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3 중국여행

중국여행9-아농과의 하루

베싸메 2005. 6. 7. 17:22
 
11/24 일 흐림
엊저녁 1시경에 깨어서 4시까지 엎치락 뒤치락. 일어나니 8시30분. 9시쯤 아농이
찾아 오다. 감격적인 해후. 근데 내일 제남으로 출장이란다. 내년 3월까지 그곳에
있는다고 한다. 택시로 역에 기차표를 사러 가는데, 한 시도 나의손을 놓지않는다.
그런데 이건 뭔 말? 알고봤더니 그녀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어머닌 시골
고향에 있단다. 아파트도 알고 봤더니 직원 숙소란다.그래서 다른방에 침대가 많이
있었구나... 그녀를 병원에 보내고 나는 박물관으로 향했는데, 허구 허구 찾아갔더니
이전했단다. 아농을 다시 만나 보니 이녀석 그새 퍼머를 하고 왔다.내가 보기엔
생머리가 훨 나았는데, 웬지 낯설어 보인다.
 
그녀와 백화점에 가서 세일하는 부츠를 한 켤레 사 줬다.399원. 원 가격은
무려899원이란다!  녀석의 입이 함지박 만큼이나 벌어졌다. 이걸 신을때면 날 생각
하겠지... 그녀는 날 위해 잠옷을 한 벌 샀다. 차이나 스타일의 비단 옷. 얼마 주었냐고
 물어도 생글거리기만 할 뿐. 호텔로 돌아와 좀 쉬다가 7시에 렌허(人和)호텔에서 보기로 하다.
렌허 호텔앞까지 불러준 택시를 타고와서 내리니 그녀가 생글거리며 날 맞아준다.
오늘도 그녀의 집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정수기 물로 야채도 씻어서 오랜만에 신선한 
푸성귀도 먹고, 과일도 먹었는데, 그놈의 오리고기는 또 나온다."글쎄, 이게 남자에겐
최고라니까!" 그녀의 촉촉한 눈빛,내일이면 우린 헤어진다. 우린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를 찾는다.그녀의 나를 위하는 마음이 측은하리만치희생적이다. 

처음 만나 그녀를 의심한 내가 바보스러울 정도로...
11시쯤 그녀 집을 나서는데, 현관에서의 기인 입맞춤은 내 가슴 한 자락에
오래도록 남아 있으리라.

 

11/25 월, 흐리다 갬 어젯저녁 호텔로 돌아와서 그냥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신 맥주+백주=knock down. 일어나니 10시가 다 되었다. 알고 보니 8시쯤 아농이 전화했다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잠만 잤으니, 그녀의 맘이 어땠을까? 서둘러 샤워를 하고 짐을 맡긴 후 82번 버스로 무후사로 가다. 제갈량을 모신 사당답게 온통 촉나라 영웅들만 있고, 조조, 동탁 이런것들은 하나 없다. 유비의묘는 작은 동산이었는데, 묘소 위에 나무들이 제 멋대로 자라는것을 이해하기 힘들다.한국애들 셋을 만나다. 하난 일본서 왔다는데, 한국말 발음이 너무 어색. 우웩! 7시경 터미널 근처에서 훠구어를 같이 먹기로 했다. 천부광장의 쇼핑몰에 가서 필요한걸 몇개 챙기면서 보니 내 필름카메라 올림푸스 뮤2 가 겨우 12만원. 대학로 근처에서 세일하는 cd를 사다.3원씩 8장. 과자를 한 봉지 사서 걸으면서 먹었는데, 결국 점심 굶은걸 훠궈 먹으러 가서야 깨닫다.자리가 안나서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앉아서 먹는데, 그 전처럼 맛이 안난다. 역시 음식맛은 분위기 나름인듯. 역으로 서창행 기차를 타러간다. 성도에서 보낸 일주일 여가 내겐 꿈같은 세월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