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실크로드여행기(2003)

정저우,카이펑(鄭州,開封)

베싸메 2005. 6. 7. 17:34

 

 

10/27 일, 맑음 7시30분쯤 종업원녀석이 깨운다. 체크아웃 시각이 8시라나? 미련없이 털고 일어나 역 짐 보관소에 4원주고 배낭을 맡기는데, 영수증을 보니 3원이다. 도둑놈, 삥땅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황허로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결국은 `황허 유람구'로 가기로 하다. 세계4대 문명 발생지 황허, 이 물은 란저우에서도 보았지만, 정저우쯤에서 봐야지만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게 내 계산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정저우는 하남성의 성도로 황하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옛날부터 화북과 화남을 맺는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지금도 중국을 열차로 여행하면 한 번은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정주에서 남서 쪽으로 75㎞쯤 떨어진 곳에는 중국의 5악 가운데 하나인 중악(中岳), 즉 숭산(崇山)이 있다. 중형버스에 사람은 깍 차고, 차장은 잒만 뒤로 더 밀어넣으려고 호통치다 젊잖게 생긴 중년으로부터 욕을 디지게 먹더니, 급기야 울먹이며 "뚜에부치"란다. 염치 없는김에 나도 시트 등받이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발 딛는자리도 한껏 확보하다.

 

30km정도를 거의 한시간만에 닿은 유람구, 입구에서 부터 국화향기가 코를 찌른다. 용, 물고기, 봉황모양으로 만든 국화 줄기가 나무만 하다. 말도, 트롤리도 마다하고 강변으로 나아가 기 시작하는데, 강 기슭엔 모터보터와 호버크래프트(공기 부양선)이 손님을 모은다. 강변에서 바라본 황허는 문자 그대로 누런 탁류, 게다가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범벅이다. 한강쯤 되는 넓이에 건너편은 온통 농지... 그저 바라만 봐도 그 옥토에서 자랄 작물들의 푸르름이 떠 올려진다. `이렇게 풍요로운 조건이 있었으니, 중국사람들이 문화를 꽃피울만도 하지,' 강변을 따라 내려가다 취수를 위해 조성해 놓은 호숫가를 거닐다 황허를 조망하기위해 산을 오르는 데, 또 문표를 사란다. 아니꼬와서 도로 내려와 공연을 보려하니 모든 공연은 오후 2시 이후에만 있 다.12시부터 그들은 2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즐긴다. 관공서나 은행들도 조금은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점심시간만은 `신성 불가침'이다. 심지어는 11시 반에 들어간 박물관을 12시라고 쫓겨 나와도 봤으니... 멀리 보이는 정자를 따라 능선을 타고 걷다가 보니 수력발전 도수로같은게 보여 가까이 가서 보니 정 주 시내로 물을 보내는 취수 관로. 이 동넨 물 하나는 흔하겠다...

 

유람구 옆 마을을 끼고 내려오니 불교사원 하나, 여기서 싱가폴서 온 여자애 둘을 만나 나눠주는 향 을 들고 불상앞에서 몇번 조아리다. 뭘 빌었는지는 나도 기억이 없다.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을것같아 나와서 시내로 돌아오다. 후난성 성도 답게 도시 규모는 꽤 큰편. 인상적인 짙은 가로수, 27기념탑. 6시쯤 배낭을 찾아 카이펑행 고속버스를 타다. 내 머리위의 스피커에선 앞쪽에 틀어놓은 DVD 땜에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결국 귀마개 신세. 2편의 영화가 끝날때쯤 카이펑 도착. 여긴 유난히 트라이쇼가 많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그들을 피해 중산빈관을 찾고보니 120원, 조금 떨어진 대 상국사(大相國社寺)빈관에서 60원짜릴 겨우 10원깎은 50원에 투숙. 오랜만에 느긋하게 핫샤워를 즐기고 개봉부의 야경을 찍으러 가다.

 

물가는 소도시답게 매우 싸다. 호텔로 돌아오다 징소리가 요란하게 나길래 찾아가 보니 한 무리의 사 람들이 영정을 앞세우고 지나가는데, 알고보니 장례행렬, 그런데 웬 장례를 이 야심한 밤에? 사진을 찍었는데, 최대한 노출을 줘도 가로등만 덩그라니 잡힌다. 10/28 월 맑음 자, 카이펑의 첫 날이 밝았다. 그래도 이곳의 일말의 기대를 하고 왔는데, 어떤 일들이 나를 맞을까? 허난성의 북동부, 황허의 남쪽 대평원에 위치한 중국 6대 고도(古都)의 하나, 수호지(水滸誌)의 무대 로도 유명한 카이펑은 시내에 무수히 많은 작은 호(湖)와 못이 있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작 은 도로에는 옛정서가 남아 있으며, 특히 대규모의 야시를 형성하기도 하는 고루(鼓樓)광장은 전국적 으로 유명하다. 볼 곳으로는 1,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상국사(相國寺), 송(宋)대의 건축을 복원 해 놓아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송도어가(宋都御街), 송(宋)대 황거(皇居)의 어원(御園) 일 부였던 용정공원(龍亭公園), 북송시대에 창건된 높이가 55.08m이며 8각형 모양의 13층인 철탑(鐵 塔), 카이펑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건축물인 번탑(繁塔) 등이 있다고 관광지도는 밝히고 있다. 무리해서 아주 일찍일어나 바로 옆의 상국사로 가서 들어가려고 하니 어떤 사내녀석이 표를 보잔다. 이곳 주민들이 무시로 들락거리는 이곳이 약간 다른 행색의 나그네에게는 통하지가 않는다. " 야, 돈 줄바엔 안들어갈래." 박물관도 쉬는날이라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삶은계란 1개로 때우고 개봉부로 향하다. 여기서도 과감한 결단, 송나라 유적이란게 여태 남아있을리 없고, 그냥 밖에서 사진으로 만족. 1번을 타고 용정공원행, 어가를 지나 입구로 가니 문부터 사람의 마음을을 압도한다.

 

 

호숫가로 나오니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길래 카메라 줌을 당겨 이것저것 봐도 모두 현대에 와서 꾸 며 놓은것들. 드넓은 호숫가 바람이 거세다. 풍랑이 이는 호수가 주변경치와 조화를 이룬다. 문득 혼자 있다는 외로움을 느끼다. 티안보 양푸, 유 공원등을 지나 철탑 공원으로, 만만찮은 문표값 에 깨끗이 포기하고 사진을 찍는데, 예쁘게 생긴 어린 여군 둘이서 여기까지 와서 왜 안들어가냐고 같이 가잔다. "니들은 군인이라 공짜이지만 나는 돈 내야 된다. 그래서 싫다"고 하니, 갸우뚱... 역에와서 칭다오행 표를 살려니 이 역에 배정된 표가 겨우 넉장이란다. 정주까지 도로 나갈 수도 없고,버스를 탈려니 대답이 제각각. 네개나 되는 터미널을 일일이 다닐 수 도 없는노릇. 정말 답답하다...결국은 일단 지난(濟南)까지 가기로 마음을 굳히는데 2시간이 걸렸다. 표값73원, 잉쪼어 값이 이정도면 무지 먼 거리인데, 죽었다. 10시33분까지 또 어디서 시간을 깨야하 나? 밤새고 지난 도착하면 거기서 하루 쉬던지, 아님 버스타고 다이렉트로 가던지...에휴! 하릴없이 3번,6번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거기가 거기. 다시 1번을 타고 상국사 내려서 개봉빈관을 향해 걷다보니 말로만 듣던 야시장이 이곳에 있다. 평일인데도 개봉사람들 모두 이곳에 모인것처럼 바글댄다. 기타와앰프를 끌고 자릴 옮겨가며 노래하는 가수에다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노점.문방사우를 파는 상 가에다 몇백은 되어 보이는 노점식당... 훈둔과 양루촬, 맥주를 마시고 7시경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찾고는 역으로 와버리다. 남은 두시간 반 정도는 아껴둔 책이라도 보며 때워야지. 술기운도 약간 돌면서 피로가 엄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