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1998 중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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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싸메 2013. 4. 8. 10:18

 

8/7 화 맑음

5시쯤부터 열차내가 매우 시끄럽다. 라면을 먹느라 너도나도 야단. 마치 먹기위해 태어난 사람들 처럼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식당칸으로 피하다.정주를 지나 얼마쯤 가니 방송에서 황하가 나온다고 한다. 창밖으로 중국의 어머니 강이라는 황하가 붉은 물줄기를 꿈틀대며 흐른다. 소림사 친구의 말을 빌리면 강 유역의 비탈진 곳에 사람들이 토굴을 파서 생활하는 곳도 있단다. 흥미롭다. 서역에 도착해서 이들과 아쉬운 이별.

전문 근처에 가니 이외로 묵을 만한 숙소가 없다. 교원반점에 가기위해 남역행 시내버스. 종점에 내려 한국여자애들 인 듯한 사람들 뒤를 따라 가니 나오는 곳, 도미토리25원. 그런데 방을 배정 받고나니 트윈. 샤워를 하고 쉬고 있으려니 어떤 서양인 남녀가 들어오며 자기 방이란다. 키를 보여 주는데, 같은 방. 어쨌건 내가 먼저 체크인 했으니 내 방이고, 리셉션 가서 알아 보라고 쫓아 보내다. 방에 TV와 에어컨, 전화까지 흠이라면 욕실이 공용.

 

8/8 수 비

아침에 잠을 깨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용경협 갈려던 계획은 접어야겠다.2시간 10분만에 이화원 도착. 차내 에어콘 때문에 추워서 혼났다. 판쵸를 꺼내 입으니 중국인들이 자기네들과 다른 색깔의 판쵸라 다들 호기심 가득. 이화원의 넓이가 270 헥타아르이다. 무지 넓다. 곤명호를 끼고 인공산에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회랑. 황제의 별궁. 여기서 수군 훈련을 했단다. 안개 낀 숲길도 걷고, 오랜만의 릴렉스. 시내로 돌아와 기념품 몇 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데 한국인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다. 상해서 사업하는 사람인데, 한국서 교사하는 부인이 와서 함께 북경으로 왔는데, 괜찮다면 함께 북경오리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대전서 고교 교사라는 여자여행자와 넷이서 택시로 전취덕에 가서 자릴 잡고 인사를 하는데, 알고 보니 직장 때 양건주 과장과 중앙고, 연세대 동창이란다. 이럴 수가! 게다가 여선생은 이질이 다니는 고교선생. 이질이 이번에 일본국비장학생으로 뽑혔다니, 서울대 합격했던 사실까지 안다. 결국은 저녁을 먹고 바에 가서 맥주, 새벽 세시까지 얘기하다 돌아오다.

 

8/9 목 맑음

아침에 잠에서 깨어 보니 어떤 서양애가 자고 있다. 내 기척에 그도 잠을 깨고 소개를 하는데, 캠브리지출신으로 일본서 근무하는데, 일본여자친구와 서안서 헤어져서 그녀는 심양으로, 저는 북경으로 왔단다. 서로의 여행일정에 대해서 얘길 나누다 숙소 나와서 왕푸징행. 서울서 온 여학생 하날 만났는데, 무대포로 와서 지금 한국 남학생 둘을 따라 다닌다며 웃는다. 길가의 조선냉면집에 들어가 냉면을 시키다. 같은 방의 줄리안이 방 키를 맡겨 놓지 않아서 마스터키로 겨우 열다. 길 건너 공원이 좋다기에 가 보기로. 2원주고 들어간 도연정 공원. 그냥 도시의 공원. 한적해서 좋다. 뱃놀이를 하고 있는 삶들의 여유가 부럽다. 지도를 보고 북문으로 빠지면 경극공연장이 가까이 있다고 되어 있길래 바삐 극장으로 가니 가장 싼 30원짜리가 매진. 매표소 앞을 서성이는데, 누가 표를 캔슬하러 왔다. 잽싸게 구입해서 입장. 주연 여배우와 10원주고 함께 사진 찍고 2층으로 서유기에 대한 내용인데, 자막을 (LED로) 영어를 보여 주는 게 신기하다. 의상은 화려하고 배우들의 동작도 힘찬데 별 감흥은 없다. 숙소롤 돌아 오는 길에 늦은 저녁을 먹고 먼저 돌아 온 줄리안과 맥주 마시며 놀다가 1시반 취침.

 

8/10 금 맑음

6시경 잠을 깨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배가 살살 아파 오다가 설사가 쏟아진다. 처음하는 설사. 찬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전문으로 가서 용경협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버스가 없단다. 갑자기 급해서 뛰어 간 공중화장실. 문도 없고 용변을 보고난 뒤에도 오물이 그냥 쌓여 있다. 물도 내리기 되어 있는데... 속에서 구역질이 나와서 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쏟고... 할 수 없이 숙소에 오니 줄리안이 차를 우리는 병을 하나 주면서 찻물을 진하게 마시면 좋다고 차까지 나눠 준다. 한 숨자고 북경-천진행 표를 사다. 20원. 다시 공원으로 가서 사진찍기.

 

8/11 토 맑음

줄리안과 마지막 기념사진을 찌고 이메일 주소를 교환한 후 체크아웃. 장백산이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북경역으로. 근데 차 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았다. 알고 보니 천진으로 가는 차표는 많은데 미리 예매란 걸해서 이 고생이다. 기차를 타니 완전 난장판, 소란, 지저분, 냄새... 천진 도착하니 서로 탕구 가자고 아우성. 남개대(저우언라이의 모교라는) 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방값을 물으니 제일 싼 방이 150원.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어 방 하날 잡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니 의외로 한국음식점들이 많다. 삼겹살, 쇠고기집. 웃기게도 여기 언양 불고기도 있다. 밥을 먹으며 들어 보니 한국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온단다.

이리 저리 기웃대다 방으로 들어오는 길에 맥주 3캔.

 

8/12 일 맑음

간밤에 비가 왔었나 보다. 기숙사 식사라는 게 개밥 수준이라 포기하고 신라면으로 아침.

수상공원. 8시인데 일찍부터 많은 사람. 호수가 매우 넓고 수영하고, 뱃놀이 하고... 이리 저리 다니다 팬더곰이 있다는 곳 까지 가는데 보통 길이 헷갈리는 게 아니다. 입장료 1원 별도. 그냥 휑뎅그레한 우리 속에 팬더 몇 마리. 그게 끝이다. 다시 나와서 낚시구경. 문을 나서는데, 다른 문으로 나와 버리다. 결국 지쳐서 택시로 숙소행. 탕구까지 가는 택시비를 물어 보니 80원. 여행사 들러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4시에 있는데 매진. 탕구로 가기로 하고 역까지 가서 버스 편으로 가니 배표 파는 창구는 닫히고 물어 보니 어느 호텔로 가서 표를 사야한다는데, 그곳에 가니 오늘이 토요일이란다. 조선족 식당에 들어가서 배표에 대해서 물어 보니 이미 표는 다 팔렸고, 보따리장수가 확보한 표를 살려면 내 짐 태그를 그들에게 양도해야 한단다. 숙소를 정하고 탕구시내 가서 백화점 구경. 그저 그렇다. 탕구항으로 오는데, 어떤 차도 미터를 꺾질 않는다. 무조건 10원. 숙소에서 KBS방송을 보다 잠들다.

 

8/13 일 비오다 갬

나가서 김치찌개 15원짜리로 아침. 할인점 가서 목이버섯, 운지버섯, 차를 좀 사다. 거기서 한국 사람을 만나 배를 타는데 누가 짐을 들어 달라면 무조건 8~10만원 달라고 해야 한단다. 뭔 말인지? 말인 즉 슨, 민박집에 가면 따이공(보따리 무역상)들이 많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표를 사면 농산물을 짐표와 같이 건네주는 대로 인천세관을 통과시켜 주면 표도 사 주고 사례도 한단다. 일단 민박집에 가니 그들이 있는데, 표를 구한다고 하자 서로 자기가 도와주겠단다. 그런데 창구엔 왜 표가 없지? 아마 선사와 보따리상들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듯. 여하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 어떤 사내를 따라가니 표는 팔겠는데, 예의 그 조건. 난 물건은 못 들어 주겠는데, 내가 5만원을 더 주겠다니까, 그러지 말고 자기사정좀 봐 달란다. 정상가격에 표를 주고, 대신 세관에서 말썽 일어나면 당신책임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 사람이 배에서 밥을 사 준단다.

알고 보니 학생들은 모두 배표 사는 대신 물건을 들어 주고 10만원씩을 받았단다...

 

8/14 일 비온 후 갬

밤에 몹시 추워 깼는데, 18도에 세팅이 고정. 리모컨도 없고 에어컨 방에 담요도 없이 비치타월 달랑 한 장. 전화를 안 받기에 로비에 내려가 에어콘 꺼 달랬더니 이번엔 모기가 극성. 한밤을 꼬박 새운다. 식당으로 가서 된장찌개 하나 먹고 소일하다 할인점으로 가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내 팔자에 비행기표 보다 더 비싼 배표를 산다. 그래도 비자연장 안하고 한국으로 돌아 간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감지덕지 하고 배에 오르니 경북구미에서 왔다는 교사부부가 자기가 타고온 승용차가 인천에 있으니 내리면 함께 구미까지 가잔다. 그들은 보따리상의 농산물을 들어다 주는 댓가로 한 사람 8만원씩 받았다며 기분 좋아라 한다. 나도 그런거나 물어 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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