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카오,광저우에서 구이린으로
2/12 목 맑음
옆방남녀가 내는 소리에 잠을 깨다. 이것들은 낮과 밤이 따로 없다. 헛기침으로 주의를 시키고 밖으로 나오다. 산안토니오성당까지 갔다가 포대까지, 나선김에 등대박물관. 그런데 오늘 휴관이란다. 다시 등대까지 와서 보니 옷이 흠뻑 젖어 있다.
시내 인포메이션 물어 보니 섬으로 가는 차가 22번이라기에 차를 기다리는데, 23A가 맞다고 누가 얘기한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영남중학이란 학교를 보니 좀 중국 스런 기분.
타이파섬으로 가서 버스에서 눈이 예쁜 홍콩아가씨를 만났는데, 자기는 한국에 두 번씩이나 다녀 왔다며 지금 한국은 매우 추울 것이란다. 영어도 잘하고 잘 웃는 그녀가 예쁘다. 나는 포르투가니스하우스 뮤지엄에 내리고, 그녀는 마카오 대학으로 간다니 좀 섭하다.
길옆의 허름한 사당에 관심을 가지니 할머니가 사진을 찍으라더니 돈을 시주하란다. 박물관 언덕에 포르투갈의 유명시인의 동상이 있었는데, 생화가 바쳐져 있다. 나야 시에는 워낙 무지하니 관심 밖. 돌아 오는 길에 한국식당 간판을 보고 내려서 볶음밥을 시켰는데,김치와 콩나물 무침이 같이 나오길래 다 먹고 나서 돈을 치르려 하자 반찬값과 서비스차지까지 계산서에 적어 왔다.사장을 불러 오라고 호통을 치자 인터폰으로 몇 마디 주고 받더니 볶음밥 값만 내란다. 이러니 한창 시간에 파리나 날리고 있지...
조금 걸어서 삼파묘를 보고 다시 시내로. 숙소에서 좀 쉬다가 해사박물관으로 포르투갈이 해양강국이었던게 괜한 이유는 아니라 생각이 들 정도로 컬렉션이 좋다. 마각묘로 갔다가 그레이하운드 경주장을 보고 오랜만에 베트남 쌀국수. 고기가 너무 질겼다. 민정총서건물을 보고 환하게 불이 켜진 곳을 가니 배구,농구,축구장에 사이클장이 한곳에 있는데, 더운 곳이니 밤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쇼핑스트리트 가니 비로서 마카오의 미인들이 여기에 다 모이는 것처럼 활기가 넘친다.
2/13 금 맑음
어젯밤 옆방남녀도 대단한 커플. 여자는 거의 비명을 질러 댔으니까... 여기 왜 이러지?
일어나자마자 바로 체크아웃.3번을 타고 국경으로 가니 무지 많은 사람. 다행히 외국인전용창구가 있어 쉽게 출국하는데, 마카오 달러는 홍콩달러와는 달리 재환전이 안된단다 이런~주하이로 나와서 일단 짐을 맡기며 환전을 부탁했더니 말도 안되는 환율로 바꿔준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주성이란 주하이 박물관에 갔다가 실망하고 관광버스로 봉황산. 4대명산 어쩌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냥 유람장, 바로 돌아 나오며 작은 공장밀집한 동네에서 우리의 70년대 여공차림의 애들과 함께 식사. 낯선 사람이 지들과 앉아 밥을 먹으니 신기한 모양. 길가 공중전화집을 발견하고 들어서서 전화신청을 하니 20살 소녀가 국제전화는 처음이라며 어디로 걸 거냐고 묻는다. 한국이라니 한국여자들이 너무 예쁘고 나도 멋쟁이라면서 친구하자더니 동생을 불러 함께 사진을 찍어 달랜다. 한국말을 배워 한국으로 가고 싶다던 이 친구 지금쯤은 뭘 하고 있는지...
99번 버스를 타고 구주항으로. 뜰채같은 그물을 내려서 고기잡는 모습, 낚시하는걸 구경하다가 짐을 찾아 광저우행 버스. 다시 동역까지 시내버스로 이동 하는데, 가방에 대한항공태그가 붙은 사내를 만나다. 울산 신정동 산다고 한다. 여기서 고향사람을 만나다니... 한국중국을 오가며 사업한다는데, 오랜만에 한국말로 대화하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 유스호스텔에 갔더니 2인실이 130원이란다.
밖에서 삐끼를 만나 빙관에 가서 60원으로 흥정을 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서 방을 못주겠단다. 한국인이 왜 중국말을 하냐는 주인여자 말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다시 택시로 이리 저리 방을 보다가 종내 철로변의 통통빈관이란 곳에 방을 얻다. 비행기 소음이 장난 아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회족들이 모여 사는 곳인 듯. 몸을 파는 여자조차 회족복장이다...
2/14 토 맑음
역으로 가서 표를 사려니 인산인해. 아예 엄두를 못내고 다시 오기로하고 주강으로. 파리의 세느강폭쯤 되는 나름 운치 있는 곳. 서양식 건물도 많고 새 빌딩들도 우뚝 우뚝 솟아 있다.유람선을 타러 갔으나 밤에만 운행한단다. 문화공원 갔다가 근처의 도매상가로 갔는데, 소상품들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근처의 골목은 동대문 시장 수준.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다.돌아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보다. 기사가 깨우기에 물어 보니 한참 지나쳤단다. 이런... 숙소 가서 계림행 버스표를 사고 싶다니까 복무원이 자기랑 함께 사러 가잔다.
2/15 일 맑음
8시가 되자 2층 복무원 아가씨가 퇴근 하니 함께 표를 사러 가자고 왔다. 리우화 터미널 가서 11시버스나 침대버스가 있는데 어느 걸 원하느냐고 묻기에 숙박비도 아낄 겸 침대버스를 산다고 했는데, 이게 고생의 시작이었다... 표를 사고 둘이서 적당한 스킨쉽도 즐기면서 아침도 먹고 이름모를 공원에도 갔었는데, 고향이 무한이고 지금 혼자서 지낸단다.
자기가 사는 집으로 가자기에 따라 나섰더니 조그마한 방에 단출한 살림.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하더니 차를 내 온다. 근데 이제 겨우 스물 한 살짜리 처녀애와 내가 이 짓을 해도 되는 건지. 가끔씩 자기 생각해 달라며 짐을 자기 집에 맡겨 두고 시간 보내다 오란다. 내가 함께 가길 원하니 자기는 지금 할 일이 있다며 집 열쇠를 건네주며 숨길 곳까지 가르켜 준다.
혼자 중산기념관을 갔다가 월수공원도 가고(전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서둘러 집에 갔더니 찐계란4개와 차음료 한 병, 그리고 메모지 한 장. “我愛你” 그리고 그녀의 주소... 이거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나도 몇 마디 고맙다는 메모를 남기고 열쇠를 숨긴 후 집을 나서다. 우여곡절 끝에 터미널 가서 차를 타니 우라질... 윗 층 침대다!
2/16 월 맑음
4시20분 계림에 도착했는데, 깜깜한 속에서 삐끼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멍한 정신으로 내려서 산지앙행 버스를 타려다 롱셍가는 버스를 집어 탔다. 아침을 먹고 식당아줌마를 따라 터미널 옆 려사로 가니 핫 샤워 딸린 싱글20원. 샤워 후 머핀과 커피 한 잔. 강가로 나가 옥색 물결을 감상. 나룻배가 한가롭다. 시내에서 사진전시회 하는 걸 보다가 안내하는아가씨로부터 롱셍팸플릿 하나 얻다. 은수동으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입장료가 50원이란다. 비싸서 나오려니 지금은 공연이 없어서 10원이란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엔 복사꽃이 피고 이리 저리 돌아 보고 있는데 동족전통복장의 사내가 혼자 온 나를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니까 볕바라기를 하고 있는 아가씨들을 불러 모아 노래를 들려 준다. 아마 이곳의 공연단인 모양이데, 목소리도 곱고 화음이 어우러져 참으로 듣기 좋다. 은수동을 나와서 강가로 가서 끌낚시하는 걸 구경하다가 다시 시내로. 점심을 먹고 온천풍경구로 가다.5원. 입장료10원의 온천. 물도 그렇고 시설도 지저분해서 바로 나와버리다. 삼림고원까지 갔더니 원숭이도 노니고 분위기는 있는데, 혼자 줄다리를 건너지 말고 다른 일행이 오면 트래킹을 하라기에 문표를 물러서 용의 혀 바위란 곳을 보다. 숙소로 와서 식당에서 저녁을 주문하는데, 나는 차오판(밥)을 주문했는데 아줌마는 차오펀(볶음국수)를 만들어 준다. 다시 밥을 가리키며 차.오.판. 이라고 말하니 이 국수는 어쩔거냐고 묻는다. 두가지를 다 치르기로 했는데, 밥을 먹으러 온 여자가 그걸 자기가 먹겠단다. 영어 유창한 사람인데, 롱띠 라이스테라스에서 관광가이드 하다가 와사풍(구안와사)으로 입이 돌아가서 지금은 쉬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