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화 맑음
롱셍 중학에 가니 8시도 안돼서 한창 수업중이다. 이곳학교는 수업시작시간이 매우 빠른것 같다. 시골학교 답게 시멘트로 만든 탁구대나 텃밭의 바나나 나무, 학교의 역사를 말해주는 고목나무... 아침을 먹고 핑덩행 차에 오르다. 중형버스가 자리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길가 풍경 감상은 고사하고괴로움에 시달리다 11시 핑덩 도착. 싱글10원짜리 숙소를 정했는데, 이곳엔 아예 외국인이 발길을 안하는지 온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
마을 이리 저리 다니며 보니 동네마다 고루가 한 채씩 서 있는데, 오씨, 호씨등 일가붙이가 모두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는 듯 하다. 고루에 가면 기부금을 받는데. 1원부터 10원까지, 거의 7~8개를 돌아보고 점심 후 풍우교에 가기로.5원에 돼지볶음 한 접시, 야채볶음과 밥. 포식을 한다. 1949년에 국공전때 공산당이 세워줬다는 이 다리는 고색창연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다리에 지붕을 씌웠으며 난간엔 쉴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신원행 차
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같은 차의 여자애들이 오늘은 신원에서 나오는 차가 없단다. 부부는 자기집에 재워 준다고 했으나 짐이 모두 려사에 있는데 그럴 수는 없어서 도중에 내려 핑덩쪽으로 가는 농부의 경운기에 실려 돌아오다.
시장구경도 하고, 동네사람들과 맥주도 마시고, 이런데서 한 사흘 보냈으면 싶다.
안쪽 동네로 가서 애들이 돈을 걸고 골패 노름을 하는데 옆에선 어른들이 구경하고 있다.
조그만 학교로 가니 우리 어렸을 때 놀던 그대로 비석치기, 오자미, 굴렁쇠,사방놀이 땅다먹기...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 진다. 교장을 만나 보니 88년부터, 교사는 中師출신인데, 74년 임용됐단다. 연봉순이 아니라 배경이나 출신학교 순인 듯.
비가 부슬 부슬 내리기에 안마집으로 가서 10원짜리 전신 안마. 미용실을 겸하는 허름한 집인데, 시트가 꼬질 꼬질하다. 어쩌겠는가, 달리 할 일이 없는데...
2/18 수 맑음
7시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아직도 구름 가득. 신원으로 갈까 하다가 리핑 못미친 롱에로 가기로 하다. 한창 가다가 아침 먹으라고 차를 세운다. 쌀국수 1.8원. 먹을만 하다.
안개 속을 한참 달려 산지앙 가는 갈림길에 내려 주는데, 아예 산지앙까지 가기로 맘먹다.
산지앙 도착 후 숙소를 알아보니 큰 도시답게 가격대도 여러 가지. 그러나 마땅한 곳이 없어 짐을 맡기고 도시구경. 산지앙 언덕에 높은 고루가 있길래 헐떡거리며 가서 사진을 찍는데 오후라서 모두 역광이다. 점심을 먹고 리핑가는 버스를 타다. 길가 농촌에 물을 대는 물레가 인상적이고, 차가 멈추면 동네 꼬마들이 몰려 오는데, 모두 콧물을 한껏 물고 이방인을 신기한 듯 쳐다 본다. 사진을 찍어 보여 주니 제가 봐도 웃기는지 난리다.
리핑 도착후 숙소를 찾는데 모두 형편 없어서 그나마 새로 지은 건물로 갔더니 화장실 욕실도 없는 곳이 10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근처 학교로 가니 밤에도 교실마다 불이 훤히 켜져 있다 우리로 치면 자율학습인가? 그러고 보니 교실 한쪽엔 기숙사도 보인다.
동네로 돌아 오니 흰 두건 쓴 남자들과 불을 밝힌 마당, 여자들의 울음소리. 초상이 났나 보다. 식당에 가서 느타리볶음과 유채볶음. 맥주 3병. 자는데 좀 춥다.
2/19 목 맑음
7시 일어나 고루 사진을 찍으러 가는데,동네사람들 모두 두건을 쓰고 상가집에 모여 든다. 나발을 불고 통돼지 한 마리가 발인장소에 놓여지고 사자를 위한 밥상이 차려지고 곳곳에 오늘 문상객이 먹을 음시기 가득 놓여 있다. 관에는 담요를 씌우고 우산을 받쳐 놓았는데, 여자들은 관을 잡고 통곡한다. 거의 우리 옛 상례풍습이나 비슷한 듯. 퇴방을 하고 차를 타러 갔더니 11시에나 차가 있단다. 식당에 가서 미시엔을 시켰는데, 좀 있으려니 상여행렬이 움직이는데, 앞에선 폭죽을 터뜨리고 주인 여자도 얼른 흰 두건을 쓰더니 길로 뛰쳐 나간다. 상여꾼들이 길에서 안가려고 버티면 상주들은 엎드려 그들에게 절을 하고, 그러면 몇 발짝 가다가 또 서고... 11시에 온다던 차가 1시 반이나 되어서 왔다. 비포장 도로에서의 먼지와의 전쟁... 길가로는 유채꽃이 풍성하게 꽃망울을 터뚜리고 차는 좁은 길을 하염없이 가다. 세 시간 걸려 리핑에 도착해서 초대소에 가서 표준방을 30원에 얻다.
이곳의 건물양식은 다른 곳과 사뭇 달았는데, 민족이 다른 듯하다. 내의와 양말을 세탁하고 선풍기를 틀어 놓은채 저녁을 먹으러 시장통으로. 볶음밥과 볶은 야채 . 피시방이 보이길래 가서 한글을 깔려고 했으나 도저히 느려 터져서 포기. 옆에 바가 있기에 맥주를 마시다. 술을 마시고 있던 젊은 애들이 한국인라니 관심을 보인다. 중국에서 한국 가는데 야진이 20만 위안이라길래 설마 그렇게 많겠냐고 하자 정말이란다. 이들이 파스타치오와 차도 나눠 마시고 얘길 나누다 숙소로 돌아 왔는데 약간의 감기기운
.
2/20 금 맑음
9시 카이리행 버스를 타러 가다. 고속도로를 간다기에 기대를 했는데, 천만에 말씀. 군데 군데 공사하느라 파 헤쳐진 길을 꾸불거리며 가는데, 감기약까지 먹었으니 죽을 맛. 게다가 시골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여기 저기서 토를 하는 통에 차안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휴게소에서도 입맛이 없어서 콜라 한 병 마시고 다른건 못먹겠다. 겨우 귤 몇 개를 사서 차에 올라 조금씩 먹는데, 약기우이지 잠이 온다.
9시간 걸려 카이리에 와서 방을 얻으려니 외국인은 초대소는 안되고 무조건 3성급호텔에 들어야 한단다. 방값은 280원. 깎아달라고 하니 아예 다른데로 가란다. 이리 저리 숙소를 찾아 헤메다 오기가 나서 기차역으로 가서 무한행 차표를 달라니 없단다. 경찰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니 전화로 이리 저리 알아 보더니 T88 차표를 사 준단다. 254원을 달라고 하더니 순찰차를 타고 갔다가 표를 건네 준다. 파출소에 배낭을 맡기고 저녁을 사먹고 이리 저리 쏘다니는데, 몸이 괴로우니 모든게 귀찮다. 피시방에 갔으나 역시 한글이 안된다. 야후계정으로 영어로 쓴 메일 몇 통 보내고 역으로 와서 기차에서 먹을 음식구입. 1시에 무한가는 기차가 와서 비로서 차에 오르다.
2/21 토 흐리다 비
7시경 잠을 깼는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같은칸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길 나누며 사발면을 하나 먹다. 주조공장을 하는 사람은 자기 회사에 조선족이 많단다. 그리고 귀양에서 근무한다는 경찰. 두 사람은 우리 눈치만 보며 대화에 끼어 들질 않는다.
5시 반경 우창역에서 내려 마리네 집엘 가볼까 하다가(원래 마리를 만나려고 우한 온건데) 폐가 될것 같아 우선 숙소를 찾기로 했다 대도시라 방값이 너무 비싸다. 차라리 북경까지 가 버릴걸... 역으로 가서 청도행 차표를 사다. 보쾌인데 317원이란다!
저녁을 먹고 약을 산 후 마리에게 전화하니 준지에와 함께 있다고 어디 묵느냐고 찾아 오겠단다. 지금 몸도 아프고 해서 내일 청도로 가서 귀국해야겠다고 하니 차표 무르고 자기집에서 며칠 쉬다 가란다. 아버지도 날 보고싶어 한다며... 다음을 약속하고 미안하다며 호텔위치를 가르쳐 주질 않고 방으로 들어오니 아까 맡지 못했던 이사한 냄새가 난다.
프런트에 가서 방을 바꿔 달라니 직원이 와 보더니 자기는 아무 냄새도 못맡겠단다.
짜증을 내면서 창문 큰 방으로 바꿔 달래서 짐을 옮기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다.
또 마시는 맥주. 일단 뻗어 보고 도저히 못 일러나면 마리네 집으로 가리라...
2/22 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기운이 많이 가셨다. 기차를 타러 갔는데, 역무원과 차장이 승객들을 마치 유치원생 다루듯 통제를 한다. 사람들은 꼼짝없이 따르고...
내침대엔 상위계급의 군인 부부와 대머리 하나. 머릴 길게 기른 젊은 친구 하나. 내가 론리 플래닛을 일고 있자니 관심을 보인다. 창밖 풍경보기도 지겹고 눈을 감고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시간 보내다 식당칸으로 가서 맥주 두 병. 사람들이 말 걸어와도 중국말을 못하는 척 자리에 들어와 눕다.
2/23 월 맑음
9시40분 청도도착. 삐끼를 따라 이리 저리 다녔으나 깨끗한 곳을 찾지 못해 녀석을 보내고 아예 내가 바닷가의 220원짜리 난방이 잘 되는 깨끗한 빙관에 들다.난산시장과 태동루를 둘러 보고 까르푸에 가서 다기세트 몇 개를 사고 청산녹수와 녹차 몇 근을 사서 돌아오다.
밤엔 바이셩 근처의 카페에 가서 남은 중국돈을 공항가는 차비만 남겨두고 다 쓰다.
버드와이저 한 병에 20원. 젊은 남녀 여럿과 함께 마지막 중국에서의 밤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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