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금 흐림
아주머니가 해주는 볶음밥을 먹고 옥룡설산으로 향하다. 로컬 버스를 일찍 타고 가면 입장료를 안문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원 지역에 들어서니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따쥬’ 라고 하자 암말 없다.
주차장에 내려 셔틀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케이블카 있는곳까지 걷기로 하다. 케이블카 요금이 110원. 게다가 파커 대여료 10원, 산소 20원이다. 사람이 많아서 긴 줄 끝에서 1시간여를 허비하는데, 말쑥하게 차려입은 녀석들이 먼저 곤돌라에 오른다. 내가 약이 올라서 “야, 차례지켜, 니들은 뭔데 먼저 타냐?” 고 소리 쳤더니, 젊은 녀석이 표정이 일그러 지면서 미안하다며, 나더러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난 한국인인데, 이런 법이 어딨냐고 따졌더니, 다시 미안한데 손님이 바빠서 그런다고 둘러댄다. 아마 지방관리쯤 되는 놈들인 모양.4,590m의 휴게소.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친다. 두통과 현기증, 아래로 내려다 보니 한 쪽은 빙하가 길게 이어져 있고 위쪽으로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설치한 끝까지 올라가니 5,210m표지판이 보인다. 홍콩서 온 예쁜 여자가 사진을 같이 찍자길래 포즈를 취해 주고 춥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태어나서 이런 추위는 첨이라고 호들갑이다. 겨우 영하 4도.
너무 오래 머물 필요도 없을것 같아 곤돌라를 타고 내려 오는데, 아래쪽은 침엽수림이 울창하다. 이 뒤쪽이 내가 가고 싶어하는 호도협이라는데... 셔틀버스를 타고 위락단지까지 와서 다시 로컬버스를 탔는데, 올땐 15원, 갈땐 8원... 무슨조화인지.
내일 모두 호도협 간다고 한참 준비중인데, 나만 못가게 생겼다. 교오코가 버스를 타고 보면 되지 않냐고 권했지만 트레킹이 아니면 무의미 할 것 같아서 아예 생각을 접었다. 집에 전화를 하고 또다시 스팡지에를 거닐다 볶음밥 하나 사먹고 들어오다.
4/28 토 흐리고 가끔 비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다들 호도협으로 가고 나만 덩그라니 남았다. 어딜 갈까 하다가 로컬버스로 백사촌으로 가기로 하다. 백사촌에 닿으니 마을 여자들이 환영의 춤을 추는데, 스팡지에에서 늘 보던 그 춤이다. 사진을 찍자, 노파가 바구니를 들고 와 돈을 넣어 달란다.
오래된 사원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탱화가 유명하단 얘길 듣고 보려해도 갑자기 어두워진 실내에서 제대로 보일 리가 만무. 홍콩 단체 관광객이 내가 저들 일행인 줄 알고 저만치 있는 나를 부른다. 내가 아니라고 하자 그제서야 깨달은 모양. 한적한 시골 동네가 정겨워서 좋다. 보리밭, 밀밭, 그리고 소나무 낙엽을 쌓아 놓고 연료로 쓰는 모습이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내로 돌아와서 사쿠라 카페에 가서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다. 내일쯤은 다시 쿤밍으로 나가야 하나, 고민에 빠져 본다.
4/29 일 맑음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시다. 리지앙 고성을 벗어나 언덕위의 정자까지 올라가 보니 멀리 옥룡설산이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좀더 높은곳에 갈려고 정자에 들어가려 하니 입장료가 15원이다. 단념.
10시경 체크 아웃을 하고 버스를 타려니 아들이 내 배낭을 메고 차 타는곳 까지 배웅을 나와 준다. 4일동안의 숙식비는 모두 100원. 온갖 반찬에 세세하게 신경써 주는 그들 가족들이 한없이 고맙다.
버스를 타고 학경이란 곳에서 다시 샤관행 버스로 갈아타고 세 시간 반만에 샤관 도착. 징홍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택시로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니 버스비가 140원이란다. 120원까지 깎고 나도 바가지 쓴 기분. 7시반까지는 아직 5시간이나 남아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리지앙에서 늦게 출발 하는 건데... 또다시 얼하이 공원에 가서 유람선 3시간 짜리를 타다. 음식도 나오고 그런대로 만족.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니 나만 2인분의 자리를 내준다. 외국인에 대한 배려인지, 아니면 차비를 많이 내서인지 모르겠다. 가끔 ‘가수점’이란 곳에 차를 세워 냉각수를 보충할 때 승객들은 화장실도 가고 요기도 한다. 잠이 좀체 오지않아 꾸벅꾸벅 졸면서 가는데 난데 없는 폭음. 낭떠러지 길에서 타이어가 펑크 났다. 아니 재생 타이어가 아예 파열 되었다. 나는 아찔해 죽겠는데, 누구하나 신경쓴는이 없다 그냥 타이어를 길가에 버리고 다른 것으로 교체 후 다시 달린다.
4/30 화 맑음
펑크부터 휴게소, 물보충, 시마오를 지나 8시가 넘어서야 겨우 징홍에 도착했는데, 사전 정보가 없는 나로선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터미널 근처 빈관에 갔더니 같은 침대버스를 타고온 젊은 중국애가 있다. 둘이서 같은 룸을 셰어하기로 하고 두당 50원. 샤워를 하고 나오니 같이 밥 먹으러 가잔다. 아예 물담배 통은 옆에 끼고 다니며 나더러 한 번 피워 보라고 하는데, 차마 입을 댈 용기가 나지 않는다.
파프리카와 각종야채를 넣은 쌀국수에 맥주 2병, 녀석도 술은 잘 마신다. 숙소 들어오면서 맥주3병을 더 사와서 나누ㅓ 마시는데,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 보니 젊은 여자 하나가 들어 온다. 알고 보니 녀석이 날 위해 불렀단다. 질겁을하며 내보내라고 했더니 돈 걱정은 말란다.
여자는 마사지라도 받으라고 하는데, 내가 화를 냈더니, 녀석이 여자를 데리고 다른 방에 갔다가 내가 자고 있는 새 들어 온다.
아까 녀석이 여자와 대화를 나눌때 ‘성불능 어쩌고 ’하는 말을 떠 올리니 쓴 웃음.
5/1 수 맑음
일찍 잠을 깼는데, 녀석은 서둘러 체크아웃을 한다. 인사도 나눌 새 없이 녀석은 가버리고 나도 더 있을 필요가 없는지라 체크아웃후 짐을 맡기고 길을 나서다. 아침인데도 무지 덥다. 지도를 보며 남쪽길을 따라서 가니 종려나무와 팜트리 가로수가 이채롭다. 다시 길을 꺾어 동쪽으로 가니 보석상이 줄지어 있고 상인이 거의 미얀마인 아니면 인디언이다. 10시 반쯤 짐을 찾았는데, 멍라행 버스가 11시 반에 있단다. 터미널 바로 옆의 호텔 놈들이 이따위라니... 4시간 가까이 걸려 멍라에 왔는데, 국경까진 다시 2시간 반이 걸린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징홍에서 비자 연장을 하고 며칠 머무는 건데... 모한에 도착해서 하루 더 묵어야 한다니 좀 허탈하다. 숙소를 찾으니 제일 싼 곳이 30원. 밥10원, 라면 15원. 다른 도시의 2배 가격. 땀에 젖은 옷 세탁을 하는데 비가 내린다. 멀리 라오스 쪽에선 천둥이 치고. 내일 비가 오면 난린데... 다시 맥주3병을 마시고 잠을 청하는데 몸은 피곤하면서도 잠이 오질 않는다.30여 시간의 버스여행. 리지앙, 다리에선 춥다가 이곳의 낮기온은 35도. 과연 넓은 중국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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