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산, 그리고 꽃들/산에 가 보니...

[스크랩] 소백산

베싸메 2006. 12. 16. 21:57
 

소백산(1439.5m)                                               


산행일 : 2006. 12. 13. 수.  흐림

소재지 : 충북 단양군

참가자 : 수요만남산악회원

산행로 : 어의곡매표소(12:20) - 비로봉(14:20) - 대피소(14:40-15:20) - 제1연화봉(16:00) - 연화봉(16:30) - 희방사매표소(18:00)         약 5시간 40분


  수요만남과의 산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근무를 작파하고 동래역으로 나가니 대형님 과 회장님 총무님등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정담을 나눈다.

  부산을 출발하면서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남해고속도로의 정체로 시간이 조금 지체된다. 차창을 적시는 겨울비가 반갑지는 않지만 소백산에서는 눈이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12시를 넘어선 시간에 산행들머리인 어의곡 매표소에 도착하여 기념사진과 인원점검을 하고 줄을 지어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초입의 완만한 길을 오르는 데에도 등에 촉촉하게 땀이 흐를 만큼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없다. 잔설이 희끗희끗 보이고 계곡의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흰눈이 제법 쌓여 있다.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쉬는 동안 과일을 나누어 먹고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즐거운 산행을 한다.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지나고 또 키 작은 산죽나무에 쌓인 새하얀 눈에 감탄을 하고 눈밭에 누워 포근한 눈의 감촉을 느끼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정상을 향한다.

  비로봉의 모습이 보이면서 좌우로 시야가 터지는 정상부근에 도착하면서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그 차디찬 칼바람속에 펼쳐진 소백의 설원은 눈이 시리도록 짜릿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가녀린 가지에 흰눈을 덮어쓰고 바람을 맞으면서도 강인하게 버티고 서 있는 나무들과 주목의 모습.... 바람에 흩날리는 눈가루가 하얀 신기루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속을 묵묵하게 걷는 사람들은 수도자의 모습처럼 경건하다. 그래서일까.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살을 에는 바람속에서도 그 속으로 흡인해 들이는 묘한 힘에 이끌리듯 걸음을 옮긴다.

  14:20분, 드디어 비로봉 정상에 서다. 정상에서는 사방이 거칠 것 없는 일망무제의 조망을 보여준다. 남북으로는 연화봉에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힘차게 흐르고 주변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은 비로봉을 시립하듯 사방으로 둘러 서 있다. 찬바람만큼이나 가슴속으로 시원하게 밀려드는 감동속에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대피소에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선두팀이 모여 앉아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나누어 먹으며 늦게 온 우리를 반긴다. 한쪽에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꺼내 놓으니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다. 공주님이 준비해온 반찬은 눈과 배 모두를 풍성하게 만족시키고 토담님이 가져오신 양주는 캬!! 술이 조금 고팠는데...  식사후 눈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코스는 제1연화봉과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로 내려서는 긴 구간이다. 대피소를 나서서 잠시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을 한다. 오른쪽은 주목군락지를 거쳐 천동리로 내려서는 코스이다.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지는 연화봉 능선길은 철쭉나무가 좌우로 터널을 이루고 포근하게 눈이 쌓인 길을 걷는 부드러운 코스이다. 간간히 터지는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기분도 그만이다. 저멀리 연화봉의 천문대와 그 너머 제2연화봉의 통신탑이 보인다. 약 40분 후 제1연화봉 정상에 도착하고 거기에서 다시 30분을 걸으니 오른쪽으로 천문대를 지나 조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길과 연화봉, 희방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만난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계시던 회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며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는 급히 출발하신다. 잠시 쉬면서 따뜻한 꿀물을 한잔 마시니 추위와 피로가 가신다. 연화봉에서 희방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특히, 희방사 바로 직전에 만나는 돌계단 내리막길은 깔딱고개라 불리는 말 그대로 대단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에 길 가운데에 설치한 철난간을 잡고 내려가자니 마라톤 후 회복되지 않은 무릎도 시려오고 아이젠을 착용한 발에 묵직한 고통도 전해온다.

  희방사에 도착할 무렵엔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아이젠을 벗고 랜턴을 준비하면서 한참 뒤에 따라오고 있는 후미조가 걱정이 된다. 어둠과 미끄러운 눈길을 별탈없이 지나오기를 기원하면서...

희방폭포의 장관을 잠시 감상하고 포장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니 앞서 내려온 선두대장과 일행 그리고 회장님과 총무님등이 보인다.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하면서도  역시 후미조에 대한 걱정이다. 후미조를 태우기 위해 버스와 택시를 올려보내고 따끈한 어묵탕에 소주를 나눈다. 약 1시간후 모두 무사히 도착하고 하산주를 마친 다음 풍기읍내의 아주 아담하고 소박한 목욕탕(?)에서 살을 부딪혀가며 샤워를 하고 부산으로 출발....

  - 요 목욕탕도 참 추억거리가 되네요. 스무개 남짓한 옷장밖에 없어 옷을 벗어 탈의실 바닥에 그대로 두고, 열명 정도가 들어가 다리를 펴지도 못하고 옹삭하게 앉아 있던 모습, 그래도 재미있게 웃던 기억 모두가 한 페이지의 추억이 됩니다 -


  다들 느꼈겠지만 늦어지는 일정에도 불평보다는 걱정을 하며 격려와 위로를 하던 그런 모습들은 수요만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한 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을 사랑하고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산에 같이 가는 사람들을 위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수요만남의 님들이 자랑스럽고 다음의 산행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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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푸른 산! 파도소리!! 그 아름다운 세상..
글쓴이 : 해조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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