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1 수 맑음
09시 차로 꽁샨을 향해 출발.
차는 쉬임없이 누지앙을 따라 북으로 달린다. 다리가 없는곳의 두 동네 사이에는 어김없이 케이블이
걸쳐져 있고, 간간이 그걸 이용해서 강을 건너는데, 남자 여자 아이 할것없이 능숙하다.
20여m는 족히 될 높이에서 도르래하나에 의지한 채 빠른 속도로 강을 건넌다는게 큰 담력을 요할텐데
도 전혀 거침이 없다. 만약 이런 시설이 없다면 몇10킬로미터를 돌아가거나(다리있는곳으로) 아니면
강을 건널 방법이 없다.
강의 이름이 왜 `怒江'이 돼었는제, 그 사나운 물살을 보고서야 알것같다. 물색깔은 마치 옥색 물감
을 풀어놓은듯 신비롭기까지 한데, 흰 포말을 일으키며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당장이라도 강가의 모
든것을 삼킬기세이다.
여기도 어김없이 도로가 온통 공사중이다. 게다가 저 멀리서 원목을 실은 큰 트럭이라도 올라치면 넓
은곳에서 차가 지날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 푸꽁(福貢)에 2시15분쯤 도착했는데, 3시까지 점심
을 먹는다고 알고는 느긋하게 어향육사에 볶음밥을 시켜먹고 돌아가니 우리때문에 차가 여태 기다리
고 있다. 알고보니 30분간의 시간을 준다는 소리였다...
공산을 20여 km남겨두고 드디어 올것이 왔다.
앞서가던 돼지를 가득 실은 차가 뒷바퀴 축이 부러져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고, 적재함에서 쏟아져 내
린 30여마리의 돼지들은 물이 내려오는 뻘밭에서 꿀꿀거리고, 송아지만한 돼지 한마리는 차에 치었는
지 뒷바쿠짬에 죽은듯이 널부러져 있다.
이미 밤은 되어서 으슬으슬 추워오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해결방법을 제시하는데, 내가 보
기엔 모다 터무니없는 생각같다.
지프는 겨우 틈새로 빠져나가는데, 우리가 탔던 버스는 어림없다.
차에 탔다 지겨워서 내렸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이미 몇몇은 포기한 듯 각자의짐을 메고 걸어
서 간다. 여기 리쑤족 사람들은 모두가 허리둣쪽에 50cm정도의 칼을 차고 있는데, 나무도 하고 수풀
을 헤쳐나가는데 쓰이는것 같다. 표정은 온순 덩어리인데 칼을 차고 있으니 밤길에 외진곳에서 만난
다면 겁깨나 날것같다.
준비한 음식도 없이 배는고프고 물로 허기를 채우는데, 시간은 벌써 10시를 가르키고...
차에 올라갔더니 여자애 하나가 랜턴을 좀 빌려 달랜다. 시렁에 있는 보퉁이를 꺼낼때 도와줬더니 생
긋 웃으며 거기서 귤 몇개와 바나나를 준다. 사양할 여유가 없다.
박과 그걸 허겁지겁 먹는양을 보더니 "더 줄까? 나 많이 있어" 그놈의 체면이 뭔지, 허기를 면하고
나자 그새 필요 없다고 대답하는 여유도 생겼다.
얘가 원래는 박의 옆 통로쪽에 앉았는데, 잠을 좀 자겠다며 내 옆의 창가 자리로 옮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던가? 잭으로 겨우겨우 차를 들어 올려 돌을 끼우더니, 원목트럭이
당기고 사람들이 달려들어 도로가로 미니 어쩌다 버스가 지나가는 틈이 생겼다.
모두들 환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차에 올랐다.

내 옆의 여자아이가 졸면서 머리를 자꾸 부딛길래 내 가슴쪽으로 기대라고 했더니 말없이 기대더니
날 가만히 올려다보는 그 애의 눈과 마주쳤다. 왼팔로 그애의 어깨를 감싸주니 아무 거부감 없이 내
게 파고 든다. 그걸 본 박이 계속 씨부렁댄다.
"계집애, 아까 나와 앉을땐 그렇게도 쌀쌀맞더니, 강형, 걔가 강형을 좋아하나 봐요"
내 파커의 후드를 꺼내어 머리에 쓰는 순간 그 애는 기다렸다는듯이 내게 입을 내 밀어오며 손으론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다.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겨우 열 일곱 여덟의 어린애가 이런 대담한 짓을 하면서도 가끔씩 한자
리 건너 앞에 앉은 친구로 보이는 애에게 지네말로 뭐라 지껄이고, 다시 내게 입술을 요구하고...
거부하면 애가 민망해 할것같고 응하자니 내 이성이 용납을 않고...
`그래 이게 뭐 대수람, 그냥 춥다는 애를 감싸주는 나의호의지.' 어린애의 그것같은 보드라운 입술.
육체적인 욕망을 떠나 이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 나를 어지럽힌다.
옆에서 박이 계속 주절거린다. "도대체 이놈의 동네 계집애들은 어떻게 된 것들인지, 원... 여튼 강
형, 공샨 가면 걔들과 밥이라도 먹자고 해요. 지들도 둘이고 딱이네."
길고 긴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던 그 길이 끝났다. 시간은 벌써 1시가 가까워 오는데, 차에서 내리
자 마자 여자애 둘은 어떤 30은 됨직한 여자를 만나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호텔을 찾으니 여기도 어김없이 100원을 요구한다. 맞은편 터미널에 딸린 여관은 30원이라길래 더 이
상 어쩔 수 없어 묵기로 하고 짐을 풀자마자 불이켜진 식당에 가서 맥주와 밥을 시켜먹고 침낭을 덧
쓰고 잠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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