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3 중국여행

중국여행25-꽁샨에서

베싸메 2005. 6. 7. 16:53
12/13 금 맑음

아침에 겨우 몸을 추스리고 나와보니 핫샤워는 고사하고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녀석은 능글거리며 보온병 물을 열개정도 부어서 머리라도 감으란다."미친놈, 어째 방값이 너무

싸다고 생각했지..." 박도 불평이 대단하다.여차하면 한 대 날릴기세다.

미리 지불한 방값을 받아내고 말없이 어제의 그 빈관으로 가서 90원으로 깎아서 방을 얻고 바쁘게 세

탁도 하고 더운물로 샤워도 하고나니 좀 살것같다.

 


밥을 사다가 문사장이 챙겨준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기운이 솟는듯하다. 박과함께 빙중러(丙中落)방

향으로 4km쯤 걷는데, 햇살이 너무 따거워서 반팔만 입었는데도 땀이 삐질거린다.

그런데도 그늘만 들어가면 서늘하다. 그만큼 고지대에, 맑은 공기에, 강한 자외선...

공기엔 습기라곤 하나도 없는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얼굴이 많이 검은것이리라. `희망촌'이란곳

을 다리로 건너고 보니 조그만 학교가 있다. 설명을 보니 `이 향 출신 모씨가 홍콩에서 성공하여 이

학교에 몇만원을 기부해서 우리는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다 어쩌고 저쩌고...'

선생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더니 교무실로 안내한다.

일단 차와 담배를 건네더니 어느새 여선생 하나가 술을 한 병 가지고 수줍은 얼굴로 들어선다.

우린 낮엔 술을 안마신다니까, 다시 맥주로 바꿔오고, 어쩔 수 없이 한 잔을 마셨더니 여기서 며칠

묵을거냔다. 두룡지앙을 갔다 올거라니까, 외지인은 허가서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라며

안타까워 한다. 이건 영 아닌데...

호텔로 돌아와 밥사러 나간 박이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오늘 쇼가 들어왔다고 한다.

밖에서 시끄럽게 외치고 음악소리가 나더니 오늘 쇼 들어왔다는 광고였구나...

그 유치찬란한 쇼에 대해서 설명을 해도 그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 향은(우리로 치면 면 정

도) 인구가 많아봐야 3000정도일거고,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까지 쳐도 5000은 넘지 않을텐데, 도대

체 어떤녀석들이 올까 궁금하기도 하다.

7시경 4층에 위치한 작은 예식장만한 공간엔 벌써 사람들이 가득 차있고, 쇼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평범한 복장의 코미디언같은 사내가 만담을 하자 웃고 난리다.

게다가 스트립걸의 복장을 볼라치니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냥 팬티에 브러지어로 모션은 마치 초등학

생의 율동수준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고 환호작약한다.

함께 온 청춘남녀는 키득거리며 수작하기 바쁘고, 장내는 그놈의 중국냄새와 담배연기에 먼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나와버렸다. 입장료만 5원 날렸네!

컴컴한 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멀리서 불빛이 반짝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광풍(狂風)이란 이름의 나

이트 클럽(혹은 디스코 테크)이다.

들어가서 맥주를 두 병 시켜놓고 앉아있으려니 옆자리의 두 여자애가 같이 건배를 하자고 한다.

박의 제의로 합석을 하고 같이 춤도 추다가 여기는 너무 시끄러우니 차라리 가라오케로 가잔다.

세상에, 여기도 골빈 인간들이 있다.택시를 타길래 어디까지 가나 싶었는데, 겨우 200m쯤 가더니 내

리자면서 10원을 휙 던진다.꺼졌다 켜졌다 하는 마이크를 잡고 月亮代表我的心을 부르니 좌중이 모

두 환호를 한다. 이 두 녀석은 그냥 음치라고 하기엔 표현이 모자랄 정도.

박의 파트너는 키가 170정도 되어보이는 늘씬한 아이이고,내 파트너는 165정도의 평범한 체격의 평범

한 얼굴인데, 드디어 박의 수작이 시작됐다.

다시 자릴 옮겨 술을 더 마시고 우리방에가서 걔들이 사온 과자를 먹다가 내일 호텔서 만나 삥중러

에 같이 가기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