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실크로드여행기(2003)

란저우, 장예(蘭州,張液)

베싸메 2005. 6. 7. 17:52
10/5 일 맑음

7시에 같은 방의 용호군이 병령사 가라고 깨우는걸 그냥 더 자겠다고 이불 덮어쓰고 있다가 결국은 자리에서 일

어 나다. 요시다케를 보내고 나서 혼자 시내로 나와1번 트롤리를 타고서 다니다 중간에 내려 훈둔(만

두국의 일종, 만두 소가 고기이다)을 사먹고 백화점 오픈 공연을 구경하는데, 밴드의 연주가 너무 촌

스럽다. 게다가 머릴 기르고 해드뱅잉을 해대는 꼴이라니... 마술쇼도 보고 하다가 황허변으로 나갔

다. 10원자리 유람선을 타고 상류로 빠른 물살을 헤치고 한참 거슬러 올라가는 배가 힘겨워 보인다.

한켠에는 벌써 유람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강변에 줄지어선 수양 버들이 그나마 강변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공원에서 그곳 사람들의 민속음악 연주도 보고, 경극 비슷한 노래도 듣다 란저우 체육광장으로 갔었

는데, 사람들로 인산 인해이다. `분명 뭔 이벤트가 있을것이다' 생각하고 바삐 들어가보니, 맙소사!

즉석 체육채표(복권)추첨을 하는 모양인데, 돈 탐내는데는 남여 노소가 따로없이 너도나도 동참이다.

점심으로 2원짜리 라면(拉麵-쇠고기 국물에 고기와 밀가루로 된 면을 말은것)을 먹다.

체육관을 뒤로하고 아예 지도를 보며 호텔까지 걷다.

핫샤워를 싫컷 즐기고 맥주 한 잔 곁들인 저녁 식사. 왕바(인터넷 카페)를 찾기 위해 1시간여 헤멨으

나 결국 포기.

 

 



            

10/6 월 맑음

137번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 큰 상장을 발견하고 내리니 바로 서역 근처이다.

서문시장의 옷 상가가 500여 m 나 길게 늘어섯는데, 모두 6개 라인으로 반 평쯤 되는 가게가 빼곡

들어찼으면...도데체 가게수가 몇 개나 되는가?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사진 몇 커트 찍고 11시쯤 숙소로 돌아오니 대구가 고향이라는 학생 하나가 체

크인 해 있다.하르빈서 공부하다 신장을 돌고 오는 길이란다.

그 친구 방에 짐을 맡겨두고 다시 서역으로 가서 우루무치에 눈이 왔었다는 녀석의 말에 쫄아서 동내

의를 5원에 하나 구입.장갑도 폴라소재의것을 거금 2원으로 갖추고 나니, 신장의 추위 정도는 멀찌감

치 물러난 기분이다.호텔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녀석과 정찬으로 맥주 곁들인 식사를 하고 기차를 타

다. 옆칸의 쌍둥이 계집애들이 불을 끄고도 한참이나 떠들어도 아무도 뭐라 않길래 내가 한국말로 소

릴 꽥 질러댔더니 그예 조용해진다.

"야 이놈의 가시나들아, 잠좀 자자. 니들은 잠도 없나?"





 *장예(張液)의 다푸스(大佛寺) 불탑*


                     1원 주고 본 장예 연극단의 경극공연


10/7 7시30분

장예 도착.1번 시내버스로 종고루에 내려 감주 빈관에 들다.

35원 달라는걸 25원으로 깎는 내 모습에 최용호 군이 혀를 내두른다.

시장으로 가서 조면(칼국수?)와 쟈오즈를 먹었는데, 1원 30전. 음식 값부터 시골티가 팍 난다.

대불사를 지나 시장으로 가는 길에 껍질을 벗긴 양 고기가 길을 따라 죽 매달려 있다.그러고 보니 사

람들도 3분의2는 위구르인이다.시장 규모는 꽤 크고, 특히 아름드리 원목이 산을 이룬게 신기

하다. 이 사막지대에 어디서 저렇게 곧고 굵은 소나무가 자란단 말인가...

얘긴즉슨 저 멀리 보이는 티엔샨(天山)에서 나는것들이란다.

대불사 입장료가 20원이라기에 포기하고 목탑으로 가서 꼭대기층까지 오르니 멀리 5000m급 천산 산맥

이 하얗게 눈을 이고 이어져 있다. 사진에 담으려 무척 노력했지만 역광이 너무 심해 실패, 아쉽다.

뒷켠의 본당에서 열리는 회화전을 보는데, 작가가 꽤 젊다.

프로필을 보니 서북대에서 중국회화 전공. 수상경력이 화려한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작품이 그저 그

렇고, 다만 새로운 기법을 많이 시도하는듯 하다.

차를 한 잔 마실려니 방명록에 서명을 부탁하길래, 젊잖게 붓으로 `설산을 멀리서 바라보고, 국화향

가득한 회화전을 볼려니, 그림이 한참 딸리는구료' 라고 일필 휘지.

그가 내나라 글을 알겠는가? 다만 한자로 쓴 내 이름을 보며 "쟝찌둥 션셩, 니더 스 팅하오,황잉 광

린 라이 중궈"-강씨아찌, 니 필체 참 좋으네요 중국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점심은 5원짜리 차오면(볶음국수), 감주공원쪽으로 오니 어디선가 들리는 경극 반주소리, 문 앞에 앉

은 노파에게 얼마냐고 묻자 2원인데 샤오지에에게 가서 1원만 주고 보란다. 언양극장 가서 하릴없이

서성대다 영화 시작한지 한참 후에는 할인이 당연한것과 같은 이치렸다.

공연하는 이들의 열기가 너무 감동적이다.

숙소에서 용호군에게 얘길했더니, 자기도 낼 이 공연을 보기위해 하루 더 장예에 묵겠다고 한다.

같이 저녁식사 후 둘이서 주바(酒把-술집)에서 한 잔씩 걸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