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금 맑음
일찌감치 체크 아웃 후 한국인 인터넷 카페에 짐을 맡기고 바투 케이브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저히 올 생각을 않는다. 다시 물어 보니 어떤이는 여기서 탄다, 어떤이는 건너편에서 탄다, 네 명이 제각각.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비는 방금 쏟아질 것 같은데, 갈등이 생긴다. ‘예라이, 이것도 다 내 운수소관이로다, 바로 페낭으로 가자.’ 10시 반차 차표를 사고 시외로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아 진다. 그것 참... 15시 반경 페낭 도착. 영기가 가르쳐 준대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식당 2층이 호텔이다. 에어컨 25Rm. 묵기로 하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comtar 면세점에 가 보니 하나같이 비싼 상품 뿐. 물 1.5l, 1 Rm, 맥주 칼스버그 4,5 Rm. 오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아침부터 지금껏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밥을 한 그릇 사먹고 뚱보 사장에게 갈 곳을 추천 하라니 모스크, 중국사원, 힌두사원을 보란다. 모스크에 가 보니 보수중, 중국사원은 실내에 불도 켜지 않았다. 힌두 꾸마리 사원에서 바나나 한 송이 얻어 먹고 인디안 스트리트에서 노천 시장 구경. 벼룩시장인데, 온 세상 고물들은 여기 다 모인 듯.
숙소에 돌아와 코크+진 칵테일과 치킨 윙으로 한 잔.
5/26 일 맑음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 과한 술에 속이 거북하다. 일부러 땀을 흘리며 걸어서 comtar 까지 간 다음 130번 버스를 타고 페낭힐로 가다. 가는 도중에 건너편에 한국인인듯한 사내가 하나 앉아 있다. 8번을 갈아타기 위해 극락사 앞에 내리면서 물어보니 한국사람. 38세의 부산서 온 건축 기술자인데, 분위기로 봐서 회사에서 짤린 모양. 11시 반에 버스가 출발한다기에 극락사에 들어갔는데, 규모는 커도 조잡스럽고 지저분하다. 연못에 청거북이 몇 백 마리나 들어 있는데, 거북에게 줄 채소를 파는 상인이 한국말로 “보시하세요” 한다. 탑에 올라 페낭시내를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버스를 탔는데, 채 1km를 가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걸을걸...트램을 타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서 있는데, 설명서를 보니 1922년에 이 노선을 만들었단다. 한시간이나 기다려 겨우 트램을 타고 오르는데, 레일 주위가 장관이다.
중간 중간 정차장 부근엔 별장형 맨션이 있고, 원숭이가 무시로 철로를 건넌다.800m 정상에 오르자 더위가 싹 가신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면서 페낭 시내가 한 눈에 들어 온다. 한 시간쯤 아름다운 페낭 전경을 감상하다가 내려 오니 벌써 5시.뱀사원이나 북부 해안으로 가기엔 늦은 시각. 극락사까지 걸어 가서 숙소 근처에서 국수를 먹다. 그런데 이 부산친구는 아예 내게 목을 매 다는거 같다. 돈낼때는 딴전이고, 오늘 밤 자길 좀 재워 달란다. 사장에게 하루만 재워 주자니까 첨엔 안된다고 했다가 마지 못해 오늘 밤만 자고 가란다. 나보다 더한 거지가 있네...밤에 인디안 스트리트를 가르켜 달라고 해서 또 한 번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했다. 10시쯤 저녁 먹자는 걸 아예 내가 사 버렸다. 그런데도 당연하단 기색.
5/27 월 맑음
6시 반쯤 잠을 깨었는데, 이친구 이갈이 때문에 완전히 어젯밤 잠은 반 토막. 깨워서 체크아웃 하자니까 자기는 좀 더 있다 가면 안되겠냐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보고 있으니 마지 못해 따라 나선다.
TPC 도착해서 배 시간을 보니 아직 50분이나 남았다. 조호바루로 지금도 갈 수 있다며 억지로 그를 보내고 커피와 샌드위치로 식사. 배를 타니 배가 작아서 그런지 피칭이 심하다. 배멀미를 할것 같아 어젯밤 못다한 잠도 보충할 겸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기로 하다.10시 도착. 30분 빠르게 도착 했단다. 랑카위! 아름다운 섬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위에 요트가 떠 있고, 해변의 풍광도 눈이 부시다. 여행사에 방을 예약하러 갔더니 가장 싼 곳이 팬룸으로 55Rm. Sugary sands lodge. 거기까지 가는데 택시비가 14Rm. 여긴 버스가 없단다. 내 롯지는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다. 샤워를 하니 뜨겁게 데워진 물이 나온다. 볼것없이 바다로 뛰어 들었다. 안다만해의 물도 미지근...모래입자는 이름그대로 설탕가루처럼 곱다. 샤워하고 면세점 가서 볶음밥을 먹는데 7Rm.돈을 주니 50센트를 더 뗀다. 이건 뭐냐 물어 보니 서비스차지란다. 무슨놈의 관세는 면해주고 서비스 차지는 받는 법이 있는지...담배, 맥주가 육지에 비해 좀 쌀 뿐, 다른건 오히려 더 비싸다. 내가 묵고 있는 롯지의 길 건너편에 ‘서울회관’이란 한국식당이 보이고 바로 옆엔 잘 손질된 정원과 풀장, 방갈로도 깨끗한 리조트가 있다. 여기가 지도에 나와 있는 랑카위 리조트인가 보다. 면세점서 아사히 맥주 큰 캔 하나 사고 비스킷, 과일등을 사서 바닷가(라봐야 롯지에서 1m떨어진 곳)에 시트를 펴고 음악을 들으며 물에도 들어 갔다 맥주도 한 잔 했다 하고 있으려니 옆엣 롯지 말레이 가족이 손을 흔든다. 정말 이 분위기에 ‘자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인데, 딱 하나가 없다.
5/28 수 비
새벽에 천둥치는 소리가 아니더라도 밤새 잠을 못이루다. 그놈의 파도소리... 낮은음의 그놈의 소리는 밤새 그칠 줄 모르고 나를 괴롭혔다.
아침에라도 좀 잘려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종내 비가 오고 만다. 8시쯤 비가 좀 긋기에 리조트로 가보니 정말 그림처럼 아름답다. 하도 넓으니 카트로 다니며 일을 본다. 동네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고
under water world로 가다. 규모는 큰것 같은데 시설은 별로다. 18Rm이 아까울 정도로. 차라리 63빌딩 수족관이 더 낫겠다. 11시에 페리 터미널로 출발. 태국 사툰까지 12.5Rm, 1시간여 소요. 입국절차를 거친 후 오토바이로 버스 터미널로. 방콕행 570 밧. 많이 비싸다.
20밧짜리 밥을 사먹고 14시간이 걸리는 버스여행을 준비하다.
5/29 목 맑음
7시경 도착을 했는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마침 배낭 멘 서양애들이 있길래 카오산으로 가냐니까 그렇단다. 요금 셰어 하기로 하고 셋이서 카오산을 향하다. 여행사에 비행기표를 알아보니 12시 40분 타이항공이 있단다. 내일 좌석을 확보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다. 역시 덥거나 말거나 여행자에겐 방콕이, 카오산이 젤 편하다. 오후엔 박물관과 미술관 갔다가 샤워하고 기중, 홍익여행사 사장, 늙은 여행자 두 사람과 조개구이 파티. 나도 첨으로 소주 두 병을 샀다. 권커니 잣커니 하다가 2차로 동대문 가서 맥주. 숙소에 2시쯤 들어오다.
5/30 금 맑음
월텍에 가서 나라야 매장 행. 가방 좀 사고 실크 스카프 열 장을 세일 하길래 샀는데(장당300밧) 나중에 쇼핑 마치고 길에서 파는걸 보니 똑 같은 게 70밧만 달란다...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고 자위하며 씨 푸드로 남은 돈을 다 쓰고 숙소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섭하다고 한 잔 더 하잔다. 고마워서 또 한 잔. 이제 공항 가는 일만 남았다.
바이바이 두 달간의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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