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3 중국여행

중국여행29-루일리

베싸메 2005. 6. 7. 16:48
12/18 수 흐리다 비

9시10분 루일리행 버스 출발. 이전에 텅충 갈때 가본 길이라 별로 감흥이 없다.

달라진건 바오산 공항이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것. 747이 뜨고 내려도 무리가 없을듯.

4시에 도착한다니 벌써부터 지겹다. 박은 그래도 란찬지앙(亂澯江)의 풍경이 신기한가 보다.도중에

들른 휴게소의 식사는 최악.박이 중국 상인이나 사람들 대하는 태도가 눈에 많이 거슬린다.

저러다 시비라도 붙으면 나까지 곤란해질텐데, 영 안하무인이다. 가는 내내 맘이 아슬아슬하다.

망시 정류장에 도착후 이놈의 차가 떠날 생각을 않는다.

도중에 사람들이 많이 내리니 기어이 좌석을 다 채우고 갈 모양이다.

결국은 일이 벌어졌다. 박이 화장실을 갔는데, 1원을 요구했나 보다.찌푸리면서 고함을 지르니 그 여

자도 당연히 화가 났겠지. 여차하면 한대 칠 기세의 박을 말리고 내가 1원을 던져주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중국인들의 인해전술(?)의 희생양이 되어봐야 그들의 억지를 느낄 수 있을런지...

덕분에 차는 바로 출발하고 루일리 가는 길가의 풍경이 북쪽과는 많이 달라졌다.

사탕수수를 가득 실은 트랙터와 트럭들이 지나다니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많이 바뀌었다.

루일리는 루이리강의 동편에 위치한 아열대 기후의 국경 마을로 쿤밍으로부터 839km 떨어진 곳에 있

다. 루이리는 일명 '안개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겨울이면 아침안개가 자욱하게 일고 오후가 되면 양

산을 써야 할 정도로 햇볕이 뜨겁다. 시장에서는 따이족 여성들이 온갖 색상의 비단옷과 수박 같은

과일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루이리는 미얀마, 라오스와 접경한 경계무역이 성행하는 곳이다. 미얀마의 무스(Muse)와 남캄

(Namhkam)이 인접해 있어서 작은 상품박람회 같은 시장이 선다. 한 지역에 두개의 나라와 세개의 도

시가 공존 한다고들 말한다 .

론리의 정보대로 민족빈관에 가니 트윈을 50원 달란다. 2002년판 론리에는 30원인데...

40원으로 하자고 실랑이를 하는데, 통역을 자청한 노인이 온다. 70은 넘어보이는 영감의 영어가 유창

하다. 한 서양녀석이 내게로 오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친구가 서울에 사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는 녀석의 품새를 보니 얼룩반바지에 슬리퍼, 윗도리는 때에절은 무소매 런닝 차림

이다. 국적을 묻자 우물거리며 영국이란다.

박에게 이녀석이 말을 걸어도 대꾸를 말라고 주의를 주고는 방으로 가서 샤워를 했다.

여기 기온은 거의 30도를 육박한다. 4원짜리 저녁을 먹고 거리를 걷다보니 유난히 안마하는곳이 많

고 호객을 하고있다. 여자 넷이서 마작을 하고있기에 혹시 술도 파냐고 물어보니 판단다.

라오반(사장)은 스물다섯정도? 종업원이래야 갓 스물을 넘겼을까...이런 저런 얘길 시켜보니 다들 태

족이란다.안마요금을 물으니 한 시간에 50원이란다.

그새 박이 눈독들인 여자애가 있었나 보다. 키는 껑충하게 크고 날씬을 넘어서 빼빼 마른 눈도 커다

란게 한국서 같으면 한 인물 할 아가씨인데, 박이 바디랭귀지로 얘를 데리고 나가면 얼마냐고 묻는

다. 여자애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고, 라오반은 진지하게 200원만 주고 데리고 나가란다.

거라낌없이 손을 맞잡고 바로 옆의 오늘 개업했다는 호텔로 애를 데리고 들어가니 나는 졸지에 혼자

남은 낙동강 오리알.

라오반이 나도 셋중에서 제일 맘에드는  아가씰 골라서 가란다. 웃으면서 "워 부야오, 타 메이요우

푸런, 워 요우 아이런(난 안해, 쟤는 홀아비이고, 나는 마눌있어" 라고 하니 나보고 푼수라네.

한녀석이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를 타고 오더니 게중에 한 여자애를 낚아채듯 실어가고, 남은 우리 셋

은 밤이 이슥하도록 술을 나눠 마시는데, 한 녀석이 나보고 돈 필요없다고 그냥 데리고 호텔방에서

재워달란다. "워 야오 닌더 라오반, 니 부씽!(너 말고 너희사장이라면 그럴게)"

내 말에 계집애는 샐쭉해지고, 라오반은 방금 잠깬 어린애를 내게 보이며, `나도 남편있는 몸이야.나

는 않돼'라며 깔깔거린다.

                                                            *** 마사지 업소의 주인여자,나름대로의 매력.***

호텔 앞에서 양꼬치와 맥주 두 병을 더 비우고서야 선풍기가 삑삑거리며 돌아가는 방으로 들어와서
 문득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들다.
12/19 목 비오다 맑음
아침부터 안개가 짙다.
박을 11시까지 기다려도 오질않아 혼자 국수를 하나 먹고 그가 들어갔던 호텔로 가니 거기서 리셉션 
애들과 노닥거리고 있다.하도 기가 차서 신경질을 부렸더니 야진-보증금-때문에 따지고 있다.
따지는거 좋아하시네~ 박의 말을 빌리면 그애(安蘭)은 거기 온지 사흘밖에 되질 않았는데, 잠자리에
서도 촌티가 팍팍나더라나 뭐라나... 그래 겨우 열일곱짜리가 뭘 알겠냐?
지에고우로 향하는데 비가 온다. 국경으로 다시 트라이쇼를 타고 가니 거의 미얀마인들이다.
국경무역을 하는 삼인가 본데, 중국측 상품 꼬라지를 보니 조잡한 오디오, 오토바이,차량용 부품따위
가 대부분이다.
보초를 서고있는 군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의외로 영어를 잘 한다.
사진을 찍고 보석상 거리로 오니 건물추녀밑에서 1마오짜리 카드판이 벌어졌다.

***아름다운 눈빛의 미얀마 처녀***

구경을 하려니 같이 하잔다. 근데, 얘들이 다 미얀마 인이었다.거기있는 남자에게 물으니 그녀들은
 환전상이란다. 자기는 미얀마 과자(또는 식품)을 중국에 내다파는 업자이고, 무스에 산다고 한다.
주소를 적어주면서 미얀마 오면 자길 찾으란다.유달이 눈이예쁜 여자애가 있어 말을 거니 환하게 웃
으며 대꾸를 한다. 얼굴에 칠한 분가루를 가리키자, 피부가 좋아지고 그을지 않는 화장품이라 한다.
그녀와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렀는데, 그녀를 잘 아는듯 중국애들도 반갑게 그녀를 맞는다.
미인은 어딜 가도 이렇게 인기가 좋은거지...밥을 시키니 밥은 비싸다며 자긴 국수를 먹겠단다.
자기의고향도 무스(무세)인데, 저녁엔 미얀마로 넘어갔다가 내일이면 다시 이리로 온다고 한다.
밥을먹고 돌아가니 박의표정이 영 어둡다.
아침에 내가 친 호통때문인가, 아니면 자길 두고 혼자 가서 먹고온 식사가 문제인가? 비가 계속 오기
에 호텔로 돌아와서는 로비에 있는 영감을 만나 정보를 좀 챙기고 돌아오니 그는 나가고 없다.
무료함에 어제 그 안마집에 가서 애들과 맥주를 좀 마시다가 어느새 갠 하늘을 이고 숙소로 오다.
 
12/20 금 흐리다 맑음
오늘은 농다오에 가기로 했다.
차비가 8원인데 의외로 거리는 가깝다.론리에는 39km로 나와 있는데, 20km가 채 안될듯 싶다. 국경시
장이라도 여느 중국 시골장과 틀리는 점은 못느낀다. 미얀마 여인들의 싸롱(긴치마)을 보고 있노라
면 우리가 마치 미얀마에 온 기분. 군데군데 추수한 커피를 말리고 있었는데, 콩이 꽤 크다.
저걸 들들 볶아서 진~하게 한 잔 마셨으면...
커피는 수출만 하는지, 커피는 팔지않고 사탕수수를 많이 판다.1원어치 사서 나도 그들처럼 우적우
적 씹으며 넓은 시장을 이리저리 헤메어 봐도 그리 흥미를 끌 거리는 없다.
하나, 대낮부터 만취한 사내하나가 비틀거리며 시장을 주름잡는게, `어디가나 저런 꼴통을 보는구
나'하는 느낌정도.

 

***농다오 국경 시장***

***절에 공양할 다알리아 꽃을 꺾어다 판다***

개울을 넘어가면 미얀마인데, 왔다갔다 하다가 그것마저 시들해져 그만 돌아가기로 하다.
차를 기다리다 맛사지 집이 있기에 얼마냐고 물으니 15원이란다.
싸롱입은 여자애둘이서 우릴 뉘여놓고 안마를 하는데, 그새 박이 "나와 응응할래?" 어쩌구 하면서 여
자애의 가슴을 만지니, 애들은 꺅꺅거리며 소리지르면서도 안마는 끝까지 해 준다.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길래 민망해서 일본서 왔다고 하니 걔들도 고갤 끄덕인다. 대낮에 민망하게 
시리...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가 아닌데 너무 심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내 말에 단단히 삐쳤는
지, `황금오리사원'에 도착할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설명과 달리 별 감흥도 안주는 절을 뒤로하고 루일리 강가로 향했다.
강변 광장에 갔더니 학생들이 신년 축하 퍼레이드를 위한 매스게임 연습이 한창인데, 군에서 장교가
 나와서 같이 지도하는 모습을 보니 좀 낯선 기분.
애들이 행동통일도 되질 않고 이리저리 헤메는 품이 한국같으면 선착순 기합감이다.

***애들 다리는 다 롱다리였다***

루일리 강은 폭이 많이 넓다.돌아오는 길에 나는 걷기로 하고 그는 차를태워 보냈다.
호텔에 도착하니 그는 비자만료기간이 다 되어서 샤관으로 나가야겠단다. 굳이 비자를 연장하려면 여
기서도 가능하단 얘길 하지않았다.
무거운 짐을 벗은 기분으로 그를 7시 침대차로 태워보내고 나니 홀가분해져서 샤워를 하는데 TV뉴우
스에서 노무현이 당선된 내용을 내 보내고 있다.
그렇구나, 18일이 대통령 선거일이었구나... 그런데, 노무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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