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중국여행(2001.9~10)

10

베싸메 2013. 4. 5. 15:58

 

9/24 월 맑음

아침에 오트밀을 데워서 먹고 있는데, 우리 방에 일본 녀석 하나가 꾀재재 한 꼴로 나타났다. 티벳쪽에서 빠져 나온다는데, 감기가 잔뜩 걸려 있다. 약과 오트밀을 나눠 주자 아주 고마워하며 허겁지겁 음식을 삼킨다. 9시 반경에 나타난 양매화와 공안국을 찾아갔는데, 북경로에 있는 것은 비자업무를 처리하는곳이 아니라며 동풍로에 있는 공안국 외사과의 약도를 준다. 다시 택시로 그곳에 가니 이번엔 묵고 있는 호텔영수증을 제출하란다.

다시 숙소, 그리고 공안국... 이틀 기다리라는걸 곱상하게 생긴 직원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비자를 당일치기로 받아냈다. 아마 이것들이 급행료를 요구하려한 듯.

이젠 매화가 아예 내놓고 징징거린다. 내가 오늘은 오지 말라고 했는데 나타난게 자기인데

이제 가도 된다니까 돈을 좀 달랜다. 좀 많이 쥐여 줄까 하다가 30원을 주고 보내고 말다.

양을 보내고 돌아서니 최사장이 어떤 중년의 중국 여자와 함께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여자는 나이가 적어도 4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데, 이런 용모의 여자가 어떻게 최사장을 만나 정이 들고 돈까지 뜯어낼까 의아심마저 든다. 최병욱이 디스 한 갑을 준다. 그리고는 나중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숙소에 오니 뜻밖에 해연이 와 있다. 그런데 양매화도 저쪽에서 웃고 있다. 반가운 마음이 반감된다.·저 염치없는 계집애가 해연을 여기까지 불러낸게 틀림 없어‘ 해연네와 같이 택시로 동풍서로의 백화점으로 가서 패션매장의 스커트 하날 골라 가격을 물어보니, 755원! 이건 오히려 한국보다 더 비싼 것 같다. 질겁을 하고 해연을 보니 많이 아쉬운 눈치. 하긴 녀석이 그 옷을 입으니 맵시도 남다르긴 하다.

차라리 나중에 한국 가서 옷을 하나 사서 부쳐 주기로 하다.

식당가서 과교미선을 먹는데, 아가씨 둘은 닭발 찐것도 시켜서 먹는데, 꼴값 떤다고 양이 먹는 꼴이 너무 볼썽 사납다. 온 바닥에다 이쪽에 한 번 퉤, 저쪽에 한 번 퉤...

해연은 뼈를 접시 한 쪽에 다소곳이 모으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숙소에 돌아 오니 리지앙에서 만났던 강사장이 샤워장에 가다가 나를 발견하고 부른다.

반갑기는 하다만, 별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인데, 술 한 잔 하자는데 거절 할 수 도 없고

 나가서 꼬치를 안주로 백주를 나누다. 스테판 김이 알고보면 전라도 사람이니 어쩌니 하면서 혼자 흥분을 하다가 이번엔 우리 고길 잘 못 굽고 있다며 장사를 향해 주먹을 울러 맨다. 여하튼 못 말릴 사람이다.

해연은 아저씨 집에 늦기 전에 가야한다고 해서 보내고 일본애와 호텔 바에서 맥주를 두 병 더 마시고 잠들다.

 

9/25 화 비 오다 맑음

9시쯤 눈을 떴는데, 속이 영 별로다. 화장실 갔다 오니 해연과 매화가 찾아 왔다가 로비에서 기다린단다. 샤워 후 내려 가서 둘을 만나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넘어 갈 리 만무다.

볶음 국수를 시켜 주고 둘에게 이제 가 보라고 하자, 해연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도 너무 섭섭해서 해연을 살짝 포옹하며 볼에 입을 맞추다. 매화의 뜨악한 시선은 무시.

곤명역 앞에 있는 도매시장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6원을 주고 찻병을 하나 사다.

커피, 치약, 물을 사고 숙소로 돌아와서 일본애와 많은 얘길 나눴다.25세짜리 치고는 생각이 많이 여물어 있다(이 녀석을 다음 해 라오스에서 만날 줄이야!) 주소를 서로 교환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5층 담당 여자가 뭐라하며 리셉션에 가 보란다.

내려가니 20원을 더 달란다. 아마 체크아웃 시간땜에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마구 역정을 내자 야진을 내 주면서 궁시렁 궁시렁...6시30분 역에 가서 기차에 올랐는데, 단체 관광 온 중국 사람들과 함께다. 이것들이 하도 떠들어서 다른 곳으로 피해서 일기를 쓰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구주성에선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한다고 아예 박스안에 강조를 해 놓았다. 대체 도둑놈이 얼마나 많길래 이렇게 강조를 해 놓았을까?


9/25 수 맑음

귀양 도착 하기전 황과수 폭포에 대해 알아보니 안슌에 내리는게 가깝다고 한다.

지도를 봐도 그런 것 같고, 새벽에 안슌에 내리고 말았다.

역 광장에서 황과수 행 차를 타려니 2번 버스가 간단다. 일단 탓는데, 배낭을 자꾸만 운전석 옆 보닛 위에 두란다. 차가 그리 비좁지도 않은데... 이게 결국 화근이었다. 여자 둘과 키 큰 녀석 하나, 그리고 주위에 둘 정도가 날 에워싸고는 괜히 바닥에 가래침도 뱉고 하기에 자꾸만 외면을 하면서 빨리 차가 로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길 기다리다.

터미널 도착해서 배낭을 꺼내는데, 조수 녀석이 한 쪽을 가리키며 저기가 치처쟌이니 어쩌니 하길래 알았다며,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내렸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뿔싸, 그동안에 내 주위의 것들은 조수까지 포함해서 모두 바람잡이. 뒷 주머니의 지갑까지 털렸다. 호주머니가 찢긴 것이다!

시장통에서 사람들에게 내 주머닐 가르키며 공안이 어딨냐고 물어도 대답은 메이요우.

당황해서 멍청하게 서 있는데, 한 여자가 내게 다가서며 길 바닥을 가르키며, 저게 네 지갑이 아니냐고 묻는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정말 내 지갑이 떨어져 있다.

뛰어가서 지갑을 집어 들고 보니 벌써 텅 빈 지갑이다. 여자가 내게 다가와 계속 뭐라고 지껄이는데 가만 눈치를 보니,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 아까 차에 탔던 키가 유난히 큰 가래침 뱉던 놈이 눈에 띈다. 직감적으로 ·이 여자랑 그들이 다 한패다‘는 생각이 들며, ·이 여잘 잡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쫓아야 하나’ 판단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잡다 보면 이 패거리들이 날 그냥 둘것같지가 않다. 주위엔 사람들이 자꾸 모여 들고... 그 새 이 여자가 달러와 여권이 든 왼쪽 건빵 주머니까지 반쯤 찢어 놨다. 말없이 여자를 한참동안 쏘아보며 패거리들에게도 눈길을 주자 그것들이 서서히 인파 속으로 슬금슬금 사라지고, 내 옆의 여자도 언제 없어졌는지 없어졌다. 가이드북이나 해연이가 왜 이곳에 오면 도둑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비로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후회하면 무었하리...

위엔화 350원, 달러 60불.게다가 비싼 트레킹 바지를 다 못쓰게 만들었으니...그나마 여권과 나머지 돈을 잊어먹지 않은거 위로로 삼아야지.

기분을 접고 버스정류소로 가서 1원짜리 국수를 먹고 100원짜릴 내니 장사가 몹시 당황하며 잔돈이 없냐고 묻는걸 내가 찢긴 바지를 보여줬더니 고갤 끄덕이며 왔다 갔다 하며 구한 잔돈을 거슬러 준다. 여기서도 황과수 폭포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진닝(眞寧

)이란 곳에서 다시 황과수행 버스를 갈아탔다. ·부용 마이 피아오‘ 표 살 필요가 없단다.

그러니 진닝행 버스가 버스비를 다 받고 나를 황과수행 버스로 팔아먹은 꼴. 나야 아무렴 어때, 그냥 목적지까지 가면 되지...폭포 앞에 내리니 식당에서 나와 밥을 먹으란다.

귀찮아서 신경질을 부리니 배낭을 맡겨 두고 폭포 구경을 하고 나서 자기네 식당을 이용하란다. 그 정도면 나쁠 것도 없다 싶어서 그리하기로 하고 50원 문표를 사서 들어가니 입이 딱 벌어진다. 높이 80m, 넓이 100여m.장관이긴 장관이다. 물이 떨어져서 내 지르는 굉음은 귀청을 찢을 듯 하고 폭포 아래로 자욱히 퍼지는 물안개 하며, 쓰리만 당하지  않았더라도 크나 큰 감동으로 다가 왔을텐데...사진 몇 커트 찍고 문을 나서는데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내키진 않았지만 미끼로 내미는 엽서 한 권에 대충 답해주고 짐을 찾으러 가서 밥 생각이 없다니까 그냥 가란다. 결국 보관비는 공짜.

배낭을 메고 용궁동을 갈까 하다가 도저히 기분이 그게 아니어서 진닝쪽으로 한참 걷다가 돌 평상에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버스가 다가 온다. 차를 세워서 탈려고 하는데, 웬 완장 낀 녀석이 하나 오더니 차에 못 오르게 막는다. 그제서야 운전사도 웃으며 도로 내리란다.

아마 중간에서 태우는 차가 아닌가 보다. 내가 녀석에게 영어로 마구 항의를 하니 자기 오토바이에 타라고 하더니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준다.

이곳 지형은 참으로 신기하다. 석회암으로 된 돌산이 중간 중간에 있나 하면 폭포를 이루는 곳은 평지보다 100m 정도는 아래로 강을 이루고, 가난한 이들이 사는 집들은 얇은 돌로 지붕을 이어서 정겹고, 사람들도 순박한데, 왠지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버스가 도착한곳은 바로 안슌 역전. 한시바삐 이곳을 뜨고 싶어 차 시간을 알아보니 15시30분발 북경행은 잉쪼어칸의 무쪼어(无座), 잉워는 아예 없단다.곤명행도  표가 없단다... 1시간 이상 역무원과 실랑이를 벌여도 소용이 없다. 그들도 외국인인 내가 부탁을 하니 여러군데 알아 보더니 오늘은 도저히 안된단다. 하는 수 없이 내일 장샤가는 기차를 8시에 타기로 하고 철도 초대소에 들다.40원, 완전히 개판이다. 화장실 냄새에 시도 때도 없는 기적소리, 찢긴 옷을 누빔질 시키고 아예 방안에 틀어박혔다가 저녁을 먹고는 맥주를 두 병 사다가 마시다.  술이 좀 모자란 듯 하여 경비에게 심부름 시켰더니 한 병에 4원이란다. 내가 싫은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3원을 요구한다. 순진한 녀석...

'여행기 > 중국여행(2001.9~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0) 2013.04.05
11  (0) 2013.04.05
9  (0) 2013.04.05
8  (0) 2013.04.05
7  (0) 201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