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3 중국여행

중국여행14-닝랑(寧浪)으로

베싸메 2005. 6. 7. 17:16
11/29 금 맑음
자리에서 일어날려니 조금은 피곤한것 같고, 감기 기운도 느껴진다.
세차중인 반에게 엊저녁 좀 추웠다고 얘길 하는중에 콧물이 주르르~ 챙피, 부끄...
놀라면서 주방으로 달려가더니 뜨거운 차를 한컵 가득 갖다준다. 이 친구들은 글래스가 고급으로 쳐
 주나보다. 하마트면 뜨거워서 컵을 놓칠뻔 하다. 심부름 하는애는 보더니 깔깔거리고.
좀 있으려니 나보고 차를 타란다. 백미터도 안되는 서양식 레스토랑에 세우더니 수프와 에그프라이,
토스트에 야채 샐러드까지... 가만 생각해 보니 2년전에 아침에 내가 아침에 시켜 먹었던 그 레스토
랑에 그 메뉴다. 오, 감격! 그때도 내가 피곤하다며 이것들을 시켰는데,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내가
피곤할때 먹는 음식으로 알고있나부다.
사실은 숙소에서 주는 짜디짠 소시지에 소금에 몇년동안 절인 햄, 이상한 맛이 나는 산나물을 차마
 못먹어서 이것들을 시켰었는데. 약간의 미안함.

식사후 닝낭으로 출발하는데, 사람이 가득찼다.뒤엔 새깨돼지도 몇마리 싣고 나를 조수석에 태운다.
구비구비 산길을 돌면서 내려오는 곡예가 시작되자 아예 내다 볼 염두가 나질않아 잠을 청하다.
근데, 이 친구가 나를 자꾸만 깨우면서 말을 건넨다.
마치 자기의 노련한 운전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릴땐 *알이 다 오그러드는 
기분이다."얘야 제발 운전에만 신경 좀 써라.이 낭떠러지에서 구르면 너나 나나 뼈도 못추리겠다"
가까스로 평지에 내려오니 젊은 여자에게 노랠 시킨다. 첨엔 몇번 빼는것 같더니 노랠 시작하자 노래
가 끝이없다.
멜로디는 단순한데, 뜻이 있는 노래같아서 뭔 내용이냐고 물으니, 역시 남녀간에 주고 받는 사랑노래
란다. 레코더로 녹음을 하려니 모두 신기해 한다.

 

젊은녀석은 리플레이를 하자 이 조그만 레코드에 테잎은 어디있냐고 묻는다. 디지털이라고 설명해 주
봐야 이해 못할거고, 그냥 못들은체 하다.
네시간 조금더 걸려 닝낭에 도착. 자기 친구가 한다는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는데, 밥통을 보더
니 밥을 다시 하라고 호통이다.(일반적으로 이 사람들은 밥을 동남아 사람들처럼 냄비에 물을 붓고
 그냥 끓여서 매우 푸석푸석하다)그리고는 또다시 취조 아닌 취조.
`한국 사람들은 한 달에 얼마를 버나, 차는 집집마다 한 대씩 갖고있나, 보이스레코더에 녹음한거 들
려줘라, CDP한번 보자...'
요는 자기 친구가 한국에서 왔다는걸 친구에게 자랑하는거겠지.
민망해서 식당밖으로 나오니, 신발가게 앞에서 안창을 뜨고있는 여자에게로 가서 어떤게 예쁘냐고 하
더니 덥석 집어 들고는 선물이라면서 준다. 그리고는 신발 안에 깔면 그만이란다.
베로된 신발 깔창에 원색 실로 아라베스크한 무늬를 새겼는데, 정말 예쁘긴 하지만, 내게 이게 뭔 소
용이람. 그렇다고 필요없다 거절할려니 미안하고, 웃으면서 그걸 받아 넣다.
그 여자가 뭐라고 하는데도 그냥 손을 흔들며 빠빠이 하고는 그만이다. 이래도 되나?
야채국과 몇가지 요리로 배를 채우고 저 멀리 개울건너 까마득한 사원을 가리키며 거길 가잔다.
얘가 또 버스운행을 하지않을 모양이다.루구후엔 언제 갈거냐니까 내일 아침에 가면 된단다.
방을 잡지말고 자기집에가서 자면 맛있는 식사도 차려준다고 하는데, 괜히 부담이 간다.
험한 길을 돌아서 가가스로 찾아간 라마 사원은 덩지만 컸지 별 특징이 없다. 그래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기어코 탑까지 올라가 보니 멀리 닝낭 시내가 그대로 한 눈에 들어 온다.

시내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싶다니까 비누와 타월을 사서 나를 넣어주고는 자기는 차를 손봐야겠다
며 가버린다.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
목욕탕이란게 샤워꼭지 댓개 달려있고 뜨거운 물이 쫄쫄 황소 오줌마냥 나오다 말다...
샤워 마치고 거진 30분이나 기다렸더니 그제야 나타나 벌써 끝났냐고 놀랜다.
"임마, 나는 30분이나 기다렸단 말야..."
차엔 시장을 봤는지 여러가지 음식재료와 맥주가 실려있다.터미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그녀
의 집이 있었다.우으면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더니 대문을 살살 열고 차를 넣고 그녀의방으로
 올라갔다.
열평정도  크기의 방엔 침대 옷장등 가재도구가 있고, TV와 정수기, 화장대등이 여자의 방 답다.
돼지 갈비를 손질하다 생각이 난듯 새로 사온 커피병을 나에게 주더니 정수기 온수를 컵에 따라 준
다. 나땜에 자기에겐 소용없는걸 사게 만들었구나 생각이 드니 미안하기 이를데 없다.
나름대로 정성이 담긴 식사를 하는데, 이런, 또 오리구이...세병 사온 맥주를 지금은 한 병만 마시란
다. 알았어, 알았어, 더 마시라고 해도 배불러서 안되겠다...
밖에 기척이 나서 문을 여니 한 남자가 와 있다.집 주인이라는데 불쑥 들어 오더니 떡하니 앉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고는 한참 쏼라대다 돌아가고,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그날 밤 나는 생전 처음으로 흰자위만 남게 뒤집어 진 여자의 눈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