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목 맑음.
엊저녁에 술을 같이 마시고,TV보다가 재미없어서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는데 나중에 그녀가 방
들어온 이후의 일이 마치 며칠전에 일어난 일같다. 샤워나 하려고 일어났더니, 그냥 있으란다.
오늘 안닝온천에 가잔다. "너 닝낭까지 운행은 않냐?" 내 질문에 배시시 웃으며 자기 모바일 폰을
가르킨다. 돈을 일단 벌고 저녁에 만나자니 일 없단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차를 탔더니 `안닝'이란 행선지 표시를 밖는게 아닌가? 중국은 아마 스푸(기사를 이렇게 부른다)지맘대로 행선지를 바꾸나 보다.숙소 거리를 두어바퀴 돌자 대만인 커플 둘과 광동서 온 커플 둘을태웠는데, 수다를 떠는 양이 "얘가 날 만나러 스촨에서 건너왔다"는 자랑같다.그들도 이외란듯이 놀라고... 이 친구, 길에서 장보러 가는 현지인들은 손을 들어도 태울 생각을
고 그냥 씽씽 내 달린다.콧노랠 흐응흥 부르며...어느듯 차는 안닝에 닿고, 우린 샤오 바이구어(燒背骨-돼지갈비 튀김)과 야채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맥주 시키는걸 사양했더니, 엊저녁엔 너무 많이 마셨다고 곱게 눈을 흘긴다. 귀여운 것.
다시 이어지는 요리는 또다시 오리구이..."이게 남자에겐 그만이야" 오늘도 오리는 중국남자들이 늘 찾는 바람에 수만 죽게 생겼네...
온천, 둘 만의 온천. 내게 아까 외지인 넷 태우고 번 돈을 내게 쥐여 주며, 뭘 또 사먹으란다.싫어! 난 그냥 온천을 더 즐기고 싶다니까, 자기는 돈 벌고 한 시간 후에 태우러 온단다...
중국의 온천탕은 구조도 이상하고 많이 지저분하다. 마치 전에 타이완 가서 한 온천 생각이 난다.
물에선 유황냄새가 진동을 하고, 바닥은 언제 닦았는지 미끈미끈.
한 시간 반쯤후에 그녀가 날 태우러 왔다. 가면서도 관광객 몇을 태우고 가며 또 내 이야기.
민망한 김에 내가 운전한다니까, "너도 직업이 운전수냐?"며 놀란다. 아냐, 아냐,
"한궈 두오더 처, 이티엔 우바이완 다이 요우.이지에 이처, 이지에 량처"(韓國多的車,一千五百萬臺有,一家一車 一家二車) "쩐더?(眞的)" 괜히 어깨 으쓱. 차 안의 사람들도 다 놀라는 눈치.
11/29 금 맑음
자리에서 일어날려니 조금은 피곤한것 같고, 감기 기운도 느껴진다. 세차중인 반에게 엊저녁 좀 추웠다고 얘길 하는중에 콧물이 주르르~ 챙피, 부끄... 놀라면서 주방으로 달려가더니 뜨거운 차를 한컵 가득 갖다준다. 이 친구들은 글래스가 고급으로 쳐주나보다.
하마트면 뜨거워서 컵을 놓칠뻔 했다. 심부름 하는애는 보더니 깔깔거리고. 좀 있으려니 나보고 차를 타란다. 백미터도 안되는 서양식 레스토랑에 세우더니 수프와 에그프라이,토스트에 야채 샐러드까지...
가만 생각해 보니 2년전에 아침에 내가 아침에 시켜 먹었던 그 레스토랑에 그 메뉴다.
오, 감격! 그때도 내가 피곤하다며 이것들을 시켰는데,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내가피곤할때 먹는 음식으로 알고있나부다.
사실은 숙소에서 주는 짜디짠 소시지에 소금에 몇년동안 절인 햄, 이상한 맛이 나는 산나물을 차마못먹어서 이것들을 시켰었는데.
약간의 미안함. 식사후 닝낭으로 출발하는데, 사람이 가득찼다.뒤엔 새깨돼지도 몇마리 싣고 나를 조수석에 태운다.
구비구비 산길을 돌면서 내려오는 곡예가 시작되자 아예 내다 볼 염두가 나질않아 잠을 청하다.근데, 이 친구가 나를 자꾸만 깨우면서 말을 건넨다. 마치 자기의 노련한 운전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릴땐 *알이 다 오그러드는 기분이다.
"얘야 제발 운전에만 신경 좀 써라.이 낭떠러지에서 구르면 너나 나나 뼈도 못추리겠다" 가까스로 평지에 내려오니 젊은 여자에게 노랠 시킨다. 첨엔 몇번 빼는것 같더니 노랠 시작하자 노래가 끝이없다.
멜로디는 단순한데, 뜻이 있는 노래같아서 뭔 내용이냐고 물으니, 역시 남녀간에 주고 받는 사랑노래란다.
레코더로 녹음을 하려니 모두 신기해 한다.젊은녀석은 리플레이를 하자 이 조그만 레코드에 테잎은 어디있냐고 묻는다.
디지털이라고 설명해 주봐야 이해 못할거고, 그냥 못들은체 하다. 네시간 조금더 걸려 닝낭에 도착. 자기 친구가 한다는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는데, 밥통을 보더니 밥을 다시 하라고 호통이다.
(일반적으로 이 사람들은 밥을 동남아 사람들처럼 냄비에 물을 붓고그냥 끓여서 매우 푸석푸석하다)그리고는 또다시 취조 아닌 취조. `한국 사람들은 한 달에 얼마를 버나, 차는 집집마다 한 대씩 갖고있나, 보이스레코더에 녹음한거 들려줘라, CDP한번 보자...
'요는 자기 친구가 한국에서 왔다는걸 친구에게 자랑하는거겠지. 민망해서 식당밖으로 나오니, 신발가게 앞에서 안창을 뜨고있는 여자에게로 가서 어떤게 예쁘냐고 하더니 덥석 집어 들고는
선물이라면서 준다. 그리고는 신발 안에 깔면 그만이란다. 베로된 신발 깔창에 원색 실로 아라베스크한 무늬를 새겼는데, 정말 예쁘긴 하지만, 내게 이게 뭔 소용이람.
그렇다고 필요없다 거절할려니 미안하고, 웃으면서 그걸 받아 넣다. 그 여자가 뭐라고 하는데도 그냥 손을 흔들며 빠빠이 하고는 그만이다. 이래도 되나? 야채국과 몇가지 요리로 배를 채우고 저 멀리 개울건너 까마득한 사원을 가리키며 거길 가잔다. 얘가 또 버스운행을 하지않을 모양이다.루구후엔 언제 갈거냐니까 내일 아침에 가면 된단다. 방을 잡지말고 자기집에가서 자면 맛있는 식사도 차려준다고 하는데, 괜히 부담이 간다. 험한 길을 돌아서 가가스로 찾아간 라마 사원은 덩지만 컸지 별 특징이 없다. 그래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기어코 탑까지 올라가 보니
멀리 닝낭 시내가 그대로 한 눈에 들어 온다. 시내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싶다니까 비누와 타월을 사서 나를 넣어주고는 자기는 차를 손봐야겠다며 가버린다.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 목욕탕이란게 샤워꼭지 댓개 달려있고 뜨거운 물이 쫄쫄 황소 오줌마냥 나오다 말다... 샤워 마치고 거진 30분이나 기다렸더니 그제야 나타나 벌써 끝났냐고 놀랜다. "임마, 나는 30분이나 기다렸단 말야..." 차엔 시장을 봤는지 여러가지 음식재료와 맥주가 실려있다.터미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그녀의 집이 있었다.
웃으면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더니 대문을 살살 열고 차를 넣고 그녀의방으로올라갔다.열평정도 크기의 방엔 침대 옷장등
가재도구가 있고, TV와 정수기, 화장대등이 여자의 방 답다. 돼지 갈비를 손질하다 생각이 난듯 새로 사온 커피병을 나에게 주더니 정수기 온수를 컵에 따라 준다. 나땜에 자기에겐 소용없는걸
사게 만들었구나 생각이 드니 미안하기 이를데 없다. 나름대로 정성이 담긴 식사를 하는데, 이런, 또 오리구이...세병 사온 맥주를 지금은 한 병만 마시란다. 알았어, 알았어,
더 마시라고 해도 배불러서 안되겠다... 밖에 기척이 나서 문을 여니 한 남자가 와 있다.집 주인이라는데 불쑥 들어 오더니 떡하니 앉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고는
한참 쏼라대다 돌아가고,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그날 밤 나는 생전 처음으로 흰자위만 남은, 뒤집어 진 여자의 눈을 봤다...
-닝랑(寧浪)으로 ,-리지앙으로
7시 20분쯤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녀가 묻는다. 하루 더 닝랑에서 지내겠냐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 이 조그만 도시에서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을것 같다. 그래서 `리지앙에서 친구를 만나야겠다'고 얘길 했더니 얼핏 섭한 표정이 스치운다.
담에 언제 올거냐고 묻는 그녀에게 언젠가 시간 나면 또 들르겠다니까, 담에 올때는 꼭 가족들과 함께 오란다. 아침먹을 새도 없이 정수기의 온수를 받아 고양이 세수만 하고 서둘러 터미널로 향하다. 나를 차에 오르게 한 후 어디론가 갔다가 빵과 물, 과일들을 한 봉지 올려주며 차비를 주지 말라고한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기 차에서 버스가 떠날때 까지 가만히 바라다 보는 그녀를 마주 보자니 괜히 콧잔등이 시큰하다. 또 곡예하듯 아슬아슬한 산길을 몇시간 시달릴 일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선다.`그래 좋은 일들만 생각하자, 나만 이 길을 가는게 아니잖는가?' 2년전 반지문과의 우연한 만남. 예상치도 못하고 있던 산사태로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때 `짠' 하고 맞은편에 나타난 차가 그녀의 차였고,
나의 그 무거운 배낭을 아무렇지도 않게 등에 메고 씩씩하게 길을 건너던 그녀.
루구후에 도착해서는 기어이 지가 묵는 숙소에 들게하고는 목욕탕에안내해 주고,
키가 넘는 옥수수밭 사잇길로 걸어오며 시도하던 그녀의 은밀하고도 대담한 스킨 터치...
밤의 모수오족 잔치에 초대된 일 남몰래 건네주던 쪽지 `워 아이 니' 난 행복한 넘이여. 이국 여성에게 사랑도 느껴보고... 심하게 흔들리는 차창밖을 여유로운 맘으로 내다보려 하지만, 발바닥이 간질거리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놈의 보수공사라는게 돌들을 깔아서 포장한게 무너지거나 패이면 그곳만 땜질하는게 전부이다. 이태리 골목에 포장된 돌길은 운치나 있었지,
이렇게 몇백리나 이어진 울퉁거리는 길을 고물버스에 시달리면서 간다고 생각을 해 보라! 오후2시나 되어서야 리지앙에 도착을 하다. 인간(관광객)들은 여전히 들끓고, 나시족 사람들의 옷도 그대로이며, 도시를 흘러도는 개울물도,멀리 바라다보이는 옥룡설산도.
이번엔 사쿠라나 양씨 집에 들지않고 바로 유스 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회원 숙박비 10원. 이게 중국 평균 물가 수준일텐데, 왜 다른 도시는 외국인에게 그렇게도 바가지를씌우려 드는지...
오랜만에 사쿠라에 가니까 일본애들 몇이서 밥을 먹고 있다. 나도 된장찌개에 김치로 오랜만에 포식을 하다. 일본애들이 `같이 카드를 하자, 넌 리지앙에서의계획이 뭐냐...'자꾸 말을 거는게 귀찮아서 그냥 숙소로 왔는데, 룸메이트들이 모다 일본애들이다. 도쿄, 나고야, 센다이, 출신지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 제각각. 알고보니 다리에서 조인해서 같이 호도협을 간다고 했다. 내가 호도협 간 경험이 있고,
어쩌면 갈지도 모른다고 하니, 제발 내일 지들과 함께 가잔다. 나는 더친으로 가고싶은데...橫井千人(요코이치이또),
홍콩서 컴 엔지니어로 일하다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때려치우고 6개월간 세계 일주에 나섰다고 한다.사사끼와 마쯔오까는 아마 나처럼 백수인듯 싶다.
저녁에 스팡지에로 가서 나시춤도 같이 추고 맥주도 마시다.
"미스터 강, 별 다른 계획 없으면 호도협 함께 가자. 우리 가이드북에만 의지할려니 사실 겁난다."어쩌랴, 이웃나라 백성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게다가 요코이란 녀석 나이도 35세나 되고 내게 깎듯하니 같이 가지뭐~ 양씨 집에 갔더니 반색을 하며 맞는다. 싫컷 떠들다 양씨 아들이 한다는 카페에 가서 술을 좀 더 마시다. 술값은 요꼬이가 내다.
2/1 일 맑음-후타오샤(虎跳峽) 아침도 거른채 일본애들과 터미널로 향하다. 5마오짜리 만터우를 사서 꾸역꾸역 밀어넣느다. 왜? 안 굶어 죽으려고... 티엔나!(맙소사) 다주행 차는 벌써 출발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반대편 치아터우로 가는 차를 타 다.12유엔5마오. 한번 갔던길은 새로움이 없으니 슬슬 지겨운데, 녀석들에게 길에서 파는 사과를 좀 사두라고 했다.
`너희가 아느냐, 호도협의 악랄한 산세를...' 진샤지앙(金沙江)을 따라 거슬러 가는 길가의 풍경을 보고 녀석들은 탄성 연발이다
치아터우 도착하니1시, 서둘러 점심을 챙겨먹고 문표를 사는데, 또 올랐다.
코스를 결정하는데, low path 냐, high path 냐를 놓고 한 바탕 설전.
결국은 하이패쓰로 낙착. 숙소는 차마 게스트 하우스(tea horse g.h.)로 결정을 했는데,
이것들이 해 넘어가기전에 닿을 수 있 을지 걱정이 된다. 큰 키의 마쓰오까는 첫 경사로에서 부터 헥헥거리더니,
급기야는 30m가면 쉬고, 20m가면 쉬고, 이런 식이다. 요코이놈은 채근을 하고...
이스라엘 여자 아이가 추월하고, 한 무리의 서양애들도 휙휙 스쳐 지난다.
요코이가 내게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잘 걷냐고 한다."임마, 당연하지.
한국 남자들은 모두 군에 갔다 오잖아.3년동안 태권도, 구보 늘 했는데, 이깐 산길이 뭐 힘들어?" 마쓰오까 녀석,
"나도 일본 에 군대가 있었다면 이깐 길은 문제가 없었을 텐데'라는 통에 모다 웃고 말았다.
호도협의 수량이 전에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이놈들은 다시는 그런 위용의 물살은 보지 못하리라...
뿌듯~ 결국 차마gh에 도착하니 8시가 다됐다. 이스라엘 여자애 마얀이 일일이 고생했다며 포옹을 해 준다.
클레멘스란 독일 녀석은 괴목으로 조각을 하고 있었는데, 꽤 소질이 있어 보인다.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주인여자가 샤워용 물을 끓여주면서 내가 제일 연장자니까 나부터 하란다.
저 떫은 감 씹은 표정의 사사끼, 이 싸가지 없는 쪽바리...
12/2 월 맑음
나름대로 아침값이나 아낄려고 굶었는데, 더치페이로 일괄계산.두당 45원씩이다.
이 게다짝놈들 일본식 계산이 이런건가? 지들은 파이부터 국수까지 다 챙겨먹었으니,
나만 손해봤네. 11시쯤 느긋하게 출발했는데 사사끼와 마쓰표정이 심상찮다."수또미, 수또미,
우~" 난 첨에 일본말로 씨부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배탈 났다고 하는 말이다.
발음 꼬락서니 하고는...쯧쯧 어제부터 야크차를 마구 마실때 알아봤다. Tina gh로 가서 도로를 따라가기로 했는데,
따라오는 놈 들 인상이 영 성에 차질 않는다.그러게 욕심 부릴걸 부려야지. 폭포 몇 개를 지나 티나에 도착 해 보니
아랫쪽으로 도로 공사 하느라 엉망이다. 소음에, 먼지에... 게스트 하우스 주인여자가 다주로 나가는 차가 없다고
자고 가라는 걸 괜찮다며 서둘러 점심으로 볶음 밥을 먹고 내 밥값만 미리 계산하고 출발을 하다.
8km쯤 걸어서 강 아랫쪽으로 배를 타러 내려갔는데, 이쪽 저쪽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사공이 안보인 다.
0분이나 온갖 방법으로 찾았으나 오오 대답없는 사공이여... 죽었다! 경사도가 60%나 되는 길을 적어도
1km는 더 거슬러 올라 가야 하다니... 온 몸에 힘이 다 빠지고, 날은 어두워 가고 주위로는 인가 조차 없으니
게다가 제일 가까운 게스트 하우스가 3km는 되는데 ㅠㅠㅠ
다행히 절벽을 기어 올라 오니 도로 공사하는 인부들이 밥을 먹고 있다가 우리더러 같이 먹잔다.
이건 숫제 밥이 아니라, 군대 유격가서 먹는 꿀꿀이 죽이다. 끓인 물도 마시고 겨우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서 출발.
제발 불빛만 보여다오. 빌빌거리는 두 놈을 채근하면서 일본 노랠 시켰는데, 꼴에 노래는 잘 한다.
어쌰 어쌰 추임새도 넣으면서 세 녀석이 신이 났다. 1시간 여를 걷자 멀리 도로가에 불빛이 보인다.
woody가 좋은데, 이 이상 한발 더 걷는게 무리일것 같아 거기서 묵기로 했다.
개스로 된 급탕기가 있 어 샤워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요꼬이와 일본욕, 한국욕,
정치인 험담을 맘껏하고 대화
는 바야흐로 국제정세로 까지 이어졌는데, 녀석의 논지가 조심스럽다.
내일은 도로 치터우로 나가기로 합의하고 고단한 몸을 누이다.
12/3 화 맑음-후타오샤(虎跳峽) 게으름도 좀 부리다 계곡 아래까지 내려가 보기도 하면서 버스 출발 시각을 기다리다. 치아터우행 버스는 9시30분이 다 되어서야 출발하기 시작한다.다행인건 이 코스로 오면 옥룡설산 문표를 살 일이 없다는건데,
도대체 중국녀석들, 외국인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데도 입장료를 징수한다.
마치 우리나라 국립,도립공원 입장하면 `문화재 관람료'를 덤터기 씌우는 것처럼... 아무리 기다려도 리지앙 가는 버스는 오질 않고 택시 기사녀석들만 자꾸 흥정을 하잔다. 두당 20원만 달래는데, 버스는 12원. 갈등하고 이는데 버스가 왔다. 어? 근데 리지앙에서 올때는 분명 12원이었는데,
갈때는 15원을 달란다. 중국에서는 종종 이런현상을 봐 왔지만 여기도 그런가? 현지인이 15원 내니 암말 않고 주는 수 밖에. 유스호스텔 도착후 바로 세탁을 하고 골목길을 어스렁거리다 유아원에 가서 놀다. 녀석들이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자기에 상가가 아닌 신 개발구 주택가로 가는데, 멀다고 짜증이다.
여기서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가격을 보더니 녀석들의 입이 벌어진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의 가격은 상가지역의1/3밖에 되지 않는다. 그제서야 놈들이 내게 침을 튀기며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에서의 취식요령을 도시별로 디테일하게 설명하니 어느새 셋놈 모두 노트를 꺼내 받아쓰기 바쁘고...흐뭇~
훠구어가 코스로 나오는데 돼지 족발 삶은게 나오고, 국물에 야채,생선, 육류, 국수 밥을 차례로 먹는데 맥주 4병 포함해서 50원이다. "중국여행은 아는만큼 즐긴다" 이 말은 몇년전에 만났던 일본인 교수로 부터 들었던 말. 스팡지에(四方街)에서 나시족 춤을 서양애들과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두어시간 추다가 숙소로 들어갈려니 마쓰가 국수집에 좀 가잔다.
난 배가 불러서 갈 이유가 없다고 하자, 녀석이 빌빌거리며 통역을 좀 해 달랜다. 사연인즉슨 그 국수집에 지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선물도 전하고 주소도 교환하고 싶어도 걔가 영어나 일본어를 못한단다. `짜식, 필담도 안되냐?' 졸지에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 녀석과 함께 국수집으로 가니 녀석을 보고 유난히 수줍어하는 애가 있다. "야, 쟤 맞지?" "너 점쟁이냐?"
척 보면 알지... 나시여자애 보고 대뜸, "저 일본애가 너 좋아한다는데, 너도 쟤 좋아하냐?" 여자애는 그냥 얼굴만 붉히고 몇마디 말을 해 주고는 숙소로 들어와 버리다. 그날 밤 마쓰란 놈은 새벽 4시쯤 들어왔는데, 여태 뭐 했냐니까 그냥 얘기만 나눴단다. 통역 부탁하는 놈이 얘긴 뭔 얼어죽을 얘기...
12/3 수 맑음-따리(大理) 아침엔 꽤 춥다. 서둘러 동절기 짚 티를 꺼내 입고 론드리 맡겨둔 옷가지 찾고 일본애들에게 간다니 많이 섭한 모양.
e-mail주소를 교환하고 시내버스를 탔는데, 잔돈이 2원짜리 밖에 없다. 기사놈이 하도 돈을 넣으라고 성화를 부리는데, 차비는 5마오. 터미널까지 아무도 타지않아 꼬박 2원을 다 뺐긴셈...
아이구 내돈! 대신 아침을 주먹만한 구운감자로 때우다. 버스가 출발하는데 속이 영 좋질않다. 얼하이로 내려오는 꼬부랑 길에서 결국 차를 세우고 속엣걸 다 게워내고 나니 한결 낫다. 헬렐레 하는 나를 보더니 서양애가 탄산캅셀을 하나 건넨다. 그걸 물병에 넣고 곡여 마시니 더 나아진것 같다. 샤
관까지 가서 사우나를 좀 하고갈까 하다가, 그냥 고성입구에서 내려 거의 1km를 걸어no.3 gh도착. 문사장이 아주 반갑게 맞는다. 방값은 15원으로 올라있고, 방문을 여니 흐릿한 눈빛의 한국인 하나가 침대에 누워있다. `박'이라는 서울서 온 42세의 약간은 어려보이는 친구. 수인사를 하고 얘길 들어보니 그냥 바람쐬려중국에 왔는데,
심양 친구집에 왔다가 이리로 놀러왔단다. 자전거 천지 중국에 180만원짜리 MTB가 무슨 소용이람! 이걸 비행기에 싣고, 기차에 싣고 여기까지가져왔단다. 저녁은 돼지 갈비로 바비큐 파티를 했다. 갈비보다는 문사장이 직접 기른 상추와 깻잎이 일품이다.
맥주를 몇 병 나눠 마시고 문사장이 개발했다는 `사랑방'으로 향했는데, 거기 가면 아주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야크 까페. 거긴 이미 숯불화로에 많은 사람들이 비잉 둘러 앉은 채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군계 일학이라면 이런 경우. 눈이 아주 크고 날씬한 여자애가 하나 눈에 띈다. 그 외에 영국 남녀 둘, 상해, 북경서 온 젊은 여자 둘, 문사장 앞집 까페 부부,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한다는 대만늙은이와 그의 여자 친구, 여자 주인 장링(張鈴)... 다들 영어로 대화하는데, 문사장과 박은 꿀먹은 벙어리. 심지어 샹하이 애가 문사장더러 `빤' 이라고 해도 그냥 싱글벙글이다.이 친구는 중국 온지 5년이 다돼 가면서도 아직 기본적인 의사소통 외엔 별 진전이 없다.
전직 관세청 직원이 이래서야... 술도 마시고 마리화나도 하는데, 음악이 나오면 애고 늙은이고 모두 흐느적거리며 춤을 음악에 맡긴다. 사이사이 눈이 큰 애와 얘길 나눴는데,
나더러 말을 탈 줄 아느냐고 묻는다. 이럴땐 못해도 잘 한다고 하는 수 밖에 없다. 나보고도 마리화나를 해 보라고 권하는데, 웬지 비릿한 풀 냄새가 나서 사양을 하다. 장 쉐이메이(張雪梅),그녀의 이름이다.미국이고 한국이고 동남아고 많이도 쏘다녔는데, 샹하이에 약혼자가 있다는 33살의 묘령의 여인.
궁금증을 뒤로한 채 3시경 숙소로 돌아오다
12/5 목 맑음-얼하이의 추억
열시나 되어서 雪梅가 왔다. 승마모와 타이츠에 장화, 채찍까지 갖추고.
문사장과 박이 무슨 일이냔다. 뭔일은 뭔일, 엊저녁 같이 얼하이로 말타러 가기로 했지...
갑자기 문사장이 종업원을 소리쳐 부르더니, 마부를 데려오란다. 자기가 아는 마부에게 부탁을 하
면 좋은 말을 싼값에 빌릴 수 있단다.갑자기 그녀의 눈이 동그래 진다. "어떻게 된거야? 우리 둘
서 가기로 약속했잖아" 동포애가 뭔가, "단 둘이 가는것 보담 넷이서 가면 더 재미있을거야."
덕분에 말값은 20원씩 덕은 봤지만, 뭔가가 어긋났다. ~그냥 가게나 지키지...'
달리는 말에 리듬을 맞추는 그녀의 실력이 대단하다.
내 말이 사고를 친다. 이녀석이 잘 가다가 마차를 끌고가는 암말을 보더니 완전히 맛이 가고 말았다. 고삐를 당겨도,
배때기를 걷어차도 암말만 따라가고, 오고가던 차가 서고 난리 부루스다.
앞서가던 문사장과 설매가 달려와 가까스로 이 년놈(?)들을 떼어놓고야 소동 끝.
땀을 흘리며 씩씩대는 내게 설매가 다가와 자기말과 바꾸자며 한마디 건넨다.
"Your horse is just like you, he likes ladies very much" 우이쒸, 아닌데...
얼하이 호수변을 말을 타고 따거운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기분.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가끔씩 말에서
내려 그녀와 이런 저런 얘길 나누는 시간이 너무 멋있다.
그런 우리에게 다가와 초를 치는 인간, "강형, 두고 보라구. 나 반드시 쉐이메이를 먹고 말거야."
지가 무슨 식인종인감? 정작 그녀는 눈꼽만큼도 그에게 관심이 없는걸...</pre><pre>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에 들렀는데,
주인 내외가 문사장을 잘 아는 눈치.
잉어찜을 했는데, 세상에! 샹차이(香菜)가 들어갔다.아무리 해도 이놈의 빨랫비누 풀어놓은 맛의 이놈의 샹차이는 도저히 못먹겠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요리를 하나 더 시켰다. 밥도 싫컷 먹었겠다,
다시 창산까지 말을 달리기로 했다. 근데, 박이 고속 공로를 건너면서 교경(교통경찰)에게 걸리고
말았다.눈을 부라리며 항의하는 박도 참 못말리는 사람이다.정작 위반은 자기가 해놓고...
설매의 애교작전으로 아무 일 없이 놓여나긴 했지만, 이 친구 좀 문제있네.
삼탑사를 거처 창산으로 갔다오니 어느듯 해는 뉘엿, 길가는 사람에게 말 좀 몰아다 달라고 부탁을하고,
박과 문사장을 먼저 가게한 후 설매와 저녁을 먹으러 가다.
삼도차(三道茶) 맛도 이 식당에서 보는데, 첫잔, 둘째잔, 셋째잔의 맛이 다 다른데, 쓰고, 달고,
시고의 다른 맛이 인생 역정을 의미한단다.
"얘야, 고스톱도 알고 보면 인생의 축소판이란다..."
숙소로 돌아갔는데, 박과 문사장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설매가 자기 노트북을 가져와서 저장된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는데, 부모와 형제들도 다들 세련 그 자체다.
그리고는 캠코드를 들이대며 멘트를 하란다.
"아름다운 중국에 와서 아름다운 설매를 만나다" 라고 하자 천진스럽게 깔깔거린다
비자 연장
일어나니 열한시, 어제 많이 취하긴 취한 모양이다.
국경 수비대 교도소 간수놈들은 오늘따라 군기를 잡는지 오리새끼들 마냥 꽥꽥거리는 바람에 겨우 일어 났나 보다. 비로소 엊 저녁 야크까페에서의 일들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맥주를 마시다 화가란 녀석이 여자친구와 들어오고, 곧이어 회화론에 대해서 토론을 했었는데,
이 늙은이가 자기 손녀만한 여자애를 뒤에서 껴 안고 내가 얘기하는 고갱과 피카소에 대해서 험담을 하고, 그는 내게 "그게 무슨 그림이냐, 황칠이지...어쩌고"
하도 기가 차서"당신도 예술가연 하면서 남의 예술세계는 그렇게 폄하 하느냐, 그러면서도 당신은 사람들로 부터 훌륭한 작품을 하는 화가라고 인정받고 싶냐"고 언쟁을 벌였다.
사실 `세필화(細筆畵)'라는게 사진이면 사진이고, 회화면 회화지 뭔 가치가 있다고...
결국 장링의 만류로 언쟁을 관두고 홧김에 술을 마시며 마리화나를 양껏 들이키고 기타를 치며 노래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어지럼증을 느끼고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겨우겨우 숙소로 돌아와서 그냥 나가 떨어진 모양이다.
12시 30분쯤 겨우 몸을 추스리고 샤관(下關)으로가는 버스를 타고 공안국 외사과로 가니, 비자업무는 샤관반점 엾으로 옮겼단다.
"염병할, 그러면 진작 그렇다고 할것이지 사람을 한시간씩이나 담당자 오도록 기다리게 해 놓고 겨우 그 한 마디인가?"
아까 지나쳤던곳을 다시 되돌아서 가는데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비자 연장은 다른 도시보다 의외로 쉽다.사진, 신청서와 수수료를 주니 대번에 스탬프 쾅.
시장 구경을 하다가 과도를 하나 구입하다. 아미나이프가 너무 무거워서 쓰기가 불편할 뿐더러 그 비싼거 잊어먹으면 여간 손해가 아니지.
숙소로 돌아오니 집이 동두천이란 중년 하나가 와 있다.
같이 삼겹살로 백주를 나눠 마시고 야크 까페로 가니 모두 프랑스애가 열었다는 Black lodge로 가고 종업원들만 지키고 있다가 설매의 메모를 준다.
그리로 오라는 내용이었지만, 괜히 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놈의 알아듣지도 못하는 랩에 펑크뮤직, 소음 혼잡함... 한참후 상해서온 시몬과 말상,그리고 뒤이어 설매가 왔다. 비자 연장때문에 샤관 갔다니까 왜 엊저녁 약속을 잊었냐는거다.
글쎄, 내가 뭔 약속을 했는지 알아야 사과라도 할텐데, 한번 끊긴 필름은 누구의 도움이 없이는 도저히 이을 길이 없다.
오늘은 블루스 음악을 내가 틀고 돌아가면서 파트너를 바꿔가며 흐느적 흐느적~ 나도 이건 자신있지. 한국서 또라이 되면 아무나 잡고 왔다 가다하면 되던걸, 뭐...
12/7 토 약간 흐리고 강한 바람-얼하이 유람 대리에 오면 원래 바쁘지 않게 지낼려고 했눈데, 그놈의 늦도록 마신 술 때문에 항상 의도대로 되는 것 같다.그래도 열두시 넘어 일어나서 오후내내 강아지와 장난이나 치다가 해만지면 나가서 어슬렁대다가 날이 희부염할때까지
만땅 되어서 들어오는 옆방 서양애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는 부지런하고씩씩한 한국의 일등 남아지... 11시나 되어서야 삼탑사 쪽으로 가서 사진도 몇커트 하고 아점으로 미시엔도 하나 먹고 얼하이로 갈려고 버스 기다리니까 마부가 와서 마차 타고 가잔다. 4원이 차비란걸 아님 말란 식으로 배짱을 부려 결국 버스비 1원으로 낙착 호수 유람선 부두에 도착하니 삐끼들이 달라 붙어 서로 자기배 타라고 아우성인데, 모다 40원 달란다.
내가 피식거리고 웃자 한 중년여자가 구석으로 가자더니, "너만 특별 요금이다.30원만 내" 내가 다 안다는 투로, "난 그냥 집에 갈란다 ,어제도 여기서 15원에 탔는데 싫음 관둬라. 내게 거짓말(바가지) 할 생각 마라"
고 하자 하는수 없이 15원만 달라며 대신 다른사람에겐 얘기 말라며 눈을 찡긋거린다. 우스운건 배에 올라보니 중국인들조차 다들 40원 주고 탔단다. 그렇겠지. 여행사 가이드하고 삐끼가 반반씩 뜯어 먹었겠지...
파도가 거의2m수준으로 치고 강풍도 몰아친다. 이래서 대리의 3대특색이 창산, 얼하이 삼탑이 아니고 `대리풍(風)'이 이곳을 우변한다고 했던가. 시골서 오왔음직한 젊은 부부는 벌써 뱃바닥에 길게 누워서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고,
일행 한 사람은 그들을 위해 등을 두드리고 난리도 아니다.
40분쯤 후 남조풍정도(南詔風情島)에 도착했는데, 상도비(상륙비) 3원을 달라고 한다.
기가차서 그냥 못들은체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계집애 둘이 따라오며 상도비는
안받을테니 자기집 에 밥먹으러 가잔다. 이 조그만 섬이 온통 바가지 상혼으로 칠갑한것이
안타깝다. 작년만 해도 이러진 않았느데...그러고 보니 완장 찬 사내도 몇몇 보이는게,
꼭 여름철 우리나라 해 수욕장 관리인처럼 행세도 하고 다닌다. 거기서 1시간여 보내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11월에 핀 복사꽃도 사진에 담고 동굴에도 들어가 며 보내다.
다시 장경루가 있는 섬으로 갔는데, 여기서도 입장료 5원을 징수한다. 말없이 단체관람객 틈에 섞여간단히 5원을 절약했다.
돌아오는 길에 서안에서 왔다는 중국인 남녀 4명과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 숙소로 오는 차편도 아 주 승용차로 태워준다.
오는 길에 자기네가 머무는 삥관을 가리키며, 밤에 놀러 오란다.
문사장과 함께 대마씨를 까먹으며 고르고 있는데 설매가 와서는 내일 뭐할거냐고 묻는다.
다시 이어지는 어색함. 문사장, 박과 함께 말타고 중화사 가자니 돌아오는 대답은 "됐네요, 아저씨" 하며 토라져 나가버린 다.
우이쒸,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게다가 설매의 옷에 대해서 한 마디 한게 더 부아를 돋구었나 보다.
"야, 너 파커 소매에 때가 끼었네" 이때 당황해 하는 그녀의 눈빛을 보아야 했다.
오늘저녁 야크에 가서 무슨 말로 그녀 마음을 달래지? 저녁을 먹으러 박과함께 조선족아 한다는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영 아니다. 역시 싼게 비지떡이여~!
나온김에 박을 먼저 보내고 옆 이발관에 들러서 이발을 하는데,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녀석이
깐시(머 리에 시원한 향료나 샴푸등을 발라 맛사지 하는것)나 마사지를 원하냐고 묻는다.
물론 은근한 말투의 '요우 샤오지에`(아찌, 예쁜 여자가 할거야)란 멘트와 함께.
다 싫고 그냥 머리만 깎는데 5원이라길래 이발만 기다리는데, 깐시부터 시작이다.
"야 야, 난 이발만 하기로 했어, 5원만 줄거야"라고 해도 계집애는 따오러 따오러(道了)하며 계속 한 다.
머릴 감겨주고 이발후에 5원을 내미니까, 이녀석의 표정이 달라진다.
"임마, 옆에 조선족 식당에서 물어보니 5원이라고 하고, 내가 다른건 필요없다고 했잖아? 공안 부를 까,
아니면 옆 조선족 내 친군데, 데리고 와 볼까?" 벌레씹은 표정의 면전에다 5원짜리를 던져주고`Fuck you'를 뜻하는 제스쳐를 날리고는 이발관을 나오다.
야크의 분위기가 좀 싸늘하고 설매는 오질 않았다. 맥주를 한병 마시다 재미 없어서 싫다는
박 과 함께 고려정 안사장을 만나 광장의 꼬치집에서 술을 계쏙 마시다.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기분, 어긋난 일이 뭔지 꼭히 꼬집어 내지도 못하고, 그렇게 취한 채로 쓰러져 잠이 들다.
12/8 일 맑음-시저우(喜州) 아침 일찍 일어나 애들에게 맡긴 세탁물을 찾으니 완전 엉망이다.언놈 빨래와 섞어했는지, 내의는 남색물이 들어있고, 양말은 지짝 맞는게 하나 없다. 사연인즉슨 빨래를 내것만 해서 널어놨는데, 마르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서 다른거들과함께 같이 세탁물을 돌렸대나 어쟀대나...
종업원녀석 전동 스쿠터를 빌려 희주로 가는데, 1km도 못가서 방전이 다 되어버려 꼼짝없이 다시 끌고 왔다. 빌릴때 부커능 부커능(不可能)한 녀석의 말이 이 뜻이었구나..
희주행 버스에 몸을 싣고 들판을 달리니 한결 상쾌하다. 차장이 4원을 달라길래 주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2원50전이다. 안 따질 내가 아니지. 뭐라 지들말로 지껄이는데, 들을 생각도 않고 노려보고 있으려니 한참후 나보고 빙긋 웃는다. 그걸로 상황 끝이다. 얘들은 욕을 1000원어치 얻어먹어도 1원 벌면 그걸로 만족하는 백성 아니던가! 희주도 예전의 희주가 아니다. 골목마다 장사치에 외국인만 보면 등쳐먹으려는 사람이 길거리에 깔렸다.
시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옛날 악세서리가 있어서 값을 물으니, 100원이란다. 오마이갓!2원 할래, 말래 물으니 30원 달란다.
할 수 없지, 웃으며 국산 퍽큐룰 날리고 돌아서다. 이 사람들 내 제스쳐가 무슨 뜻인지, 나중에 한국사람 만나면 물어보겠지... 논길을 4km정도 걷다가 군인들(해방군) 축구하는 구경도 하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숙소로 돌아오다. 뜻밖에 설매가 날 기다리고 있다.
자기는 내일 징홍가는 비행기표 예매했단다. 그냥 인사만 하고 가려는걸 야크에 가서 술도 나누고 나중에 중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 여럿 앞에서 내 볼에 입을 맞추는 그녀에게 가만히 포옹을 해 주고 좌중들을 위해 내가 한 턱 쏘았다,
타이틀은 이름하야 `姜張再會約束記念會' 로 정했는데 중국애들은 이 뜻을 잘 모른다. 영어로 설명하자 다들 그제서야 고갤 끄덕인다. 내 기타를 빠뜨릴 수가 없어서 튜닝안된 채로 홍민 의 석별을 쥐어짜는 목소리로 불렀다. 나도 내일은 류쿠(六庫)로 떠난다.또 다시 이곳 대리로 올 수 있을까? 뜻밖에도 박이 나를 따라가겠다고 한다. 과연 이 친구가 나의 여행에 도움이 될까, 보탬이 될까? 정처없이 떠돌기로 작정한 몸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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