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5 중국 스촨지방 여행

5 랑무스 샤허

베싸메 2013. 4. 8. 10:27

 

 

7/16 토 맑음

아침에 일어나 버스편으로 북역으로. 방학철이라 그런지 무지 붐비는 청두역은 그동안 번듯한 새 건물. 역앞 도로는 어김없이 온통 먼지를 날리면서 공사중. 역에서 란저우로 가는 기차편을 알아 보려다 길게 늘어서서 악다구니 하는 군상들을 보고는 생각을 접다. 천상 다시 루얼까이로 가는 수 밖에... 숙소 돌아 오니 서울대 학부생 하나와 원생하나가 티벳에서 왔다며 반가워 한다. 문수원으로 갔더니 거기도 온통 공사중. 다시 택시로 망강루공원행. 다양한 대나무종류가 볼만. 후원에 가니 온통 먹자판. 정신이 없다

 

 

 

7/17 일 맑음

새벽 모닝콜로 깨어 터미널 가서 루얼까이 표를 달라니 메이요우. 일단 송판까지 다시 가기로. 지겨운 길을 하루 걸려 또 가야하나? 우한서 왔다는 학교 선생남녀를 만났는데, 미인이다. 영어선생이라는데 발음은 어색. 함께 사진도 찍고 과일도 나눠 먹고 그나마 좀 덜 지겨웠다. 나중에 송판의 나쁜삼촌집에서 만나 함께 저녁을하기로.

이들이 7시에 나쁜 삼촌으로 왔는데, 한식 이것 저것 시켜 놓았더니 저녁을 이미 먹고 왔단다. 황당, 덕분에 거기 있던 한국애들 횡재. 시내 나가서 내일 차에서 사용할 쿠션 같은 걸 찾는데 도저히 못 찾겠다. 내일 또 죽었다.

 

 

 

7/18 월 맑다가 비

고난의 행군. 루얼까이 가서도 랑무스 가는 차표가 없으면 또 하루를 거기서 묵어야 한다.조수가 뒷자리를 가라는 걸 내 상황을 설명하고 기어이 앞자리 차지. 중도에 점심을 먹는 일행에게 물어 보니 중국남녀는 화후(花湖), 한 팀은 황허 제일만, 나머지 서양 애들은 랑무스. 모두 나의 경쟁자들이다. 루얼까이 도착하자마자 냅다 매표구로 달려가 표를 달랬더니 천만다행, 표가 있단다. 느긋하게 우왕좌왕하는 패자들을 바라보는 이긴 자의 여유.

아쉬워 하는 그들을 뒤에 두고 차에 오른 것 까지는 좋았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비포장도로를 먼지속에서 네 시간 반을 시달린 나의 기분은 어땠을까? 67km를 네 시간 반만에 도착했다면 그 도로의 상태는 어땠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랑무스빈관에 도미토리 15원.샤워 하고 나니 으슬 으슬 떨린다. 몸살인가? 이틀동안의 무리가 이런 결과인가? 게다가 술까지 퍼 마셨으니...같은 방엔 부산출신의 칭화대 유학생이 있는데, 윈난으로 가는 중이란다. 9시 안돼서 꿈나라...

 

 

 

7/19 화 흐림

옆에 누워 있는 서양인이 내게 괜찮으냐고 묻는다. 기침에 헛소리까지.... 나 때문에 잠 설쳤을 그를 생각하니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가 빙긋 웃으며 이어플러그를 보여 준다.

일어나 보니 부산 친구는 메모장, 칭화대 주소, 복숭아, 살구를 남기고 루얼까이로 떠나고 없다. 아침을 먹으러 나갔는데, 생각이 없어 가게에서 쿠키. 걷는데 마치 구름위를 거니는 듯 하다. 낼 필요도 없는 라마사원에 입장료를 주고 들어 갔으나 볼 게 별로 없다. 다만 쉬는시간에 승려들이 나와서 손뼉을 쳐 대며 열광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은 신기. 그들의 모자가 마치 로마병사의 투구 같기도 하다.

저 멀리 천장터가 보이는데, 갈 염두가 나질 않는다. 다만 그 위를 빙빙 도는 비행기만한 독수리가 거기가 천장터임을  말해 주는 듯. 머리에 꽃을 꽂은 티베탄 여자가 검을 짝짝 씹으며 말을 걸어온다. 난 그 옆에 벌렁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고, 언덕위에선 어린 라마승들이 불어대는 알프스 혼 같은 커다란 나팔을 부는 모습. 숙소에 돌아와 다시 깊은 잠속으로.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겠다. 저녁8시 경 전기가 들어 왔길래 게이샤 카페 갔는데, 이미 자리가 없다. 숙소 식당에서 밥 반 공기. 서양친구가 혹시 고산병 아니냐며 약을 나눠줄까 묻는 걸 나도 있다고 씨익 웃어 주었다. 내일 아침 7시에 허조우 가는 버스가 있다는데...

 

 

7/20 수 비

6시에 일어나 매표원 말대로 6시반에 표팔길 기다렸으나 10분전에야 나타나 표를 판다. 기세 좋게 경적을 울리며 온 동네를 한 바탕 뒤집고 나서 20여분 쯤 가다가 내려서 하릴 없이 담배 피우고 잡담. 요우티아오를 사서 운전하면서 우걱우걱 씹는다. 뒷좌석에 탄 서양여행자들과 말없는 웃음 교환. 어쩔거야, 지가 이 버스에선 왕인데...

허조우에 내려서 시내버스로 샤허가는 버스가 있는 터미널에 내려야 하는데, 이 여자운전자, 지나쳐서 한참 지나고 매표점에 내려 준다. 멀뚱하게 내리는 날 보더니 차를 기다리던 아가씨가 자기가 샤허 가는 차를 태워 주겠단다. 곧 샤허행 차가 왔는데, 날 태우고 돌더니 펑크난 타이어를 수리하고는 다시 출발, 이번엔 진흙구덩이에 빠진 승용자 꺼내 주고 부수입. 가는 길이 험난하다. 물론 도로공사때문. 진창길에 구덩이에...

샤허 와서 타라 게스트하우스에 와서 3인실로. 기침하는 나를 보더니 한방을 쓰는 서양녀석 눈치가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아 내가 자청해서 다른 방으로 옮기다. TV도 없고 콘센트조차 없다. 회족식당에서 점심. 계란탕과 밥. 라브랑쓰로 가 보았으나 늘 보던 라마사원과 다른 건 없다. 성지순례를 와서 코라를 돌고 오체투지하는 장족들의 진지한 자세가 기억에 남을 뿐. 한 방에 든 중국인이 남는 이불을 쓰라고 내게 건네준다. 내일 쌍커초원으로 가기로 했는데, 체력이 한계다. 따뜻한 곳으로 나갈 수 밖에 없어서 란저우로 가기로 결정.

저녁을 어향육사와 맥주로 시켰는데, 일하는 아가씨가 관심을 보이길래 우리돈 1000원짜리 한 장을 줬더니 곁에서 술도 부어 주고 얘기도 나누면서 나중에 나올때 장문의 편지를 내게 건네 주었는데, 숙소에서 흘린 감기약이 그녀의 편지를 못읽게 망쳐버렸다. 숙소에 돌아 오니 주인여자가 이불과 열수팩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서 건네 준다. 어디 가나 미인이 친절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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