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간월산 계곡과 복합 웰컴센터
제 고향 언양에서 6km정도 떨어진 곳에 영남알프스 일원인 간월산으로 오르는 계곡이 있습니다. 간월재와 신불산 억새평원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지요.언제 부터인가 이곳에 '복합 웰컴센터' 라는 시설이 들어 섰는데, 카페도 있고, 영화관도 있으며 주로 영남알프스를 소개하는 공간과 국제규격의 인공 암장이 있습니다. 가끔씩 계곡에서 쉬다가 누가 찾아 오면 함께 카페로 갔었는데, 커피맛이야 그게 그건데 시설은 훌륭하더군요. 인공폭포도 있고, 방문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곳곳에 눈에 띄더군요.
일요일 오후, 너무 더워서 미니멀 백패킹 장비를 꾸려서 간월계곡으로 올랐습니다. 버스를 타고 나니 시원했었고, 계곡에 들어 서니 많은 사람들이 물에서,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는데, 얼결에 물에 들어갔다 나오니 입술이 새파래질 정도로 춥더군요.
이튿날, 언양 사는 친구가 부인과 함께 날 만나러 온다기에 뭘 대접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두 분이서 바리 바리 싸들고 온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커다란 오리 한 마리, 현미 찹쌀 한가득, 라면8개, 김치 두 포기, 상추, 깻잎, 배초향, 노각, 된장, 고추장, 양파, 감자, 장아찌 등.... 제가 놀라자 친구 부인이 "기왕 백수 되신 김에 한 열흘 푸욱 쉬다가 더위가 주춤하면 내려 가시이소" 이럽니다... 집에 있는 옆지기에게 전화를 해도 골짜기라 통화도 되질 않고, 셋이서 대낮부터 소주에 오리구이, 오리탕까지 배불리 먹고는 그들은 내려 갔습니다. 원래 제 계획은 1박 2일만 지내고 내려 가려 했는데, 이제 어쩔수 없더군요. 이게 제가 간월계곡에서 장기노숙9/0한 까닭입니다.
내려 가던 친구가 도로 박스에 뭘 담아 오더니 건네주고 가는 품목은 소주5병, 캔맥주 5개. 소주에 맥주 말아서 하루에 한 병씩만 마시랍니다. 고맙긴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나중에 만나서 제가 한 턱 쏘면 되겠죠? 제 옆지기에게 가자고 권해도 '난 그런데 안간다'가 돌아온 답. 전 하는 수 없이 오후에 혼자서 다시 그 계곡으로 가려구요. 그곳엔 아직도 제 텐트와 장비가 그대로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