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실크로드여행기(2003)

둔황,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곳

베싸메 2005. 6. 7. 17:48

 

                                       *****명사산 위에서 내려다 본 월아천*********

10/10 금 맑음
9시 반경 그녀가 아침도 거른채 호텔로 왔다.룸메이트와함께 택시로 명사산에 도착하니, 오토바이를
탄 선글래스를 쓴 사내 하나가 자길 따라 오라더니 우릴 입구로 들여 보낸다.
월아천으로 가는길에 그녀가 춥다기에 내 보조색의 셔츠를 꺼내입히고 손수건으로 목을 둘러주니 감
격의 물결... 나는 역시 매너 좋은 신사다!
명사산을 오르기로 했는데, 높이 200여m되는 산이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녀는 도중에 포기하고 우
린 기왕 나선 길을 옆쪽의 나무계단도 마다하고 한국남아의 기개를 보여주기위
 해 무릎까지 빠지는 비
탈을 죽을동 살둥 오른다. 10여분간의 사투끝에 오른 모래언덕에서 멀리 바라뵈는 둔황시내와 남쪽으
로 펼쳐진 사막이 감동적이며, 내려다 보는 월아천이 더욱 예쁘다.

 

*******낙타 사파리?********

 녀석은 사막쪽으로 가고 난 모래썰매(눈썰매랑 똑 같다)를 타고 단숨에 그녀의곁으로 가니 깔깔거리 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귀엽고, `자기야 나 잡아 봐아라' 라도 한 번 연출하고 싶은 기분. 녀석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자기얘길 하면서 눈물을 떨군다.어벙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냥 말없이 그녀의 등을 감싸 주는것.아예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내가 지 라오꽁(老公;남편)이었으 면 좋겠다고 하길래, 나도 예의상 너도 내 라오푸(老婦;부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밝 게 웃는다.4년전 이혼하면서 14살 아들은 전남편에게로 보내고 혼자 꾸려온 삶이 측은하다.

명사산을 나와 막고굴로 가서 전화를 하니 어떤 사내 하나가 오더니 입장권 석 장을 건넨다. 그녀의 동창은 작업중이라 못나와서 대신 전해

준단다. 셋이서 들어 갔는데, 녀석은 영어 가이드가 없냐고 묻는다. 아쉽게도 한국어 가이드가 없으니 영어가이드가 좀 있다 온다고 하니

이따가 입장한다고 나가 버리고 우리 둘만이서 이곳 저곳을 둘러 본다. 컴컴한 굴속에선 손도 잡아 보고.... 둔황시내로 돌아와서 나더러

호텔 구경을 하고 싶다기에 우리 방으로 들어갔더니 방이 참 아늑하다며 슬슬 수작을 걸어 오는데, 나도 남자이다 보니 거절할 수도 없어서

응해주고 오늘은 자기집에서 자자며 나를 채근한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가게에 들러 술도 사고 과일도 사고 서로 간지럼을 태우며 깔깔거리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 가정부랑 셋이서 술도 한 잔 마시고 저녁을 먹고 나니 자기 가게를 구경시켜 주겠단다. 집에서 5분 거리에 '광주 미용원' 간판이 붙은 스무평 정도의 가게. 한쪽은 헤어샵이고, 한 쪽은 마사지샵인듯 베드가 두 개 놓여있다.

 

두 여자가 가게 불은 있는대로 밝히고 음악은 틀어놓고는 내게 얼굴 마사지 해 주겠다 고 덤비는 두 여인네의 기특한 정성... 내일 아침엔 머리를 깎자네? 한 바탕 난리 치고 집에 돌아와선 나보고 자기 침대를 쓰란다. 자긴 거 실 소파에서 자고 가정부를 방에 들여 보내며 보란듯이 내 방문은 열어 둔다. 그리고 새벽에 분명 뭔 일이 있긴 있었던거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정치인 버전-

 

****차오란네 미용실**** 10/11 토 맑음 가정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깨니 그녀는 소파에서 새끈거리며 자다 나를 보더니 방긋 웃는다. 시장보러 나가는 애를따라 나서니 추운데 가지말란다. 그래도 카메라백을 메고 시장가서 이것저것 보다 유병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들어오니 애더러는 빨 리 가게에 나가란다. 추우니 몸 녹이러 침대에 들어오라는데 거절할 길은 없고,우린 다시 한 몸이 된다.

 

"라오꽁,라오꽁, 바바, 마마"온갖 소릴 내 지르던 그녀가 내게 "니 신티 팅 하오, 워 깐러 류츠..."

라며 손가락 여섯개를 펴 보인다. 내 신체는 해외용인가? 호텔가서 짐 가져오라고 택시를 불러 주는데, 시내로 가는길에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여기서 하루 이틀 퍼지면 내 여행은 글렀고, 몸도 남아나지 않겠지.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남정네 얼굴에 먹칠 하는거고...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게 `차시 간 핑계대고 전화나 하고 바로 뜨자'였는데, 요놈의 잔머리가 나를 고생 죽도록 하게 만들줄이야... 버스가 오후늦게밖에 없다기에 기차타러 유원역까지 나선게 고생의 시작이었다.차 시간표를 거꾸로 봤는지, 알고보니 기차도 8시50분. 남은 여섯시간을 이 바람불고 먼지투성이인 이곳에서 보내야 하 나? 몸은 와들와들, 모자가 벗겨질듯 불어제끼는 바람. 이 조그만 몽고족 자치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역에다 배낭을 맡기고 황량한 공원을 다녀와도 30분, 왕빠를 겨우 찾아 한글 지 원안된다고 시빌 걸어봐도 30분, 시간이 가질 않는다. 좀 깨끗한 식당에 들어가 훈둔을 시키니, 주인이 하르빈 출신인데 자기도 조선족 친구도 많다고 하면 서 투르판 가는데 왜 여기까지 기차 타러 왔냐고 의아해 한다. `니가 내 맘을 어캐 헤아려 ㅠㅠ...' 결국 한글되는 왕빠를 찾아 홈피에도 들어가고 신문도 보고,이럭저럭 때운시간 3시간,놈현 이싸람이 2월 15일 국민투표 어쩌고 하는 철없는 소식을 덕락이가 퍼 놓은 `전여옥컬럼'을 통해 접하고 나니 드디어 온 몸에 열불이 나기 시작하고 식당가서 간크게 비싼 음식 하나 시켜 든든히 먹고나니 비로 소 추위는 가셨다. 기차를 타고보니 어제 막고굴에서 만났던 패키지 투어팀이 같은 칸이다. 기세좋게 맥주를 세병이나 시켜 마시고 잠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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