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화 맑음
6시에 사진을 찍으려고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정작 깰 시간이 되니 잃어나기 싫다. 너무 춥다. 해가 뜨는 시간이 되자 갑자기 온 세상은 안개천지. 도저히 추워 견딜 수 없어 옆의 루리양빙관으로 옮겼다. 50원. 여기서 전기장판을 틀고 몸을 녹인 후 초원으로. 저 멀리서 소년들이 야영을 하는 것을 보고 갔더니 중1쯤 되어 보이는 녀석들이 담배를 꼬나물고 바비큐를 하고 수박을 먹고 있다. 저녁에 놀러 오라는 인사를 들으며 문중과 루얼까이중 학교 구경. 그곳에서 영어선생을 만나 물어 보는데,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젓는다. 다른 선생들의 야릇한 미소... 모두 순박하다. 특히 학교 옆에 남루하게 지어진 사택이 그들의 살림살이를 말해 주는 듯하다. 강을 따라 내려가며 낚시구경. 도로로 올라오는데 오토바이를 탄 장족청년들이 내 주위를 슬금슬금 돌더니 갑자기 폭주족 행세. 어떻게 할지 가만 서 있으려니 이것들이 재밌는 모양. 저 멀리서 경찰 순찰차가 오니 냅다 뺑소니. 옛날엔 목동이고 이곳 사람들이고 말을 탔었겠지만 지금은 오토바이가 대세. 한적한 시내. 포켓볼 치는 아이들. 라마승, 다시 석양사진을 찍으러 초원으로 갔는데, 텐트 두어 동을 쳐 놓고 만두를 빚는 노인들. 한 쪽에선 벌써 술판, 오라고 손짓 하기에 갔더니 함께 즐기잔다. 그들의 자녀들인 청년들은 집차로 계속 음식등을 조달하고...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는데, 더운물이 닿는 부분 말고는 얼 지경. 낮과 밤의 기온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다니. 나이트라이프가 없는 이곳이 조금은 서운하다. 마사지집을 묻다가 그곳에서 술이나 마시다.
7/13 수 맑음
밤에 오랜만에 러닝팬티차림으로 잠을 잤는데, 밤새 밖에서 떠드는 통에 잠을 설치다. 여름에 전기장판을 깔고 솜이불에 쌓여 자다니... 일단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친구가 올때까지 초원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다. 어제 한 찜질(?) 덕분인지 엉덩이쪽의 통증도 좀 가라앉았다. 초원에서의 셀카. 모니터가 먹통이니 사진이 되는지 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놓질 수야 없지 않는가? 터미널에 갔더니 티벳에서 온다는 서양여자가 랑무스행 표를 사려는데, 내일이나 되어야 살 수 있단다. 허탈해 하는 모습이라니...
2시 좀 넘어 친구가 왔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자기는 와이프 제사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 편으론 잘됐다 싶긴 한데, 이 친구, 청두까지 함께 도로 가 달란다. 여기까지 고생고생 왔는데, 다시 청두라니... 동의는 했는데, 죽을 맛이다.
일단 식사를 하고 다시 빙관에 체크인. 쉬다가 절 뒤편 언덕으로 올라가 경치 감상. 이미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친구는 경치에 관심도 없는 듯. 주바로 가서 멋있게 한 잔을 하는데,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7/14 목 맑음
새벽3시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그가 4시경 깨길래 청두행 버스 탈 준비를 하다. 시내는 안개투성이인데, 멀리 구릉에 둘러 쌓인 안개가 아름답다. 13시간 동안의 고행. 가라 앉으려던 꼬리뼈의 통증은 다시 시작되고, 난 거의 눕다시피해서 간다. 버스는 오던길을 거치지 않고 홍유엔 고원으로, 다시 울창한 숲의 산을 넘고 멀리 티벳고원의 설산연봉들이 보이는 언덕을 지나 초원 뒤편의 눈이 녹지도 않고 남아 있는 곳을 달린다. 또 다시 만난 비포장도로. 산사태 때문에 돌아간다는데, 난 죽을 맛이다. 차는 또 얼마나 덜컹대는지...원추안을 조금 지나니 차가 한없이 밀린다. 천성산 뒤쪽 경사면이 산사태로 유실 되었다나 어쨌다나.
차는 1시간여를 도로에 서 있으면서 에어컨을 끄고 있으니 못견뎌 밖으로 나와 차들이 하는 꼬락서니나 구경할 밖에.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청두로 돌아와 국내선 비행기 예약을 해주고 마지막으로 먹고 싶다는 중국코스요리를 먹으러 가다. 맥주, 바이주, 잡히는 대로 퍼 마시고 곤죽이 되어서 숙소롤 돌아 오다.
7/15 금 비오다 갬
그와 태평양 백화에 갔는데, 그의 관심은 오로지 유명 브랜드 이미테이션. 그러나 나도 청두에 아는데가 없고, 결국은 까르푸 가서 그를 위한 쇼핑. 숙소로 돌아 왔는데, 송판에서 호스트레킹을 함께했던 두 친구를 만나다. 그들은 리탕을 거쳐 윈난으로 간단다.
그를 공항버스에 실려 보내고 나니 뭔가 한 짐을 벗은 기분. 쓸슬히 시내 이곳 저곳. 너무 덥다. 어제까지는 추워 죽고 이젠 더워 죽는다...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멀쩡하게 생긴 두 중국인이 바닥에 가래를 뱉고 있다. 기가 차서 보고 있으려니 또 뱉는다. 시킨 음식을 하나도 못먹고 그냥 나와 버리다. 춘시루 광장으로 가서 주바. 중국학생들과 맥주.
숙소 돌아와 로비에서 스태프들과 얘기하며 또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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