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 일 맑음
일찍 자릴털고 일어나 향비묘와 애제타이 청진사, 모르불탑을 돌기위해 동행을 수배했으나 실패.
하긴 색만빈관에 든 숙박객이 많지않다.
3륜 오토바이로 60원에 가기로 하고 아침을 먹다.향비묘에 들러 사진을 찍는데, 배터리가 다 나갔다.
그러고 보니 어제 스페어배터리도 충전하는걸 잊었다!
갑자기 맥이 빠진다.필름 36컷짜리 한 통을 사서 찍는데, 이건 또 피딩이 않된다. 이놈의 중국필
름... 청진사와 모르불탑을 쟤빠르게 보고 터미널로 가니 쿠얼러 가는 버스가 출발하려 한다.
운전자에게 색만빈관 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부리나케 호텔로 와서 가까스로 차를 타다.
또 기나긴 사막공로와의 싸움.만사가 귀찮아 지면서 5시경부터 잠을 계속 자다.
휴게소에서 커다란 하미과 하날 사서 그걸 쪼개 먹으니,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어디까지 가느냔다.
자기도 쿠얼러까지 가는데, 간호사란다. 그 도시 정보를 몰라 숙소 사정을 물으니, 도시가 아주 크
고 널린게 호텔이란다.

누가 호텔 많은거 모르나?싼 호텔을 찾는거지. 쿠얼러 내려서 자기가 싼 호텔을 찾아봐 준다는데야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지.
그녀가 주는 CD를 듣는데, 괴로워...요즘 잘 나가는 중국가수라는데, 도저히 노래에 정이 가질 않는
다. 내 직업을 묻길래 백수라고 했더니, 백수가 어떻게 여행을 다닐 수 있냐며 의아해 한다.
`바보야, 백수니 이렇게 다니지'
10/20 월 맑음.
꼬박 하루 하고도 15시간만에 쿠얼러 도착을 했다.
홍페이를 마중나온 남자에게 자기 짐을 들려 보내고 둘은 싼 호텔 사냥(?)에 나섰다.
원동빈관, 바로 터미널 옆인데, 특이하게도 싱글룸이 있다. 그런데 45원, 비싸다 싶어 그 땡볕아래
를 댓군데나 돌아다녔는데, 180원부터 투숙거절까지, 원동빈관에 들기로 하다.
그런데 그녀가 내 옆방에 한국인이 있다고 하길래 숙박부를 보니 47년생, 권 ** 라고 적혀있다.
그녈 배웅하고 샤워후 종업원에게 옆방 사람이 돌아오면 내방으로 오란다고 전해달라고 부탁 후 밖으
로 나서다.4-2번 버스로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홍페이네 병원에 가서 차도 한 잔 얻어마시고 9
시나 되어서 맥주를 5병 사들고 호텔로 돌아오니 마침 그도 돌아온다.
술이 불콰하니 올라서 혀가 꼬여 있다. 내가 사온 맥주를 나누며 얘길 들어보니 자기는 네팔에서 티
벳, 카스,호탄을 거쳐서 여기로 왔단다. 자기도 한달 가까이만에 한국말을 한다며 오랫동안 수다.
부인이 세브란스병원에 있는데, 전직 교사이며 지금은 미군관계 일을 하는 안양사람.
작년엔 중남미를 다녀왔단다. 나는 외가가 권씨, 나는 강씨인데, 자기는 외가가 강씨, 자기는 권씨이
다. 의기투합하여 다시 주빠로 2차.
10/20 화 맑음
미역국을 만들어 요기를 하고 권형과함께 9번을 타고 교외로 나서다.
거기가 거기인 경치, 나는 만두를 사서 먹는데, 그는 아침부터 맥주를 사서 마신다.
나는 하미로 가고 그는 투르판으로 가는데, 자꾸만 나더러 투르판까지만 동행하자고 매달린다.
인정에 약한 이 몸, 하루를 손해보기로 하다.그러자면 대연하까지만 같이 갔다가 나는 다시 기차로
하미로 가면 되겠지...
오후에 대연하가는 버스를 탑승,36원, 400km,그런데 운전사가 10시간 걸린단다. 아니, 고속버스가 어
떻게 시속 50km도 못내냐는 내 물음에 "다오 부 하오(道不好)" 출발부터 좋은길은 폐쇄해 놓고 옆의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그러다가는 천산산맥을 넘었다가, 다시 사막으로 나왔다가 또 산맥을
넘고...권형은 식사시간에도 휴게소에서 맥주를 사서 그것만 마신다. 술통!
10시 거의 다 되어서야 대연하 도착. 40원 달라는 방을 20원에 얻고 K887차 잉쪼어를 사다.
그와 다시 이별의 맥주파티. 양루촬을 먹는 가게 이켠에선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공짜영화 상영이 한
창이다.60년대의 우리들처럼 동네 인간들은 다 나온것 같다.게다가 상인들,,,
1시56분 기차에 오르니 우리자리에 영어를 하는 젊은 여자가 있다.기차를 타면 남자나 여자는 모두
내의바람으로 돌아다니는데, 그녀만은 윗옷만 벗고 부츠를 벗는다. 내가 어쩌다 그녀의 헤진 양말
을 보았는데, 그게 부끄러운지 꽤 신경을 쓰는 눈치.
샨샨시의 공무원이라는데, 언니집에 다니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내게 군밤도 까주고, 사과도 벗겨준
다. 내가 우리동전 한개를 기념으로 주자 자기는 줄것이 없다며, 자기 목에 걸고있던 옥 목걸이를
내 목에다 걸어준다.
아무리 사양을 해도 막무가내였기에 고맙다며 받았는데, 36세의 그녀는 말 솜씨도 아주 단아하다.
밤새 둘이서 영어로, 중국어로, 필담으로 얘길 하는동안 기차는 하미에 닿았다.
10/22 화 맑음
그녀가 역을 나서며"I'll helf for you" 라며 내 보조색을 들어준다.
몇군데 호텔을 돌다 2성급호텔에 갔는데,120원을 달란다.80원까지 깎고 내가 화장실 다녀온새, 그녀
가 60원으로 흥정해서 방값을 지불했다. 내가 그럴 수 없다며 돈을 건네자 한사코 자기는 손님을 위
해야 된다며 돈을 받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저녁때 언니와 함께 와서 식사나 하자고 하고 그녀를
보냈다.밀린 빨래를 하고 한숨자고 나니 12시, 난을 하나사서 미역국을 만들어 먹고 하미왕릉으로가
다.문표 20원, 가이드가 따라붙는데, 중국어다. 시내까지 걸어 오면서 용사탑과 인민공원을 들르다.
샤워를 하고 있으려니 그녀가 언니와 조카를 데리고 내 방으로 찾아왔다.
언니가 아주 미안해 하며, 자기는 밥만먹으면 갈테니 그 뒤에 둘이서 시간을 가지란다.
그녀가 그게 아니라며 얼굴을 붉히며 눈을 흘긴다.언니의안내로 멋잔 2층 레스토랑으로 갔었는데, 예
약이 안되어있다고 거절을 한다. 중국에도 이런데가 있나? 그녀가 자기 신분증을 보이며 뭐라고 하
자, 샤오지에가 알았다며 방으로 안내를 한다. 알고보니 그녀는 부련(婦聯)소속 공무원인데, 아마도
우리의 복지부 공무원쯤 되니, 식당측에서 절절 맬 수 밖에...



*대단한 공무원 陳이 주문한 요리들*
동과,튀긴 사과, 이름도 야릇한 몇가지 요리를 맥주, 포도주를 곁들여 먹고 얘기하다 계산을 할려니
이번엔 언니가 나서서 돈을 치룬다. 웃긴건 145원이 나왔는데, 이걸 또 120원으로 깎는거다.
같이 전통음악회 가자는걸 사양하고 왕빠에 갔더니 한글 꽝, 집과 덕락에게 전화.
10/23 수 맑음

*소학 교실*

*백양나무 방풍림*
2번 버스로 황궁향으로 향하다.지도에 의지해서 약30분을 걸어가니 살구농원과 목화밭이 펼쳐져 있
고, 아낙들이 목화를 따고있는 풍경이 평화롭다. 도로를 따라선 백양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고,
수로에도 모래가 바람에 날려 들어가지못하게 방풍림이 조성된게 이채롭다.
길가의 황궁분교(소학)라는 곳에 들어가니 애들이 우루루 내 주위를 에워 싼다.

*체조하는 아이들*
선생들이 뛰어오면서 무슨일이냐고 한다.내가 보통화로 얘길해도 못알아듣더니 어딘가 휴대폰으로 전화
를 걸고, 전화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영어로 학교에 왜 왔으며, 도와 줄 일이 없냔다.
그냥 여행자인데, 사진을 찍으러 왔다니까 애들과 포즈도 취해주고, 교실에도 데려가더니, 교무실로
안내한다. 부담스러워 그냥 가겠다고 하고 학교를 나서니 그제서야 그들은 운동장 조회를 시작하다.
역에 가서 란저우나 시닝 가는걸 포기하고 바로 시안(西安)으로 가기로 결심을 굳히다.
표를 산 후 체크아웃을 하고 2번을 타고 교외로 나섰는데, 큰 바자르가 있어 내려서 우육면을 먹고
동쪽으로 시장을 따라 걸었더니 역앞 큰 도로가 나온다.
우연히 왕빠를 발견했는데, 다행히 한글 읽기가 되어서 신문기사도 보고 주식시세도 보며 메일을 체
크했더니 유선에게서 음악 메일이 4통이나 와있다.요요마의첼로곡, 언니네이발소OST를 스피커를 켜놓
고 듣고 있으려니 요란하던 왕빠 안이 일순 조용해지며 일순 조용해진며 나를 모두 쳐다본다.
그들으이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2 시간 가량 시간도 깼으니 그만 나오기로 하다.
역에 허겁지겁 가 보니, 1 시간 30 분 연착이란다.역시 보쾌(普快)가 다르긴 다르다.
역 대합실에서 충격적인 모습을 보다.
형사 두 명이서 죄수를 압송해 가는데, 손목엔 수갑을 채우고, 목에는 커다란 가방을 걸었는데, 짧게
깎은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퀭한눈에 튀어나온 광대뼈, 촛점을 잃은 멍한 눈동자... 형사는 아무렇
지도 않은듯 선글래스를 끼고 차도 마시며 동료와 얘길 나눈다.
차에 타니 두 중년남과 자위관 가는 여자애 하나가 타고있다. 외국인인 나를 보고 여자애가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거는데, 귀찮아서 모른척 하고 책을 펼쳤는데, 실내가 너무 어둡다.
카메라를 들고 석양사진을 찍기위해 통로쪽으로 나가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