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중국여행(20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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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싸메 2013. 4. 5. 16:00

 

9/30 일 맑음

12시에 마리를 만나기로 했으니 그냥 시장 구경.

민물참게, 한 마리에 2원. 우리나라 같으면 이만한 크기면 얼마나 할까?

무한 장강대교로 가다. 장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만큼 무지 웅장하다. 제 1교각까지 걸어갔다 오는데도 땀이 잔뜩 난다.교각아래엔 가라오케, 놀이시설, 식당등이 있고 호수도 두 개나 조성을 해 놓았다. 사람들은 한가로이 낚시도 하고 데이트도 즐긴다.

화조시장에 가서 마리네 에게 줄 꽃을 찾았으나 품질이 너무 좋지 않다. 그러나 분재작품은 너무 멋있는게 많다.그 옆의 관상어, 새 시장을 거쳐서 숙소에 돌아와 있으니 마리가 호텔로 왔다. 시내버스로 한커우까지 가서 준걸에게 전화를 하니 바쁘다며 우리끼리 밥을 먹으란다. 돼지갈비 튀김, 마파두부 순두부에 게 알을 넣은 것, 깐즈라는 우한의 특색요리도 내 입엔 별로다. 밥값이 86원. 마리에게 미안하다. 그냥 간단하게 먹을 수도 있을텐데...

택시를 타고 그들의 사무실로 가니 33층짜리 건물, 웅장한데 내부는 아무래도 좀 허술하다.

그들의 부장 여자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자기는 고향이 흑룡강성이라며, 동북지방의 조선족 얘길 하며 담배와 차를 권한다. 언뜻 보기에도 꽤 미인이다.

조금 후 준걸과 같이 온 지점장도 여자. 내게 명함을 건네며 저녁은 자기가 사겠다는걸 사양, 저녁은 마리 아버지가 초대를 한단다...

사무실 분위기는 아주 좋은편. 겨우 전표 철이나 하고 컴퓨터로는 바둑이나 두고 히히덕거려도 지점장은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일요일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휴일은 칼같이 노는데, 이들은 지금 특근중이란걸 나중에야 알았다. 지점장의 양해를 구하고 마리, 준걸과 시내로 나와서 마리가 이끄는 대로 어느 가게로 들어갔는데, 마리가 마누라 칫수를 알려 달란다. 내가 알 턱이 있나... 모른다고 하자 고갤 갸우뚱한다. 알고보니 이들이 날 데리고 간곳이 다름아닌 중국 전통의상 맞춤집인데, 매우 화려한걸로 봐서 많이 비쌀거 같다. 나보고도 치수를 재라는 걸 여행중엔 짐 때문에 안 되니 나중에 한국 가서 칫수를 알려 주마고 그냥 나와 버리니 많이 섭해한다. 미안한건 오히려 내쪽인데...세상에, 옷 한 벌 값이 890원이라니...

결국은 마리 부모와 만나 식당으로 들어가니 예약한 자리에 미리 세팅된 신선로에선 김이 오르고, 고기, 야채, 국수, 버섯등을 넣고 술을 곁들여 싫도록 먹다.

계산을 하는데 또 입이 벌어진다.298원. 또 웃기는 건 그 자리에서 50원을 가볍게 깎는다는 것.식사 후 그들의 부모는 먼저 돌아가고 우린 Sogo백화점으로 들어가다.

일본계 백화점인데 매우 호화롭다. 먼저 그들 회사의 매장에 들러 차를 얻어 마시고 둘러 보니 유아용 전동차, 놀이 도구등을 취급하고 있는데 위치가 좋은 듯 손님들이 많다.

그새 마리가 내게 그림 족자를 하난 건네 준다. 뭐냐니까 회족 작가가 전시회를 했는데 세일을 하길래 날 줄려고 샀단다. 펼쳐 보니 독수리가 날개를 할짝 편 2*1m는 됨직한 큰 동양화. 얼마 주었냐니까 웃으면서 대답을 피한다. 작품 구경을 하고 싶다니 안내를 했는데, 이 그림 값이 무려1200원 짜리를 390원에 샀단다.

난 그들을 보고 싶어서 왔는데 너무 폐를 끼치는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마리가 호텔로 돌아가서 맥주 한 잔 같이 하잔다. 그건 내가 사기로 약속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가라오케로 갈려고 하다가 나를 의식하고는 그냥 술을 마시러 가기로 하다.

구이를 시키고 내가 한 병, 마리가 한 병. 알고 보니 준걸은 술 먹고 위염에 걸려서 보름동안이나 병원신세를 졌단다. 마리가 내년엔 우리 우리집 식구와 함께 어메이산에 가잔다.

둘을 집으로 보내는 내 마음이 좀 무겁다.

내일 배 타러갈 때 자기와 아버지가 온다는걸 정중히 거절했다. 놀러 온 날 위해 그들이 하던 일을 제쳐 두고 올 필요까지야 없지 않은가...


10/1 월 맑음

6시 반쯤 기상, 호텔 식당으로 내려가다.

역시 별 달린 식당은 틀리다.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호텔도 깨끗하다.

메뉴도 데운 우유에 흰 죽, 만두 3가지, 국수류 등이 준비 되었는데, 만두를 좀 싸 갈 수 잇냐니까 얼마나 필요한지 말만 하란다...식사 후 리셉션에 전화를 하러 갔는데, 가서 카드를 찾으니 보이질 않는다. 카피 한 번호로 전화를 쓸려니 얘들이 이해를 못한다.내가 몸이 달아서 지배인을 불러 오라고 했더니, 이 여자도 영문을 모른채 웃기만 하고 객실에서 하라고만 한다. 누가 객실에서 전화 할줄 몰라서 안하나...

전화기를 뺐어들고 통화를 시도해도 오퍼레이터를 거쳐야 하니 이것도 불발. 오늘이 추석인데 큰집에선 얼ㄴ마나 궁금해 할까?핏대도 올려봤지만 말도 안 통하는 그들과 더 이상 승강이는 체력 낭비. 일찌감치 포기를 해야겠다. 마리 아버지가 날 데리러 왔다. 내가 어젯밤 식사하면서 게 얘길 했더니 집에 게를 사놨단다. 맙소사! 큼지막한 게를 반 바케츠 정도를 사서 어떻게 요리하면 되냐고 묻는다. 낭패다... 솥을 가르키고 찌는 시늉을 하자 알았다고 하고는 물을 붓고 찌기 시작하는데,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한다.

이 사람들, 집에서 밥도 잘 안 해먹는데, 나 땜에 고역을 치루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는데도 그냥 싱글 벙글 이다. 자, 이 게를 다 어떻게 처리하나?

일단 장을 만들어 먹는데 맛도 모르겠다. 그들은 손도 대지 않고 나만 부른 배를 안고 꾸역 꾸역 먹는 꼴이라니... 어느듯 배 타러 갈 시간은 되었고 서둘러 일어 나니 마리 아버지가 자기가 차로 태워주겠단다. 한사코 사양을 하고 허겁지겁 나왔는데, 502번과 606번이 한커우 부두로 간다는데 차는 아예 만원이라 탈 염두가 나질 않고, 시간에 쫒겨 택시를 잡으려 해도 그것도 여의치 않다.일단 장강을 무조건 건너기로 하고 널찍한 버스를 탔는데, 이게 로터리서 돌더니 반대 방향으로 간다. 소릴 질러 겨우 세우고 내려서 억지로 택시를 세웠는데, 이건 또 승차 거부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려니 어떤 중년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

내가 배표를 보여 주며 도와 달라고 하자 같이 가던 부인을 먼저 보내고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택시가 아예 서질 않는다.여기도 추석은 추석인가 보다. 모두 가족끼리 나들이 복장인채 길을 나섰던 것. 이 사람이 경찰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하자 경찰이 만원인 버스를 억지로 세우더니 나더러 뒷문으로 타란다. 내가 타자 뒷문에 배낭이 끼여 문은 고장이 났다.

온 몸에 진땀이 흐르고 마리 아버지가 태워준다고 할때 사양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꼴은 안당했지 싶어 후회가 된다. 부두에 겨우 도착해서 배를 타니 전에 중경 갈때의 배와 크기는 같은데, 무지 고물이다.2등실 이란게 보온병 하나, 테이블 하나, 침대가 전부이다.

에어콘은 있으나 방 열쇠는 선원이 일괄 관리를 하니 불편하다. 말은 통하지 않고 앞으로의 갈 길이 걱정된다. 승무원 하나가 내게 오더니 외국인이면 여권을 내 놓으란다.

내가 왜 네게 여권을 보여 주냐고 항의하니 ·외국인 임시 주숙 허가증‘이란걸 주며 기재하란다...배 안의 매점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담배 12원, 사발면 5원...영어를 할 줄 아는 젊은이와 얘길 나누고 있는데, 내방 담당이 오더니 그 친구를 쫓아버리며, 아무하고나 애길 나누지 말란다. 내 안전을 위해서란다...그 친구는 쫒겨 가면서 내게 명함을 건네 준다.

수력 발전 연구소 연구원. 저녁까지도 배가 불러서 못먹고 ·황석‘이란 항구에서 맥주 두 병을 사 와서 마시다.샤워를 하러 갔더니 7시 반이면 문을 잠근단다, 썩을 놈들...

어쩔 수 없이 내의를 갈아입고 참기로 하다. 내일 아침 지주항에 도착해서 하루를 묵든지 해야겠다.  배 사무장이 주강(九江)에는 보산이 유명하고 지금 이곳은 절강성이란다.

배는 그러니까 곧 안휘성으로 들어서겠지... 호북-절강-안휘-상해... 장강이 과연 길기는 길다. 결국 나는 장강 발원지부터 끝까지 강을 따라 모두를 여행해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스스로 대견한 생각도 든다.

마리가 사준 그림이 보통 거추장스런게 아니다. 배낭에 넣지도 못하고 묶어도 돌출을 해서 걸리적거리고. 우편으로 집에 부칠 수도 없고... 내일 새벽 안징(安慶), 한번만 닿으면 다음이 지주이다. 짐을 꾸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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