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맑음
슬리핑백 속에 두었던 물이 얼어 있다. 온 몸이 우두둑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굳어있다.
모두가 죽을 상이다. 가이드들은 말에게 물을 끓여 여물을 먹이고, 정작 지네는 찬 물에 그대로
세수를 하고있다. 장작 불가에 둘러앉아 불을 쬐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대로 설산을 넘어 1박을
더하면 사고 난다. 그냥 오늘 돌아가자" 이게 대세였다.가이드들은 먼젓팀은 잘 갔다고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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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견대로 하기로 합의. 대신 녀석들에겐 두당 얼마씩 주기로 하다. 오히려 우리가 돈을 돌려받
아야 하는데,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 못됐다.
유병에 감자 찜으로 식사를 하고 왔던길을 되돌아 오는 패잔병의 몰골이여...
송판 오니 4시, 홍콩애들은 항공편 리컨펌 하느라고 정신 없는데,같은 호텔 잡아놓고 혼자서 양루츨
에 맥주를 마시고 있으려니 공안제복을 입은 눈 큰 여자가 양루츨을 사면서 내게 관심을 보인다.
묵는 호텔 이름까지 묻고 나서는 자릴 뜨는데, 난 그 길로 장족애들 식당에 가서 마시고, 방에 돌아
오면서 또 맥주를 사갖고 와서 마시고, 일어나니 벌써 해는 떠 있었다.

11/23 토 맑음
홍콩녀석이 5시30분이 되자 문을 두드린다.
겨우 눈곱떼고 서둘렀는데, 차는 7시 반에야 출발. 내 잠 돌리도, 이 멍청한 홍콩놈...
차는 죽도록 달려서 도강언 시외로 들어섰는데, 길 바닥에 깔린게 경찰이다. 특히 예쁜 여경이 요소
마다 배치되어 있다. 이유인즉슨 VIP행차랍신다. 난 또 한국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데모나 하는 줄 알
았지... 점심으로 호두를 5원어치 사서 찻간에서 까먹다.
터미널 도착하니 교통반점 차가 픽업하러 와 있다. 체크인을 하고 아농에게 전화했더니 반가운 음성.
나중에 알고 봤더니 중국에선 모바일 폰도 외지에서는 무조건 `0'를 눌러야 한단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아농은 내일 8시쯤 호텔로 오기로해서 스촨 대학을 가다. 애들이 활기도 넘치고 본관, 부속
건물이 멋있다. 대학 구내식당에서 볶음밥을 시켜먹는데 관심이 대단하다. 차도 날라다 주고 여러가
지 얘길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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