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 토 맑음
9시 기상. 엊저녁 방에서 맥주를 마시다 로비에서 서양애들과 한 잔 더한게 탈이났는지
속도 메슥거리고 영 개운찮은 컨디션.
체크아웃을 하는데, 영감이 왜 미얀마로 가질 않느냐고 의아해 한다.
그냥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길을 나서다. 빵차. 이 차 안에는 온통 사탕수수 씹은
쓰레기가 널려있다. 북쪽 지방에는 해바라기 씨 껍질을 버리고, 여기선 사탕수수
껍질을 버리나 보다.
(완딩 빈관외벽의 꽃다지)
완딩 빈관에 묵을지를 결정 않고 짐부터 맡기고 길을 나서다.
언덕에 올라 미얀마쪽을 보니, 중국의 집들이나 길들과 그리 큰 차이를 못느끼겠다.
그냥 조그만 개울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국경검문소는 아예 무시하고 짐도,
자전거도 그냥 어깨에 멘 채로 건너 다닌다.
(클날뻔 했던 개울 건너기)
아무래도 국경 검문소는 외국인과 차량 체크용인듯. 상류쪽 100여m를 올라가서
미얀마쪽으로넘으니, 꼬마 둘이서 나를 쳐다본다. 선글래스를 끼고 옷차림새도
유별난 사람이 넘어오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들을 향해 빙긋 웃어버리자
그들은 냅다 동네를 향해 달아나 버린다.
동네를 향해 어슬렁거리고 가고있는데, 군복비슷한 복장을 한 남자 하나가 오토바이를타고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 사내는 내게 뜻밖에도 "취 나리(去那理)?"하고 중국어로 묻는다.
`이크, 잘못걸리면 클나겠다.끌려가서 감금이라도 당했다면 새된다...'
중국인행세를 하는 수 밖에 없기에, 내가 광동에서 이리로 여행왔는데, 여기가 미얀마냐, 중국이냐라
고 선수를 치자 공민증을 보잔다."호텔에 두고왔다. 여기 아무나 오면 안돼냐"고 재차 묻자,
여기는 미얀마 이며, 현지인도 통행증을 가져야만 건널 수 있다고 자길 따라 가잔다.
"두에부치, 두에부치, 워 부즈따오러. 셴자이 워 취 샹 중궈." -야, 몰랐어, 미안하다 나 지금 바로
중국으로 건너갈게- 이런말을 남기고 중국쪽으로 돌아서서 냅다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녀석이 고함을 지르며 나를 부른다. `야, 너라면 대답하겠냐...?'
신발도 벗지않고 개울을 성큼성큼 건너는데, 등에서 진땀이 다 난다.
중국쪽에서는 벌써 많은 사람들과 국경수비대원이 모여있다. 군인하나가 왜 그러냐고 묻길래, 영어로
저쪽에 동네가 있어 건너갔더니, 월경했다고 지랄하네. 원래 못가냐고 묻자, 녀석이 한심한듯
"미얀마도 자주국가, 중국도 어쩌고 저쩌고..." 설교하는 그의 말을 자르고 "지금 호텔에 오는 친구
만나러 간다.나중에 출국관리소쪽에 놀러갈게"라고 하니 거기 면세점에 술, 담배가 많이 싸니 살게
있으면 오란다.
십년감수...시내로 와서 밥을시켜먹으며 주민에게 물어보니, 자기네들이 자주 가는 사원이 여기서 상 류쿠쪽으로 2km쯤 가면 있는데, 거긴 문제 없을거라고 한다. 절 이름을 메모하고 10원이나 주고 택시 를 타고 가서 보니, 에게, 무슨 절이 이렇게 작아? 거기도 국경이랍시고 계곡을 끼고 무슨 둑 비슷한걸 쌓아놓았는데, 그냥 형식적이다.
(이 둑의 용도가 뭔지 아직도...)
한참을 거기 앉았다가 승려가 나를 향해 다가오길래, 합장을 한 번 하고는 되돌아섰다. 하기조차도 싫은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법입국자로 억류라도 되는양이면 집에는 언제가며, 살인 적이라는 벌금은 누가 내 줄것인가? 시내로 나가 국경 면세점으로 가보니, 판매하는것들이 모두 후진것들. 특히 눈길을 끈것은 호주산 오 팔을 많이 팔고있다는거다. 팬던트 하나에 50달러 정도.미얀마에 많이 나는 비취는 아예 취급도 않는 다.거기서 갑당 1000원쯤 하는 마일드세븐을 한 보루사고는 나와버렸다. 더 머물 이유가 없어 호텔로 가서 짐을 찾아 망시로 가서 쿤밍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히다.
(국경검문소의 `우정의 다리-友宜橋)
일단 내가 우선 할 일은 베트남 비자를 받는것. 그놈의 지겨운 침대버스는 또 어떻게 탈구~! 망시행 버스가 있어 덜렁 탔는데, 이놈의 차가 시내를 몇 바퀴나 돌고있다. 손님이 다 찰때까지 돌 모양인데, 그나마 쿤밍행 버스시간이 넉넉하니 어떻게돼도 되겠지... 그놈의 차비는 왜 또 이리 비싸지? 20원. 망시 도착후 터미널에 배낭을 맡기고 4원짜리 허판으로 배 를 채우고 거리로 나서다. 그게 그거다. 하릴없이 다니다 지쳐 버스에서 출발을 기다리기로 한다. 쿤밍 도착시간이 5시30분이면 어디서 묵을지도 고려할 사항.차가 출발하기전 옆자리에 애기를 안은 여자 둘이 탔는데, 애가 응가도 하고 너무 역겨워 조수에게 자릴 바꿔달라고 했더니, 순순히 자기자 릴 내준다.착한녀석... 먼지투성이에 빤질거리도록 때가낀 시트, 이불은 시장통 거지의 것인양 냄새 까지 난다. 내가 슬리핑백을 꺼내서 펴니 다들 호기심이 동하는지, 어떤사람은 다가와서 만져보기까 지 한다. 이 얇은게 무슨 이불이냐고 묻기도 하고... 오는 도중에 세 번의 검문이 있었는데, 첫번째 검문에서 양장을 입은 젊은 여자가 끌어 내려지고, 두 번째 검문에선 젊은남자 둘이 도 끌려갔다.알고보니 아편밀수 단속때문에 철저한 검문이 이뤄진 다는데, 내 생각으로는 여자는 그들의 심심풀이 희롱용으로, 남자둘은 깨끗하게 차려입고 있으니 아 니꼬와서 끌어내린것 같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시속 30km로 가다 쉬고 도 쉬고 하는품이 억지로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한듯. 창가쪽이 너무 추워(칼바람이 들어온다) 가운뎃 자리로 옮겼더니 너무나 비좁아 백을 둘 공간이 없 어 백을 품고 몸을 누이다.
12/22 일 맑음 곤명에 도착했는지, 주위가 소란스러워 일어났더니, 운전자가 나더러 넌 외국인이니 지금 나가면 위 험하다.그러니 날이 밝을때까지 차속에 있다 가라며 차를 한 잔 나눠준다. 7시쯤 터미널을 나섰는데, 여기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정류장 표지판에 `신남역'이라 써 놨는 데, 베이징로를 따라가다 둥펑둥루로 가는 32,60번 버스가 있다. 차화빈관에 가서 방을얻어 들어가니 호주에서 왔다는 까만 여자애 하나와 독일 여자애 하나가 자고있 다. 서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미시엔을 하나 먹다. 역시 쿤밍은 쿤밍. 플라타너스 잎은 지고 바람이 제법 분다. 그래도 내리쬐는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진비루로 가 보니 여기선 백화점마다 크리스머스와 연말연시 대목을 노린 판매전이 한창이다. 어제 좁은 침대버스를 탄 탓인지 허리 다리가 너무 아파 호텔로 돌아오니 독일여자애는 체크아웃하 고 호주애가 쿤밍 일정을 묻는다.오늘 베트남 비자신청을 할거라니, 눈을 반짝이며 자기도 베트남에 갈거라며 베트남에서 같이 여행을 하잔다.나라고 나쁠 이유는 없다. 우선 방값도 절약하고 의사소통 에도 지장없이 같이 다닐 수 있으니... 그녀의 이름은 프라야. 폴리네시아계인듯. 그런데 머리칼은 검은색이다. 비자 발급신청을 하고 동풍광장에 갔더니 태족인듯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주고받는 노랠 하는데, 멜 로디도 재미있고 둘러서서 구경하는사람들도 가끔 웃음을 터뜨리고 하는 모양새가 내용이 재미있는것 인듯. 레코더로 녹취를 하고 그들의 사진을 찍다. 저녁먹을 생각이 없어 양꼬치에 맥주, 그리고 2차로 바에 가서 칵테일 몇잔, 그리고 쓰러져 자다.
12/23 월 맑음 새벽 5시나 되었을까? 어떤 땅딸한 거지꼴을 한 서양애 하나가 들어온다. 놀라는 우릴보고 미안해 하며, 자기 배낭만 들여놓고 나가버린다. 또 얕은잠.일어나니 프라야는 나가 고 새벽의 그녀석이 들어오며 싱글벙글이다. 독일인인데, 방금 지 어머니가 부쳐준 소포를 받았다며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있다. 담배, 코담배, 자잘구레한 온갖게 다 들어있다. 녀석은 카프만. 9개월재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배낭 가득히 넣어둔 때에절은 옷가지를 꺼낸다. 론드리 맡길거냐고 물으니 지가 직접 세탁한단다. 내가 친절하게도 가루비누를 주며 욕조에 빨랫감 을 넣고 사정없이 밟으면 된다니, 연신 `That's a good idea!'라며 나중에 한 잔 산단다. 오랜만에 pc방에 가서 멜 확인도 하고 답장도 쓰다.카페에 올린 글에는 리플이 하나 가득 달려있다. `보난자'라는 친구는 내가 하노이 가면 대우호텔이 좋으니 거기서 묵으란다. `누굴 돈병철이로 아나,거기 하루 묵을 돈이면 베트남 한 달 여행비다. 이사람아...' 리셉션에서 오고가는 사람 구경하기, 그리고 아가씨들과 농담따먹기. 곤호 반점보다 얘들이 훨씬 친 절하고 영어도 잘 한다. 방에 돌아오니 독일녀석이 고마웠다며 담배를 한갑 쥐어주는데 보니 노필터이다.맛을 보는 순간 캑! 이렇게 독할 수가~ 이자식은 이 담배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지 엄마께 보내달라고 했단다. 맥주를 함께 마시면서 얘길 들어보니 프라야에 대해서 잘 안다. 티벳에서 몇 번이나 봤단다. 얘기도중 북경에서 공부한다는 한국애들과독일 프랑스애들 그룹이 휴게실에 들이닥쳤다. 걔들에게 다리,리지앙,중디엔 정보를 주고 문사장과박에게 메시지를 전해줄것을 부탁하다. 방에 들어가니 프라야가 속옷 바람으로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뭐냐고 물어보니 `요가'란다. `지랄, 넌 요가할때 팬티 브러지어 차림으로 해야 폼이 나냐?' ***************************************************************************************** 그 후 호주여자애와 베트남 입국을 시도하다 중국당국에서 베트남으로 얘의 불법성을 통보하는 바 람에 졸지에 저까지 입국거부를 당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인도 타밀족 출신 호주인이었는데, 얘가 티벳 독립운동에 관여하는 NGO멤버였다네 . 걔는 방콕으로 가고 (강제출국) 나는 난닝갔다가 해남도를 가려 했었는데, 배를 못타서(파도땜에) 유주를 거쳐 계림으로 갔다가 북경으로, 연태로 해서 1월 중순경에 이 여행을 마무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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