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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Bangkal

베싸메 2016. 7. 22. 15:40

방칼에 한글을  가르치러 가는 조카를 따라 나섰다.여행말년이 되니 날씨는 한없이 좋아진다.가다가 아침을 사먹고 방칼로 출발한다. 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조카는 수업하고 난 동네를 걸어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들어 오는 길을 거슬러 천천히 걷는데, 어떤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가며 "안녕하세요?" 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인사를 받으며 길을 가는데 다섯의 여인네들이 길가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나를 앉게하고는 아까 인사한 여자가 어떻게 필리핀에 왔냐느니, 필리핀 부인이 있냐느니 궁금해 한다. 혼자서 여행 왔다니 다들 놀라는 눈치. 이런데서 뭘 보러 오냐고 묻길래 지금처럼 당신네 같은 사람들과 수다 떠는 재미로 다닌다고 하자 와르르 웃는다. 한국말을 하는 여자는 이천에서 4년 동안 일을 하고 왔다고 한다. 하나는 그녀의 동생. 나머지 여자 셋까지 합쳐서 모두 과부 아니면 남자들이 도망 간 기구한(?) 운명의 여인들이다. 한 여자가 여기서 자기네들과 살면서 밤마다 교대로 찾아 오라는 농담에 나도 오랜만에 맘껏 웃었다.

이로서 이번 여행은 끝이 난다. 비록 조카네에 얹혀서 밥 얻어 먹고 잠도 얻어 잤지만, 오랜만에 해외로 나와서 콧구멍에 바람도 쐬였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지.... 9시쯤 조카와 클락으로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니 두 시간 반만에 공항 도착. 근데 시간이 너무 이르다.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조카를 억지로 보내고 체킁니을 하고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나니 여긴 북극이다! 에어컨을 얼마나 세게 틀어 놓았던지 긴팔을 입고도 덜덜 떨린다. 억지로 몸을 움츠리고 01시 40분 비행기를 탈때까지 조카에게서 얻은 '꾸뻬씨의 여행' 이란 책을 독파하고 비행기에 오르니 그새 참았던 한기가 스르르 풀리며 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