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0중국여행

3 장강을 따라 배로 충칭을 향해

베싸메 2013. 4. 8. 09:48

 

 

4/10 화 비

밤새 비오는 소리 바람소리에 잠을 못이루다 벨보이의 모닝콜을 듣고 잠을 깨니 6시. 마리가 외투같은 옷을 입고 호텔로 왔다. 아니나 다를까 온도계를 보니, 맙소사! 5도...

비바람을 헤치고 겨우 택시를 잡아 부두에 도착하니 대합실에서 웬 젊은애 하나가 오돌 오돌 떨고 있다가 일본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녀석은 다짜고짜 환전하는데가 어디냐고 묻는데, 행색이 반팔티셔츠에 슬리퍼 차림. 녀석이 어젯밤 의창에서 배타고 왔는데, 중국돈이 없어서 꼼짝 못하고 여기서 밤샜단다. 마리에게 물으니 장안로에 있다고, 자기사무실 옆이니 자기가 데려다 주겠단다. 마리와 객실에 들어가 보니 2인실인데, 제법 깨끗해서 당장 불편은 없겠다. 이제 마리와 헤어질 시간... 녀석의 눈에 눈물이 맻혔다. 나도 괜히 콧잔등이 시큰하다. 살포시 안아주고는 트랩을 내려가는 그녀에게 손을 흔든다.

괜히 갑자기 찾아가서 애만 먹인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 없다.

어제 기온은 27도, 오늘 기온은 5도. 문득 어제 길거리에서 본 신문의 제목이 ‘춘풍한파’ 였던가? 방안에도 히터는 없고, 안락의자에 앉아 이불로 몸을 덮어 본다.마리가 우한의 날씨는 어린애의 얼굴과 같다 라고 했다.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너무 추워 밖으로 나갈 업두는 나질 않고, 할 짓이 없다. 이 배는 3,000톤급이라는데, 1등~5등실까지 있는데, 요금도 천차만별. 아예 산석이라고 해서 밖에서 자는 사람도 있을 지경.창문 밖으로 애들과 이불을 둘러 쓴 여인의 피곤한 얼굴이 안쓰럽다.매점에 가서 해바라기씨를 한 봉지사고 문을 닫으려니 말썽을 부린다. 책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일기를 쓰다가... 시간은 더디 흘러간다. 밤에 백주와 환타를 사와서 섞어서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에 진동이 온다.무슨 일인가 놀라 모두 밖에 나오고, 방송에서는 ‘메이요우 원티“ 라는 멘트만 흘러 나온다. 중국말 하나 배웠다. 문제없단 말이지...

11시경 어딘가에 정박을 하고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1시간쯤 후에 다시 출발하는 것을 느끼며 꿈나라로... 좀 안추웠으면 좋겠다.

 

 

4/11 수 맑음

6시쯤 잠을 깼다가 추워서 다시 이불속으로. 10시 경 밖을 내다 보니 해가 났나 본데, 내방쪽은 아직 음지다. 사발면을 하나 먹고 밖으로 나서니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본다. 내가 그들과 뭐가 다른가? 복무원 아가씨는 일부러 내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알고보니 관광객은 모두 크루저를 타지 이런 여객서은 안타는 모양.1층은 식당 2층은 가라오케, 오락실이 있고 3층은 식당, 이런 식이다. 2등실이나 3등실엔 아예 사람이 들지 않았다. 대신 데크엔 산석표를 산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5등실에도 못타고 가나 의아하다.

복도에 우리나라에서 못보던 오락기를 하고 있는데, 칩을 넣고 바를 움직여 동전을 떨구는 식인데, 허름한 친구들이 벌써 많이 잃었는지, 씩씨거리고 있다. 보아하니 100원이상을 잃었다고 울상이다. 쯧쯧 장사는 괜히 할까?

한쪽 바닥에선 낡아빠진 카드로 돈놓고 돈먹기가 한창.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우루루 피해버리고, 애들도 카메라만 대면 깔깔거리며 도망가기 바쁘다. 중간에 배가 서기에 땅콩, 삶은계란등을 사다.젊은 부부가 하나 내게 접근하더니 남자가 내게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느냐, 나이는 몇 살이냐를 묻는다. 난 흥미가 없어서 대답을 건성 건성했는데, 알고보니 지 마누라가 물어보라고 시켰단다.

 

4/12 목 맑음

오늘은 날씨가 많이 좋아졌다. 컵라면 하나를 먹고 밖으로 나가니 여기서부터 장강삼협이란다! 좁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깎아지른 절벽, 삼국시대에 냈다는 군사로(바위를 파서 만들었다), 푸른 숲. 눈 가느곳 마다 절경이요, 기경이다. 사진은 찍고 싶으나 거리가 너무 좁아 어려울 정도로 강폭이 좁아졌다. 내가 가진 쌍안경, 워크맨, 카메라,전자사전이 다 tlsarl한 모양, 보자고 하더니 아무데나 함부로 막 눌러댄다. 巫.山,東巴,鳳節을 거쳐 가는데, 봉절에선 무려 네 시간이나 정박한다. 다시 출발해서는 강폭이 좁아서 배가 교행을 못하면 다른배가 갈때까지 한 시간도 기다린다. 저녁엔 2등실에 묵는 여자에게 식당밥이 너무 짜서 못먹겠다고 하소연하자 배에서 내려서 밥을 대신 사준다. 도시락속의 곤약이 정말 맛있다.

방에 있는데, 두 사람이 오더니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내가 놀라 영어로 뭐냐고 계속 소리치자, 놀라서 황급히 나가버린다. 좀 있으려니 말쑥한 중국인 하나가 들어오더니 나를 훑어 보며 중국어로 뭐라 뭐라 하는데, 난 이사람의 정체가 궁금하다. 나중에야 표를 보여 주는데, 이 방의 승객이다. 아까의 젊은 애들은 부하 직원인 듯. 둘이서 몇 번의 필담이 오가다가 갑자기 웃으며 악수를 청해 온다. 알고 봤더니 날 건방진 일본인인줄 알았다가 내 책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고선 반갑게 대한다. 이 사람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중국경상부 공산당 서기란다. 내가 높은 계급이냐고 물으니 장쩌민도 공산당 서기라며 웃는다. 그나 저나 독방시절도 오늘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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