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2005)

한 달 동안의 동남아 유랑기 5

베싸메 2013. 4. 5. 16:16

3.27 일 맑음-센토

아침식사를 바게뜨, 커피로 때우고 Floating village로 출발. 여자 하나가 두 사람을 태우고 혼자 두 팔로 배를 젓는데, 안쓰럽다. 회교도 마을로 가서 모스크를 보러 가기 전에 애들이 팬케익 등을 파는데, 난 파인애플 하나. 내가 한국 동전을 줘서 애들이 난리가 났다. 20여명이나 되는 애들이 서로 달라고 아우성. 캐나다 늙은이 부부는 폴라로이드 사진은 찍어서 애들에게 주고 캐나다 깃발 배지를 나눠 준다. 캄보디아 가는 팀들과 헤어져 Sam산으로 갔는데, 4km떨어진 곳에 캄보디아 국경이 있단다. 방금 캄보디아를 떠난 나로선 흥미가 없다. 그나마 220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평원을 전망하기엔 더 없이 훌륭. 올라갈 땐 오토바이로, 내려 올 땐 걸어오다. 큰 절에서 일행들을 놓지고 혼자 가이드 녀석을 기다리는데, 한참 후에야 나타나다. 점심은 야외 식당에서 제일 싼 메뉴로. 일본 놈 에게 그렇게 빌빌 대는건 제대로 안 먹어서 그렇다고 하니 이번엔 버터 바른 군새우를 시킨다. 미련둥이...

오는 길에 향 만드는 공장에 들렀는데, 정말인진 몰라도 그녀의 하루 일당이 2,000동이란다. 하루 5,000개 정도를 혼자서 만든단다. 연민. 크로커다일 농장을 들러서 호텔로. 별 두 개인데, 매우 깨끗. 마트에서 땅콩강정, 초컬릿을 준비하는데, 45,000동이나 한다.

강변에서 16,000동 짜리 우아한 식사. 맥주 6,000동. 공연 무대가 있는데, 언제 할 지 알 수가 없다. 호텔앞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중국계 현지인이 중국어로 말을 건다.

내가 한국사람인걸 밝히자, 중국어를 내가 하는 게 신기한 듯. 여자들도 다 호의적인데, 머리가 허연 한 녀석은 악수조차도 거절. 옛날 베트콩 출신인가?


3.28 월. 흐림-호치민

아침을 바게뜨와 커피로 든든히. 또 Floating market으로 간다고 지겨울 줄 알았는데, 방콕의 담넌 두옥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팔소리를 울리면서 돌아다니는 구멍가게부터 자기가 파는 품목을 하늘 높이 장대 끝에 매달고 흥정하는 상인 등... 3시간여가 언제 지나 갔는지, 덕분에 사진은 싫컷 찍다. 점심은 칸토니스 프라이드 라이스. 맛도 좋고, 값도 싸다.

호치민 돌아오는 길에 들른 Vihn Long 시장서 노스페이스 가방 하나 구입.

일본애와 한 방에 투숙. 이놈 애비가 나랑 동갑이란다. 지 애인은 30살짜리 유부녀라고 사진을 보여 주며 자랑이 대단.마지 못해 미인이라며 추켜 주기.수원, 덕락 에게 전화하고 백룡군 에게도 전화. 폐끼치기 싫어서 바로 나트랑으로 가기로 했다고 하자 미안한 눈치.

헤어지는 길에 캐나다 여자가 가이드 담에게 적잖은 돈을 쥐여 준다. 달랏 까지 10불에 오픈버스티켓 예매.


3.29 화 맑음-달랏

7시 50분 출발. 밥을 하나 사서 장아찌로 아침. 차를 타는데, 통로 건너편 여자가 친밀감을 보이며 웃음을 보낸다. 35년 전에 베트남을 떠나서 스위스 사는데, 지금은 호치민에서 사업을 한단다. 베트남서 좀체 보기 힘든 뽀글 퍼머. 목소리가 청아하다. 휴게소에 들러서도 아이스크림도 사서 주고 친절하다. 지 말로는 내가 아주 호남형 이라서 호감이 간대나?  300.여km를 꼬불거리는 길로 달려오는데 8시간이 걸린다. 달랏 도착해서 신카페에 딸린 호텔 방을 보니 냄새나는 지하방이 8불 이라길래 뒤도 안돌아 보고 나오다. 조금 올라가서 물어 보니 6불이라는걸 5불에 들었는데, 5층에 넓은 창문, 멀리 호수도 보이는 아주 깨끗한 방이다. 차를 같이 타고 온 노르웨이 남녀가 길에 있길래 내가 묵는 호텔로 데리고 오니 좋아라 한다. 주인 여자가 센트럴 마켓 간다니까 오토바이로 태워 준다. 시내 건물들도 다 서구적이고, 날씨는 서늘하며 소나무가 곧게 쭉 뻗은 게 백두산 미인송을 보는 듯 하다.

거리를 거닐다 호숫가에서 낚시 구경도 하다가 저녁을 사먹고 맥주를 곁들이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예의 그 스위스 여자도 같은 호텔에 들었는데, 자기는 언니랑 4호실에 묵고 있으니 놀러 오란다. 밀린 빨래를 하고 그녀의 방에 가니 언니와 둘이서 카드를 하고 있다. 같이 하자는 걸 못한다고 하자, 과일과 과자를 내준다. 같이 사이공 맥주 4병. 내일은 달랏 외곽 투어를 하기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