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일 맑음
온통 안개 천지, 경험상 이런 날이 맑다는 전조. 8시 20분 더친행 버스를 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데, 야마모토놈이 꿈지럭댄다. ‘이 자식과는 더친 가서 헤어져야겠다’ 고 마음을 굳히다. 겨우 출발 3분 전에 터미널 도착. 계란 하나 살 시간도 없다. 버스는 느려 터지게 가다가 가수점(加水店)에서 물을 넣고, 다시 짐을 한없이 싣고...그 틈에 근처 가게에서 설병을 사면서 야마모토에게도 사길 권했으나, ‘난 단 음식 싫다’ 고 하길래 속으로 ‘요자식 한 번 굶어봐라’ 싶다. 란창강을 비껴가는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데, 나는 3원어치 배를 사고, 이형은 호두를 샀다. 라면값이 4원이라며 돈을 쓰지 않다가 나와 이형이 과일을 나눠 주자, 연방 댕큐, 댕큐다. “어이, 야마모토, 배도 이거 너무 단거 아냐?” 순간 녀석의 곤혹스런 표정. 위에서 내려다 본 란창강은 상당히 급류. 바오샨(保山)근처에서 보던 옥 색깔이 아니다.
물색깔도 시뻘건 황톳물인데, 유속이 매우 빠르다. 해발 3,200m 급에서 차가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갑자기 눈을 뒤집어 쓴 설산이 시야를 가린다. 바이마 쉐이샨(白馬雪山) 몇 개의 빙하를 거느리고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있다 차에서 내린 이들이 모두 경건한 자세로 참배.
우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천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차는 아슬아슬 달려 나간다. 80km를 남겨놓은 거리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구나...하는 찰나에 다시 거대한 설산. 메이리 쉐이산.
(梅里雪山) 운남성 최고의 산 티벳 불교의 성지, 메콩, 살윈, 장강의 원류...꽁샨이나 종디엔에서 바라다 보는것과는 또 다른 감동. 그러나 지금은 3/2는 구름에 가려 있다. 눈아래는 더친이 보이고 오른쪽 산 중턱엔 거대한 폭포가 비단결같은 물줄기를 흩트리고 있다.
이번엔 중국인 행세를 하고 방을 얻는데, TV도 갖춘 깔끔한 방이 두당 10원. 우리가 외국인인 줄 알았을때는 벌써 방값계산이 끝났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 와서 여자핸드볼 경기를 보고 있는데, 라오반이란 자가 나타나 ‘아까는 외국인인 줄 몰랐는데, 도저히 여기서는 잘 수가 없다 그러니 좀 비켜다오’ 라며 사정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고 이곳 저곳을 헤메다 두당20원 짜리 트리플로 옮기다. 덕분에 핫샤워에 집에, 친구들에게 전화도 하고 국수,교자,맥주를 싫컷 먹고 종래엔 드스코텍까지 가서 여독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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