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수 맑음
여기가 중국 아니랄까봐 명색이 고속버스인데도 출발 시간이 한 시간이나 늦다.
장예에서 주취안 오는 길에 사막 저쪽에 펼쳐진 돌로 된 황량한 산, 사진으로 담을 재주가 없다.
너무 심한 역광이 원망스러워 내 기억속에 남기기 위해 고갤빼고 열심히 보는 수 밖엔...
1시 반경 도착을 했는데, 주취안 빈관을 가니 아예 대화 거절이다. 그 앞쪽 빈관도 말이 잘 통하지
않은 외국인과는 상대하기 싫은 눈치.
화씬 초대소에 묵기로 했는데, 15원 달란다. 방에 들어서니 30대 중반의 중국인 하나가 신기한듯 나
를 쳐다본다. 짐을 벗어 던지고 이백의 전설이 서린 주취안(酒泉)공원으로 향하다.
이 도시의 이름이 주취안이고, 더구나 `주천'이란 곳에서 술이 샘솟았다니, 주당파에 속하는 나로선
성지(?)에 온 셈.문표(입장권)8원을 내고 들어서니 그냥 그런곳.
여튼 공원 한 켠의 우물에서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는데, 술이 솟아나는곳은 아닌것 같고, 그 귀한
동전, 심지어는 지폐도 잔뜩 물속에 던져져 있다. 그나마 백양나무 숲의 단풍이 본전 생각을 덜 나
게 한다.

10/9 목 흐리다 맑음
자다 딱 한 번 깨고는 6시까지 내리 자다.
같이 묵던 중국인은 내가 깰세라 조심 조심 체크아웃.이럴줄 알았으면 엊저녁 녀석에게 좀더 잘 대
해 줄걸... 가욕관 행 버스 3원. 차장이 어디서 내릴거냐고 묻길래 역이라고 했다가 다시 터미널이라
고 말하다. 역 부근에 유스호스텔에 묵기로 했는데, 이 도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니 일단 버스
터미널로 가는거다. 여기도 별 수없어 다시 역으로 갔다가 다시 터미널...

금쪽같은 시간이 벌써 11시 반.일단 트라이쇼(3륜 오토바이)로 자위관 성으로 가 보니 여긴 아예 유
원지 수준. 그놈의 만리장성은 새 벽돌로 비까번쩍하게 고쳐놓고, 보트 타고노는곳, 말타는곳등 완전
히 놀이터이다.돈 아끼고 시간 아끼려 `천하 제 일관'의 성루만 사진을 찍고 현벽장성 가는 버스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1시간여를 기다리며 택시 타지 않은걸 후회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일,
장성 제일돈 으로 가기위해 다시 3륜 오토바이로 흥정을 하는데, 10원만 달란다.
얼시구나 하고 올라탔는데, 그 옆의 녀석이 싸게 간다고 난리다.지들이야 그렇든 말든 못들은체 하고
창문을 두드리며,"웨이, 스푸, 조바!"

*천하 제 일돈(天下第一墩)*
한 5km쯤 되리라 생각한 장성제일돈은 쌔가 빠지게 사막을 달려 나가도 늘 그자리인것처럼 멀다.
나중 문표파는곳의 이정표를 보니 자위관 12km. 곧게 뻗은 그 사막길이 엄청난 착시 현상을 일으킨
듯. 기사녀석은 내게 `거봐' 하는 표정으로 차비를 더 원하지만, 내가 알게 뭐람...
아까 천하제일관 갔을때 5원 주었으면 이 거리는 사실 20원을 줘도 될 거리인데... 대신 둔황(敦皇)
가는 버스 탈때 자기차를 타고 시외에서 타면 차비를 깎을 수 있다기에 나중에 그리하기로 하다.
연초창 앞에까지 대절을 해서 기다리다 돈황행 고속버스를 탔는데, 웬걸. 차비는 60원 다 받는다.
내가 35원이면 되질 않느냐고 했더니, 차안의 모든 중국남녀가 다 웃는다.ㅜㅜ 쪽팔려...
내 건너편 자리에 20대 쭉쭉빵빵걸이 하나 앉았고, 그 뒤에는 30대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아예 시트
두개를 다 차지하고 잠이 들었는데, 그 여자애와 필담을 하며 위먼(玉門)까지 오는동안 자다가 그녀
가 자기 동네에 오라며 전화 번호와 이름을 적은 종이를 건네주자 날 보면서 살짝 웃어보인다.
여자애는 돈황보다 자기 동네가 더 예쁘다고 꼭 들렀다 가란다. 앞으로 남은 네시간은 어떡하지?
내가cdp를 꺼내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그녀의 지대한 관심.내가 한국음악이라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
아주자 하오팅, 하오팅(好聽)연발이다.그녀도 돈황 사는데, 막고굴에는 자기 동창이 벽화 복원작업
을 하는 연구원이고, 명사산엔 자기 친구가 일하고 있는데, 두 곳 다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단다.
에헤야 디야~ 100원+70원, 170원이 굳는 뽀드득 소리가 나네!
아예 자기 옆자리로 건너 오라더니 친구 하잔다. 무신친구 말인데?

유랑극단이나 서커스단의 이동인 듯
쑨 차오란(孫巧蘭), 38세, 미용원 원장답게 사막의 거친 바람에 피부 보호를 위해 차 안에서도 장갑
을 끼고, 얼굴에 잔주름이 자글자글, 그러나 웃을땐 보조개가 드러난다.
내가 고마워 하며 둔황에 내려서 저녁을 사겠다니 기꺼이 그러잔다.
거의10시가 되서야 둔황 도착. 다행히 내가묵을 `비천빈관'은 터미널 바로 앞.
체크인을 하고 식당에서 맥주를 곁들인 식사중에 더 알게된건 그녀가 이혼녀라는것, 자기 집은 여기
서 7km떨어진 `서진'이란곳이며, 내가 자기에게 특별히 너무 친절한 남자란다.(니 是非常親切的男)
그러면서 식사비를 제가 내더니, 내일 보자는걸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녀의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니
그래도 괜찮겠냔다. `나도 밥 얻어먹은 값은 해야 되잖겠수?'
택시를 불러 서진가지 가는데, 그녀가 내 손을 잡고는 자기 얼굴에 갖다 비벼댄다.
그녀 집으로 가니 5층짜리 아파트의 4층, 20여평 되는 규모엔 20세쯤 되어보이는 가정부이면서 종업
원이라는 아가씨가 우릴 맞는다. 차도 얻어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길 나누고 있으려니, 나를 걔에게 소
갤 하고는 사진을 찍어 달란다. `그래, 그래 마구 찍을게...'내일9시에 호텔서 만나기로 하고
대기하던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니 어떤녀석 하나가 체크인을 했는데, 일본인듯하여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I come from Korea란다.그런데 미국 시민권자이고, `샌 호제이'에 산단다.
"아, 산 호세(San. Hose)"라고 되묻자, 기어이 샌 호제이라네..
.
오늘 버스에서 만난 손에대해 얘길 하니, 자기도 공짜로 되겠냐고 묻는다. 뭐, 내일 그녀가 오면 물
어보지 뭐...
*오아시스의 원천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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