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 목 맑음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8시, 사진을 찍기위해 숙소를 나서다. 물안개 속에서 움직이는 어부의 모습이
신비롭기만 하다.산 허리에 걸린 구름하며...
배 한 척이 뭍으로 오길래 거들면서 운남성으로 갈거냐고 물었더니 70원이란다. 그럼 어제의 얘기는
뭔가? 60원으로 하기로 하고 10시에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다.
학교에서 사진을 찍는데, 교실, 아이들 할것없이 모두 형편이 말이 아니다. 아마 피난시절 우리의
천막학교가 이랬을까?교무실의 깨진 풍금, 게다가 교정을 노니는 돼지하며...
선생을 만나보니 양지쪽에서 겸연쩍게 다가오는 품이 도로 노동자 꼴이다. 재정이 안좋아 6개월째
월급도 못받고 있단다. 도울 길이 없냐고 하니 애들 연필이나 좀 사주면 좋겠다고 해서 선뜻 100원
을 희사하다. 덕분에 때이른 조회. 나는 난 차오셴(南朝鮮)의 독지가가 된다.

숙소로 가니 그 뱃사공과 주인이 얘길하다가 아까 한 얘긴 그런게 아니란다. 이건 또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씀?배가 한번 가는데 240원인데 넷이 가야 60원이란다. 결론인즉슨 나 혼자이니 240원을
내든지, 아니면 셋을 더 모으잔다. 아까는 분명 나 혼자서 60원이라던 녀석이 그새 주인과 쑥덕거렸
나 보다. 나도 배째라고 나간다. 결국 80원에 합의를 보고 배를 탔는데, 두 녀석이 더 탄다.
속으론 겁부터 덜컥 나면서 "얘들은 뭐냐"고 묻자 같이 배를 저을 자들이란다.
다시 배에서 내려서 온갖 생각을 다 해본다. `이것들이 호수 한복판에서 나를 밀어 빠뜨리면 나는
이대로 떠돌이 물귀신이 되고, 영원한 행불자가 된다.' 다시 건너는데 얼ㄴ마나 걸리냐니까 2시간쯤
된단다. `좋다, 타자, 늙어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한 번 죽지 두번 죽나? 차라리 이 아름답고 깨끗
한 호수에서 죽으면 그것도 좋은것 아니냐?'
배낭에 매단 호루라기를 다시한번 곁눈질로 확인하고 배를 탔다.
오면서는 지네들과 사과도 먹고 노래도 들으면서 배가 호수 반 이상 건넛다고 생각 할때쯤 온몸에
힘이 스르르 빠짐을 느꼈다. 아, 혼자 떠다니는자의 외로움이여! 배삯으로 100원을 주니 물집잡힌 손
바닥을 보여주며, 잔돈이 없다고 한다. 아침에 날 속인게 괘씸해서 돈을 낚아채서 가게에서 물 한 병
을 사고 기어이 80원만 주다.
2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고 다만 초해쪽으로 여관을 짓는다고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재작년에 묵었던 집에 가니 주인여자가 반갑게 맞는다. 종업원 아이도 그대로이고...
짐을 내리면서 `반'의 소식을 물으니 저녁에 들어온다고 하면서 전화 해 주겠단다. 의미 심장한 웃음
을 흘리면서. 말을 빌려 안닝온천쪽으로 한바퀴 돌고오니 그새 저녁이다.
`반'이 7시경 오고 우리는 거실에서 술 잔을 기울이며 낳은 얘길 했다. 내가 성도에서 시창을 거쳐
서 사천성에서 왔다니 다들 놀라는 눈치. 특히`반'은 무지 감격한것 같다.
"그럼, 그럼, 사랑을 찾아 불원 천리하고 온갖 역경을 거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