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20분쯤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녀가 묻는다. 하루 더 닝랑에서 지내겠냐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 이 조그만 도시에서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을것 같다.
그래서 `리지앙에서 친구를 만나야겠다'고 얘길 했더니 얼핏 섭한 표정이 스치운다. 담에 언제 올거
냐고 묻는 그녀에게 언젠가 시간 나면 또 들르겠다니까, 담에 올때는 꼭 가족들과 함께 오란다.
아침먹을 새도 없이 정수기의 온수를 받아 고양이 세수만 하고 서둘러 터미널로 향하다.
나를 차에 오르게 한 후 어디론가 갔다가 빵과 물, 과일들을 한 봉지 올려주며 차비를 주지 말라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자기 차에서 버스가 떠날때 까지 가만히 바라다 보는 그녀를 마주 보자니
괜히 콧잔등이 시큰하다.
또 곡예하듯 아슬아슬한 산길을 몇시간 시달릴 일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선다.`그래 좋은 일들만 생
각하자, 나만 이 길을 가는게 아니잖는가?'
2년전 반지문과의 우연한 만남. 예상치도 못하고 있던 산사태로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때
`짠' 하고 맞은편에 나타난 차가 그녀의 차였고, 나의 그 무거운 배낭을 아무렇지도 않게 등에 메
고 씩씩하게 길을 건너던 그녀. 루구후에 도착해서는 기어이 지가 묵는 숙소에 들게하고는 목욕탕에
안내해 주고, 키가 넘는 옥수수밭 사잇길로 걸어오며 시도하던 그녀의 은밀하고도 대담한 스킨 터
치...
밤의 모수오족 잔치에 초대된 일 남몰래 건네주던 쪽지 `워 아이 니'
난 행복한 넘이여. 이국 여성에게 사랑도 느껴보고...
심하게 흔들리는 차창밖을 여유로운 맘으로 내다보려 하지만, 발바닥이 간질거리는 느낌은 어쩔 수
가 없다. 그놈의 보수공사라는게 돌들을 깔아서 포장한게 무너지거나 패이면 그곳만 땜질하는게 전부
이다. 이태리 골목에 포장된 돌길은 운치나 있었지, 이렇게 몇백리나 이어진 울퉁거리는 길을 고물버
스에 시달리면서 간다고 생각을 해 보라!
오후2시나 되어서야 리지앙에 도착을 하다.

인간(관광객)들은 여전히 들끓고, 나시족 사람들의 옷도 그대로이며, 도시를 흘러도는 개울물도,멀
리 바라다 보이는 옥룡설산도 그대로이다.
이번엔 사쿠라나 양씨 집에 들지않고 바로 유스 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회원 숙박비 10원. 이게 중국 평균 물가 수준일텐데, 왜 다른 도시는 외국인에게 그렇게도 바가지를
씌우려 드는지... 오랜만에 사쿠라에 가니까 일본애들 몇이서 밥을 먹고 있다.
나도 된장지개에 김치로 오랜만에 포식을 하다.
일본애들이 `같이 카드를 하자, 넌 리지앙에서의계획이 뭐냐...'자꾸 말을 거는게 귀찮아서 그냥 숙
소로 왔는데, 룸메이트들이 모다 일본애들이다.
도쿄, 나고야, 센다이, 출신지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 제각각. 알고보니 다리에서 조인해서 같이 호도
협을 간다고 했다. 내가 호도협 간 경험이 있고, 어쩌면 갈지도 모른다고 하니, 제발 내일 지들과 함
께 가잔다. 나는 더친으로 가고싶은데...橫井千人(요코이치이또), 홍콩서 컴 엔지니어로 일하다 문
득 깨달은 바가 있어 때려치우고 6개월간 세계 일주에 나섰다고 한다.사사끼와 마쯔오까는 아마 나처
럼 백수인듯 싶다. 저녁에 스팡지에로 가서 나시춤도 같이 추고 맥주도 마시다.

"미스터 강, 별 다른 계획 없으면 호도협 함께 가자. 우리 가이드북에만 의지할려니 사실 겁난다."
어쩌랴, 이웃나라 백성이 이렇게 부탁하는데...게다가 요코이란 녀석 나이도 35세나 되고 내게 깎듯
하니 같이 가지뭐~
양씨 집에 갔더니 반색을 하며 맞는다. 싫컷 떠들다 양씨 아들이 한다는 카페에 가서 술을 좀 더 마
시다. 술값은 요꼬이가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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