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3 중국여행

중국여행28-사라져 가는 것들

베싸메 2005. 6. 7. 16:49

12/15 일 안개후 맑음

9시쯤 나와보니 사방은 안개천지.

거리는 마치 서부 개척시대를 방불케 한다.오가는 사람들 행색은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 학교 교장이

란 사람도 거지꼴에 주민 모두 키가 작다. 그래도 사람들 눈빛만은 맑고 예쁘다.

담배나 계란등 외지인이 필요한 물건은 부르는게 값이고, 언덕배기에는 현장이 짓고 있다는 호텔 건

립이 한창이다.

`이곳도 예외없이 길 사정이 나아지고 호텔이 문을 열면 외지인들로 북적대겠지...'

어제 상서씨 얘기가 그저께 만난 여자가 혹 현장의 애인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다. 리지앙에서 온

여자인데, 현장의 애인이면서 꽁샨현지의 부자나 기관장과 하룻밤을 지내는데, 무려 1000원을 요구하

는 여자란다. 내 생각엔 그 여자가 아닌것 같았는데, 글쎄~

볶음밥으로 아침을 먹고 되도록이면 일찍 나갈려고 서둘렀으나 결국은 오후에나 가 진다고 한다.

두롱지앙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몇 개 있고, 가끔씩 산길을 타고 다릴 건너는 아녀자들이 보여도

얼굴에 문신을 한 여인은 찾을길이 없다. 중국 정부에서는 소수민족중 가장 적은 숫자의 두롱족(약

3000명)을 아예 천년 기념물 정도의 대접을 한다고 한다.내가 보기엔 그건 그들의 욕심일 뿐, 그들

도 교육과 복지혜택을 누릴 국민의 일원인데 왜 거주지역을 벗어나도 안되고 다른 종족과는 사귀지

도 못한단 말인가?



계곡의 물빛은 연한 옥색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그 속에서 순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 년 만에 외지인의 영향을 받아 변할 생각을 하니 좀 측은하다.
싸늘한 기후에도 그들은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많고, 설사 신발을 신어도 그냥 슬리퍼 정도인데, 발
 바닥이 마치 곰의 발처럼 투박하다.
두롱족은 언어는 있으나 문자가 없다고 한다. 꽁산(貢山)현의 누(怒)족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전
통복장은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 두롱 담요이다. 이 천으로 왼쪽 어깨를 가리면서 몸을 둘러 옷을
 대신했고 밤에는 이불로 변한다. 본래가 전통복장이라고 할만한 어떤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많
은 사람들이 외부의 영향을 받아 현대의 간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롱(獨龍)족의 특징 중의 하나는 과거에 여자들이 얼굴에 문신을 했었다는 것인데, 지금도 문신을
 한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보질 못했고, 두롱(獨龍)족의 전통종교는 만물에 영혼이 있다
고 믿으며 자연을 숭배하는 원시적인 종교이다. 하늘에 수많은 혼이 있는데, 그 혼을 '나무(納木)-우
리의 발음과 같은게 신기하다-'라고 부르며 땅의 혼을 다스린다고 여긴다.
오후세시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출발을 한다.
`오, 신이시여 가는 길은 아무런 문제없이 제 시간에 꽁산에 도착하도록 굽어살펴 주옵소서!'

 

***첨엔 아름답게 느껴지던 이길이 나중에는 지겹기까지 하였다***
어제는 밤이고 지쳐서 미처 못깨달았는데, 낮에보는 풍경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찻길이 없을때도 사흘이나 걸리는 길을 걸어서라도 일부러 찾았난 보다.
직선거리로 따지면 겨우 몇 km쯤 되는 길을 한 나절 더 걸려 돌아서 돌아서 가는길...
길가에는 웬 이름모를 아름다운 폭포가 그리도 많은지...
7시 반경 무사히 꽁산에 도착해서 셋이서 식사를 하는데, 백주(고량주)두 병에 요리 다섯개, 밥이 모
두 40원밖에 되질 않는다. 상서씨가 없엇으면 이런 잔치(?)비용이 100원은 되었으리라.
피곤하다는 그를 쉬게하고 나이트로 갔으나 아무도 없어서 그냥 자기로 하다.

 

***한국사람에게 관심이 대단한 아가씨. 누가 중매좀...***
돌아오니 프런트 아가씨가 한국사람 소개 좀 해달란다. 말씨를 조용조용하게 하는 아가씨인데, 상서
씨 말로는 호텔 사장 조카인데, 자기만 투숙하면 퇴근도 않고 상서씨 방에서 세탁도 해주고 TV도 보
고 조선족 통역과 놀다 가기도 한단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에게 시집가고 싶다고 한단다.
사진을 한 장 찍으니 다른 사진을 한장 쥐어준다. 자세히 보니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사진인데,
 원판(?)과는 너무 다르고 그 포우즈라는게 거의 할리우드 여배우 수준이다. 웃겨서...
12/16 월 맑음
상서씨가 차를 수배해 준다고 했으나 더 이상 신세지기 마안해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다.
9시 차로 표를 사는데, 류쿠로 바로가는 차는 없고 푸꽁(福貢)까지밖에 안간단다.
상서씨는 바쁘다고 표를 사 주고는 바삐 떠나고 우리도 드디어 이 소읍을 벗어난다.푸꽁에 도착한 시
간은 오후4시.어쩔 수 없이 하루 더 묵기로 하는데, `빈관'이란 시설이 정말 말도 아니다.
류쿠 정도의 도시인데, 특색도 없고 그냥 그런곳. 시내 구경을 하다 가든 비슷한 곳으로 한 잔 할까
하고 들어갔는데, 여자가 있고 팁도 줘야 된단다.여기도 목재, 약재 수집상들이 동네 다 버려놓았나
 보다. 시장쪽을 기웃거리니 포장마차 처럼 무리지어있는 구이집. 그중 손님이 없는 가게에 들어가서
닭날개, 두부구이등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데, 의외로 매콤한게 맛이있다. 이 아가씨는 누족(怒族)
이라는데, 권하는 술도 넙적넙적 받아 마시더니 이웃한 가게 사람들을 부른다.
외국인이 있으니, 의외인듯 끝없는 호기심. 그중 나이 든 여자가 장난도 하고 하도 호탕하게(여자답
잖게)웃길래, 물어보니 이 아가씨 엄마란다.그들의 노래도 듣고, 재밌게 놀다 돌아오는길에 호텔옆
 식당에서 바이구어를 시켰는데, 한참후에 나온것은 `갈비찜'이다. 그래놓고는 얼마냐니까 20원이라
고 눈도 깜박않고 시침이다. 뭐, 특별주문이라서 그렇다나? 한참 실랑이 끝에 6원에 합의를 하고 뒤
도 안돌아보고 나와버리다.
 
12/27 화 흐림 9시경 류쿠행 버스 탑승. 조수석 바로 뒤에 앉은 앞의 여자애 하나가 우릴 꽤 의식하는것 같다. 머릴 묶었다, 풀었다 헤드뱅잉도 하고, 가끔씩 뒤로 힐끗거리며 백에서 사과를 꺼내서 껍질을 벗기 더니 창밖으로 휙휙 날리고... 손 닦으라고 물티슈를 건네자 포장을 한번 보여달란다. 찍혀진 한글을 보다가 "너 어디서 왔냐? 일본인이냐, 한국인이냐?" 당돌한 질문에 한국인이라고 하 자 자기는 첨에 중국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또 말썽이 났다. 앞서가던 대형차가 또 퍼졌다. 타는속을 간신히 억누르고 차에서 내려 있으려니 이 여자애가 저 멀리를 가리킨다.

 

***푸꽁의 석월량산 어깨를 나란히 한 연봉도 아름답다***

오! 멀리 보이는 산 정상부에 뻥하니 뚫린 동공. 양수오의 월량산은 저리가라할 정도의 아름다운 산 이 연봉을 끼고 누워있다. 그 산 이름도 `월량산'이란다. 산이 잘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자는데, 우리 가 거기 간 사이에 출발하면 어쩌냐고 했더니, 그럴 이유가 없단다. 알고보니 그 차가 자기 아버지 차란다.그래서 그 편한조수석 뒤의 특석에 앉았구나. 꺼려하는 박을 남겨두고 전망대에 서니 월량산이 정면에서 보이고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는 누지앙 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근데 얘들은 왜 이러지? 지가 그 경치에 취한듯 "슈슈, 워 샹 칭칭(叔叔,我想經經)" 하며 날 그늘진 곳으로 끌고 간다. 세상에나... 내가 지 아버지 뻘인데, 이놈의 동네는 어찌된게 여자라고 생기면 어린것들이 당돌하게 키스를 먼저 요구하나... 그래 보시다. 이게 육보시가 아닌 `설(舌)보시다. 내가 네게 베풀어 줄것이 이것말고 또 있냐? 차 있는곳으로 오니 예의 도로 노동자 숙소가 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도로변에 비닐한 장 걸치고 나면 그게 그들의 잠자리다. 겨우 류쿠에 도착하니 거기서 루일리로 바로가는 차가 없단다. 할 수 없이 바오산을 거쳐 가기로 결 정하다. 한시간 반쯤 시간이 남아 교통반점으로 갔더니 전의 우리 종씨 아가씨가 업무교대를 하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 종씨 아가씨,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난다***

짐을 맡기고 그녀와 누지앙변도 산책하고, 그녀의 언니가 하는 가게에도 가니 차타고 가면서 먹으라 고 스트라이프와 해바라기씨를 한 봉지 건네준다. 뭘 팔아줄게 없을까 궁리하다 그냥 담배만 두갑 사고 나오려니 이방인인 나를 위한 배려가 고맙기 그 지없다. 바오산 도착한 시간이 6시.60원짜리 방을 얻고 식사를 하러 시장통에 갔는데, 민물게 매운탕을 시켜 서 밥을 먹었는데, 꼭 화개에서 먹던 그 매운탕보다 더 맛있는것같다. 2차는 옆의 가라오케로 옮겨 젊은 중국애들이 노래 하는걸 구경하면서 박수를 쳐주었더니, 여태 우리 가 마신 맥주값을 자기네가 다 계산을 해준다. 음~ 역시 칭찬은 아름다운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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