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 일 맑음
밤새 어떻게 왔는지 다리 고성에 도착해서도 비몽사몽간을 헤멘다.
차를 같이 타고온 유람선 선장녀석이 나를MCA까지 안내 해 준다.
하루 10원. 작은 풀장까지 딸린 예쁜 집이다. 핫샤워를 즐기고 밥을 먹으러 No3를 찾아 갔다. ‘문사장’이란 내 또래의 사람, 울산서 세무공무원을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김치찌개로 밥을 먹는데 너무 비싸다.
시내를 이리 저리 쏘다니다가 보니 한글로 씌어진 ‘여행자 쉼터’라는 가게 앞에 썬글래스를 낀 한국 남자가 앉아 있다. 적당히 먹을곳을 못찾아 그리로 가니 아가씨 하나가 라면을 먹고 있다. 진해서 왔다는데, 한국중공업 구조조정 대상자란다. 알고 보니 이 집이 바로 KBS인간극장에 나왔던 박상철의 가게란다. 남자는 그의 친구란다. 셋이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문사장이 왔다. 같이 합석을 해서 꽤 많이 마신 것 같다. 거기서 게스트북을 빌려 숙소로 돌아 오니 대문은 이미 잠겨 있다. 조심스럽게 종업원을 불러 문을 여는데 많이 미안하다...
4/23월 맑음
아침에 눈을 뜨니 옆 침대의 여자애가 나더러 사평시장에 같이 가잔다. 울요일에만 장이 선다길래 선뜻 따라 나서다. 외모가 혼혈아 같아서 물어 보니 아버지는 미국, 엄마는 중국인이란다. 40여분 걸려 도착한 시장은 마치 우리의 60년대 시장풍경. 서양애들 눈엔 어떨지 몰라도 나는 별 흥이 나질 않는다. 게다가 백족 장사치들도 벌써 닳을 대로 닳아 빠졌다. 나 혼자 다리로 와서 세탁을 하고 삼탑사를 보러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서다. 다리를 상징한다는 삼탑도 내게 흥미 없기는 마찬가지. 저녁은 MCA에서 볶음밥을 먹었는데, 아주 맛이 좋다.
아주 웃기게 생긴 대만 녀석이 하나 왔는데, 같이 맥주를 마시다. 40대 중반인데, 일년에 두어 차례 이리로 맥주나 한 달씩 마시다가 돌아간단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불만이 되게 많은 듯. 휴대전화로 지 마누라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나를 바꿔 준다. 누구냐고 묻길래 다리에서 만난 친구라니까 나중에 대만 오면 자기집에 놀러 오란다.
4/24 화 맑다가 구름
아침에 일어나니 미국애가 리지앙으로 간다며 내게 명함을 하나 건네 준다. 자기는 거기 묵을거니까 리지앙서 만나잔다. 오늘으 s중화사 까지 말을 타고 올라가볼 생각이다. 창산이 4,000m급 산인데 어느 용감한 여행자가 정상까지 올랐다던가... 마부들에게로 다가가니 서로 자기말을 타고 가자고 아우성이다. 그중 순해보이는 영감을 택했다. 말은 모두 조랑말 크기이다.1시간 반쯤 걸려 중화사 도착 한눈에 다리와 얼하이가 들어 온다. 과연 얼하이 호수가 귀처럼 생겨먹었다. 나혼자 말을 타고 가면 이놈이 사람 말을 들을 생각을 않고 아무데서나 서서 풀을 뜯다가도 영감의 쭈어(走)소리만 나면 부리나케 걷는다. 절벽을 깎아내고 길을 낸 운유로가 호젓하고 운치가 있다. 좀 더 가자 계곡이 나왔는데, 커다란 폭포도 있다. 지금은 수량이 별로인데, 흔적을 보아하니 우기엔 굉장하겠다. 중화사로 돌아오던 중 같은 숙소의 영국여자애를 만났는데, 경치에 탄복을 한 듯 나보고 수다를 떤다. 마부영감이 밥을 먹자길래 나는 먹지 않고 시켜 주었더니 고사리, 돼지고기 볶음에다 밥을 두 공기나 먹는다. 밥값도 20원. 내 나이를 묻길래 48세라고 하자 30대 중반으로 봤다며 놀랜다. 자기는 62세라는데, 70대로 보인다. 내려올땐 아예 나에게 고삐를 쥐여 주고 천천히 고사리를 꺾으면서 내려 온다. 다리에 와서 다시 샤관의 얼하이 공원으로 가니 별 볼게 없다.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데, 어떤놈은 여자앞에서 버젓이 거시기에 비누질을 하고 있다. 망해전까지 힘들게 올라가 봐도 창산에서 보는 경치만 못해 돌아 나오고 말다. 숙소 와서 샤워를 하고 나가니 누가 ‘삼환기업’ 타월을 널어 놨다. 한국인이 체크인 한 모양이다.
/25 수 맑음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야채국과 밥을 시켜 먹고 리지앙으로 향하다. 차는 새차인데 시트사이가 좁아 너무 불편하다. 얼하이가 끝나는 지점에서 차가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더니 냅다 고원을 달린다. 군데 군데 군시설물도 보인다. 집의형태도 다리의것과는 사뭇 다르다. 중간에 검문이 있었는데, 신혼부부인듯한 남녀의 몸을 수색하고 짐을 검사한다. 여기서는 경찰이 어떤 짓을해도 아무도 뭐랄 사람이 없나보다. 1시반쯤 리지앙 도착해서 명함을 보여줘도 아무도 위치를 모른다. 겨우 5.1가에 가서 어느 가게에 물었더니 주인이 전화를 하더니 날 바꿔 준다.
나보고 거기 있으면 데리러 간다고 한다. 샹그리라 커잔. 나시족 고유의집 구조 그대로이다. 이쁘장한 여자애가 하나 책을 읽고 있는데, 교오코라는 일본애. 다리에서 만난 제니퍼도 나를 반긴다. 주인여자는 수더분한 인상의 40대. 볶음밥을 만들어 주기에 배가 안고프다니까 여기선 뭐든지 잘 먹어야 한다며 반 강제로 밥을 안긴다. 교오코는 서울에 쇼핑을 하러 온 적이 있다는데, 김치와 돌솥비빔밥, 불고기가 맛있었단다. 저녁시간이 되자 각국대표가 다 모였다. 한,증,일, 미, 캐나다, 프랑스,스위스... 반찬을 9가지나 만들었는데, 다 맛이 있다. 덕분에 배가 불러 움직이지 못할 지경이 됐다. 배도 꺼트릴 겸 거리 구경에 나섰는데, 과연 세계 문하유산에 지정될만큼 아름답다. 길로 접한 집들은 모두 가게를 냈지만 돌로 포장된 몇 백년 된 길은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스팡지에에서 나시족들이 중간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우리의 강강수월래같은 춤을 피리에 맞춰 추는데 우리집 손님들 모두 손을 잡고 춤을 추기에 재미를 붙였다.
4/27 목 맑다가 흐림
‘운남성의 날씨도 흐릴 때가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으로 구름을 보았으니... 호도협을 가자는데, 자신이 없다. 그놈의 가죽 샌들이 말썽을 피웠다. 양쪽 발에 온통 물집. 다시는 중국제 샌들은 사지 않으리라. 아침을 쌀국수로 먹고 흑룡담 공원으로 향하다. 20원의 입장료를 주고 들어가니 먼저 눈에 띠는게 리지앙 골목을 흘러 내리는 옥류의 발원지가 여기라는 느낌. 어떻게 땅속에서 쉬않고 저렇게 맑은 물이 펑펑 솟아나는지... 아주 오래된 노거수도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동파 문화원에 들렀는데, 그들의 원시적인 문자가 정겹다. 그러나 어찌 보면 약간의 인위적인 상술도 묻어난다. 상산을 오르다가 구름낀 날씨에 볼것도 없어서 도로 내려오다.
시내로 나왔다가 다시 고성지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결국은 어느 큰 문안으로 들어섰는데, 알고 보니 목부이다. 결과적으로 입장료를 안내고 옆문으로 들어 온 꼴. 옥음루, 광망루, 삼청전, 의사청, 만권루, 호법전 등 옛날의 누각위치를 설명한 모형을 보니 우리의 궁궐 정도는 되는 규모. 그러나 다 현대에 새로 지은 것들이라 흥미 반감.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데, 일본애가 하나 들어선다. 영어를 제법하는데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 토요타에 근무한다는데, 현대자동차를 아냐니까 모른단다. “ 너, 토요타 식품에 다니냐?” 고 묻자 모두 웃음이 와그르... 그런데 이 자식이 한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냐고 묻는다. 내가 “응, 일본사람 말고기 즐기것 처럼 일부가 식용견을 먹는다” 라고 하자 서애들이 모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교오코가 밥을 먹다 녀석에게 그만하라고 눈을 흘긴다. 밤엔 또 스팡지에로 나가서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며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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