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5 중국 스촨지방 여행

3 루얼까이

베싸메 2013. 4. 8. 10:25

 

7/7 목 개다가 비

백마의 부상으로 마당에서 마부들이 말을 눕혀 놓고 응급처치. 결국 마부 홍 씨와 백마는 숙소에 남기로.10시경 출발. 그런데 비가 부슬 부슬 내린다. 아주 깊은 원시림을 지나 가까스로 베이스캠프에 도착. 캠프 마당 앞 에서 비를 맞으며 점심식사. 호수로 향해 출발했는데, 젊은 친구들에게 떠벌이던 우리 친구, 호수를 300여 m 남겨 두고 포기. 가파른 자갈밭과 이끼지대를 지나는데, 눈이 내린다. 저 멀리 보이는 베이스캠프엔 비가 내리는데... 폰쵸를 입고 호수 윗쪽까지 갔다가 내려오면서 부터  세찬 빗줄기가 쏟아진다. 말을 탈 수가 없어서 걸어서 비탈길로 내려오다가, 풀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정통으로 다친 기분. 그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심하다. 꼬리뼈에 바로 충격이 갔는데, 그것도 바위에다 그랬으니... 게다가 카메라 액정에 물이 들어 갔는지 작동 불능. 숙소로 돌아와 쉬는데,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오한이 나서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잠이 들다.

 

 

 

7/8 금 흐리다 비

9시 반경 숙소를 나서 중간 캠핑장으로. 겨우 두 세시간 가다가 텐트를 친다. 말을 타는데, 다친 꼬리뼈가 아파 거의 등자에 발로 버티고 가는 형국이라 죽을 맛이다. 그들의 권유로 양을 한 마리 잡도록 하다. 480원. 어린 마부가 말을 타고 세 시간이나 걸려 조그만 양을 한 마리 사서 안고 왔다. 통째로 바비큐를 하는데, 벌써 누린내가 장난이 아니다. 학생들도 몇 점 먹어 보곤 그만, 나도 아예 냄새를 맡고 난 뒤 먹질 못하겠다. 결국은 양고기는 마부를 차지.

그러나 삶은 고기는 모두 잘 먹는다. 나만 빼고... 곱창, 순대, 족발을 못 먹는 내가 양고기 정도는 먹을 수 있으려니 했는데, 낸 돈이 아깝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마부들의 노래, 우리들의 노래. 한중합작 오락회는 끝나고, 모닥불도 사위어 가고...

 

 

7/9 토 흐리다 비

8시 반 송판을 향해 출발. 아침은 공갈빵 같은데 양배추국. 나도 겨우 먹고 있는데, 친구가 이것도 사람 먹는 음식이냐며 낸 돈을 아까워 하길래 가져 간 오트밀로 식사를 시키다.

중간에 절에 들르니 많은 서양 트레커들이 재미 있었냐며 환영하는데, 난 온종일 등자에 다리를 뻗고 오느라 거의 초주검이다. 식사하고 가자는 걸 일단 송판에 가서 먹기로. 오믈렛, 갈비튀김, 마파두부 등으로 식사다운 식사. 밀린 빨래. 밤에 추워서 전기장판을 30원씩 주고 사다. 저녁 먹으러 나쁜 삼촌과 셋이서 주바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는데, 우리친구 아가씨에게 눈길이 머문다. 다른 곳에서 만난 한국아가씨와 구채구 함께 가자느니 수작을  걸다가 숙소로.

평소의 습관이 중국에 왔다고 변하진 않을 터

 

 

 

7/10 일 맑음

그가 날 깨운 시각이 7시 10분전. 어젠 분명 친구와 그들은 황룡으로 가고 난 단운협 가기로, 그래서 함께 버스를 타러 가기로 약속이 되었었는데, 학생과 단 둘이서 황룡으로 간다며 나가버린다.

아침을 먹고 성문 건너 자작나무 숲으로 갔다가 로컬빌리지 방문. 그들 텃밭에서 양귀비가 자라고 있고 웬만한 집엔 하다못해 화분에라도 양귀비를 키우는 게 신기하다.

점심은 상가거리로 와서 볶음밥. 숙소와서 있으려니 그가 돌아 왔다. 난 이미 가 본 지우자이거우에는 갈 필요가 없어 내가 먼저 루얼까이로 가고 그는 지우자이거우 갔다가 이튿날 따라 오기로 하다. 이후 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서 몇 가지 요리. 그런데 갑자기 내 카메라가 아예 먹통이다. 나쁜 삼촌네로 가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한국 아가씨 둘 합류. 여행얘기로 꽃을 피우다 늦게 잠자리에 들다.

 

 

 

7/11 월 맑음

그를 지우자이거우로 보낸 후 루얼까이행 버스. 56원. 서양인 넷 나머진 모두 장족과 회족 남녀. 내 옆의 여자는 장족이라는데, 약간 세련. 내가 서툰 중국말을 하니 놀랜다. 덕분에 서양여행자들과 로컬 피플과의 메신저가 되다. 도로확장공사를 하는 통에 차는 기어간다. 천주사를 지나고 나서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다가 교행이 가능하면서 조금 긴다. 루얼까이 가는 길은 끝없는 풀밭이 펼쳐진 구릉지대. 내몽고의 초원과는 또 다른 맛. 고갯길에 올라서면 라마승이 경문이 적힌 종이를 뿌려서 축원하고, 초원엔 야크와 양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길가엔 심지어 석유를 퍼 올리는 유정도 보인다.

176km 오는데 7시간이 걸린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일단 식사. 론리의 설명대로 량위엔빙관과 정부초대소를 찾았으나, 아무도 모른단다. 이리 저리 헤메다 홍위엔에서 왔다는 젊은이의 도움으로 3인실을 20원에 통째로 얻다. 오로지 핫 샤워를 하고 싶은 욕심에서...

숙소 뒤로 돌아가니 공동묘지가 나오는데, 모두 돌로 쌓은 무덤. 여긴 아마 장족의 무덤은 아닌 듯. 언덕으로 올라가니 멀리 구불 구불 뱀형태의 황허 지류가 흐르고 풀밭은 꽃들은 끝간데 없이 피어 있다. 숙소 와서 쉬다가 작동도 잘 되지 않는 카메라를 들고 석양사진을 찍으러 갔으나 동네에서 초원으로 가는 길을 잘 못들어 실패. 종일 버스에 시달린 탓에 엉덩이쪽의 통증은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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