무르익어 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대낮부터 한잔씩들 했나 보다. 아이가 날 소개하고 촌장옆 특석(?)에 앉아 주는대로 술을 넙죽 넙죽 받아 마시고 나니 나도 덩달아 취기가 오른다. 이제 가야겠다고 하니 서운해 하는 눈치. 50원짜리 하날 던져두고 숙소로 오는데 이녀석이 내 방까지 들어오려한다. 복무원이 보더니 녀석을 내쫓아 버린다.

한숨자고 길로 나서서 강을 따라 가다가 놀이터에 있으려니 눈매가 고운 여자애 하나가 나보고 풍선검을 하나 주고선 부리나케 달아난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스페인과 독일서 왔다는 두 커플을 만나 내일 제전으로 가는 팁을 물으니 둘 다 횡설 수설이다. 약을 먹었나?

아님 대마초를 피웠나...

 

 

1/19 월 안개

아침에 잠을 깨서 원양현행 버스를 타러 가다. 8시에 출발한 버스는 시내를 빙빙 돌다가 다시 터미널로. 승객이 다 차야 간다는 얘긴 줄은 나도 안다. 결국은 승객을 다 채우고서야 버스는 산비탈을 기어오른다. 7부 능선쯤 오르자 그때부터 짙은 안개. 시정거리는 5m도 안될 듯. 위엔양 도착후 려사에 들러 방값을 불으니 20원. 론리정보대로 초대소에 가니 빈방이 없어서 결국 그곳에 묵기로. 춥다. 온통 안개천지. 상여행렬이 지나가는데 폭죽이 요란하다. 시장이 섰는데, 여긴 남녀가 하나같이 전통복장. 사탕수수를 많이 팔고 설대목이라서 그런지 문에 붙이는 장식도 많이 산다. 이젠 숫제 부슬비까지 내리니 도대체 할 일이 없다.

그 안개 많다는 롱셍에 가서도 라이스테라스를 보고 천지도 짠 하고 내 눈앞에서 안개를 걷어 주었는데, 이곳에선 나를 위한 날씨가 아닌가 싶다. 바깥에 딸린 식당에 가서 맥주나 마시며 숯불에 몸을 녹이는 내 팔자여...

미시엔이 겨우 1원. 오후 3시쯤 잠시 볕이 나는 것 같아 제전쪽으로 갈 차비를 흥정하는데, 다시 안개. 이곳사람들 말로는 요 며칠간은 해를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그럼 여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 내일 날 밝는대로 떠나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