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3 중국여행

중국여행27-두롱지앙(獨龍江)

베싸메 2005. 6. 7. 16:50

12/14 토 맑음

9시경에 박상서씨가 통역아이를 보내서 깨운다. 난 벌써 7시에 일어나 있었는데...

자기차(일제 랜드크루저)를 수배했는데, 지금 피엔마쪽에 있어서 어쩔수 없이 자재싣고 들어가는 더

블캡 트럭을 알아놨단다. 자재를 싣는동안 기다리는데, 국경 경비대장도, 우체국장도 모두 그에게 인

사를 건넨다. 그의 말로는 이런데서 사업을 할려면 기관장과의 친분관계는 필수란다.

이 트럭도 현장이 모텔을 짓는 자재를 싣고가는데, 웃기는건 현으로 오는 모든 보조금, 예산은 모두

현장 제 멋대로 쓰고, 그의차(토요타 지프)도 예산으로 사서 마누라나 자식들이 전용으로 쓴다고 한

다. 중국국경경비대장과 미얀마 수비대장은 서로 은밀한 거래를 하고, 천연기념물인 비자나무의 벌채

도 이들에겐 사욕을 채우는 수단에 불과하단거다(비자나무로 된 바둑판 하나가 우리돈으로 수백만원

을 호가한단다).

 

11시쯤 출발하는데 우리 이외에도 중국인 부부가 운전석에 타고 적재함에는 16~17살로 보이는 두롱

족 애들이 몇명 탔다.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상서씨를 보더니 경례를 척 하고 붙인다.산중계곡을 끼

고 차는 달리는데,내려다본 아래는 아찔 그 자체다. 길가엔 몇백년은 실히 되었을 나무들이 우거지

고, 가지엔 묵은 이끼가 치렁치렁 매달려 있는게 `이런걸 보고 밀림이라고 하는구나'하며 감탄한다.

꼭대기에 이르자 터널이 하나 나오는데,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넓이이다.

터널입구에 이르자 차를 세우고 운전사가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내려주길래 함께 내렸더니, 이

런 칼바람에 맹추위다. 산 군데군데에는 눈이 쌓여있고, 터널바닥도 온통 꽁꽁 얼어있다.



 

다른차 정비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기에 상서씨와 나는 좀 걸어서 내려가기로 하고 먼저 출발, 또
 그 예의 상서씨 마도로스 시절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그의 얘기는 정말 들을수록 맜있다.
특히 스페인이나 남미쪽에서의 노랑머리애들과의 연애담은 정말 실감이 난다.
10리 정도를 걸어가도 차는 오지않고 조금은 지쳐서 길에서 나무를 주워 불을피웠다.
고도계는 3700m.약간은 숨도 찬데 바람까지 거세니 불이라도 숲으로 옮겨붇을까 겅정이어서 얘길했더
니, 그의 명쾌한 해결책 "불나면 행님하고 내하고 사형당하면 돼지예..." 무시라.
길가 숲은 전나무, 참나무,소나무가 빽빽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중국은 지네 영토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미얀마쪽 관리들을 꼬셔서 그
쪽 품질좋은 나무를 벌채해서 한국이나 일본에 수출한다고 한다. 도둑놈들...
한참을 기다려 우리 차가 왔는데, 앞서가던 차가 얼음 구덩이에 빠져서 옴쭉달싹을 못하고 있다.
여러사람이 돌을 나르고 흙을 퍼서 겨우 빠져나와서 얼마를 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더 앞선차가 고
장이 나서 길 한복판에 퍼질러져 있다. 네대의 차가 오도가도 못하고 서 있어도 이런 일에는 익숙한
듯 어느누구하나 당황해 하거나 초조해 하는 사람이 없다. 단 두 사람의 이방인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나무를 해 오는가 싶더니 거기에다 기름을 끼얹고 즉석 캠프파이어가 벌어졌다.
젊은애들은 노랠 부르고 우리차에 있던 부부는 분위기에 취한 눈치로 소로 몸을 꼬옥 맞대고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 후에야 나타난다.
상서씨가 그 꼴을 보고는 한마디, "행님, 야들이 변변한오락거리가 없으니, 밤만되면 그걸 한대요.
 요 기스나 머스마들도 서로 마음만 통하면 숲이고 어디고 구석진데서..."
그 말에 대꾸하는 박의 말이 더 걸작. "어이, 후배-알고보니 그들은 같은 해군출신으로 박은 해군본
부에, 상서씨는 배를탔다고 했다. 기수가 박이 좀 빠른데, 그 이후로 이들은 서로를 선배, 후배라고
 불렀다-두롱지앙 가도 여자를 구할 수가 있나? 젊은애들 말야"
차 수리가 끝나고 비탈길을 허구허구 내려오니 돡시간이 새벽 1시.
잠자는 초대소 주인을 깨워 방에 들어서니 수상한 냄새. 랜턴을 켜던 박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
다.세상에~ 방 한가운데 염장처리된 100kg은 됌직한 돼지 한 마리가 터억하니 엎드려 있다.
여주인을 불러 이걸 좀 치워달라니까 남편이 사냥나가고 없어서 못치운단다.
결국 옆의 창고같은 방으로 옮겼는데, 판자로 막은 벽에서는 찬바람이 솔솔 새어들고, 온도계는 2도
를 가리키고 있다. 사발면과 맥주로 허기를 달래고 나니 상서씨가 여주인에게 양초를 있는대로 다 가
져오라고 한다.
알고보니 그만의 난방수단.열댓개의 양초를 다 켜놓으니 이제야 방에 온기가 좀 도는듯 하다.
이게 짚불에 몸 녹이는 거지신세지...
상서씨의 농담에 박은 손사래를 친다. "선배님, 지금주인여자 남편도 없는데, 소개시켜 드리까예?
그 방은 따뜻할낀데, 몸 한번 푸시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