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일 맑음
아침 일찍 일어나 애들에게 맡긴 세탁물을 찾으니 완전 엉망이다.언놈 빨래와 섞어했는지, 내의는 남
색물이 들어있고, 양말은 지짝 맞는게 하나 없다.
사연인즉슨 빨래를 내것만 해서 널어놨는데, 마르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서 다른거들과함께 같이 세탁
물을 돌렸대나 어쟀대나...종업원녀석 전동 스쿠터를 빌려 희주로 가는데, 1km도 못가서 방전이 다
되어버려 꼼짝없이 다시 끌고 왔다. 빌릴때 부커능 부커능(不可能)한 녀석의 말이 이 뜻이었구나..
희주행 버스에 몸을 싣고 들판을 달리니 한결 상쾌하다.
차장이 4원을 달라길래 주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2원50전이다. 안 따질 내가 아니지.
뭐라 지들말로 지껄이는데, 들을 생각도 않고 노려보고 있으려니 한참후 나보고 빙긋 웃는다.
그걸로 상황 끝이다. 얘들은 욕을 1000원어치 얻어먹어도 1원 벌면 그걸로 만족하는 백성 아니던가!
희주도 예전의 희주가 아니다. 골목마다 장사치에 외국인만 보면 등쳐먹으려는 사람이 길거리에 깔렸
다. 시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옛날 악세서리가 있어서 값을 물으니, 100원이란다. 오마이갓!
2원 할래, 말래 물으니 30원 달란다. 할 수 없지, 웃으며 국산 퍽큐룰 날리고 돌아서다.
이 사람들 내 제스쳐가 무슨 뜻인지, 나중에 한국사람 만나면 물어보겠지...

논길을 4km정도 걷다가 군인들(해방군) 축구하는 구경도 하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숙소로 돌아오다.
뜻밖에 설매가 날 기다리고 있다. 자기는 내일 징홍가는 비행기표 예매했단다.
그냥 인사만 하고 가려는걸 야크에 가서 술도 나누고 나중에 중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
여럿 앞에서 내 볼에 입을 맞추는 그녀에게 가만히 포옹을 해 주고 좌중들을 위해 내가 한 턱 쏘았다
타이틀은 이름하야 `姜張再會約束記念會' 로 정했는데 중국애들은 이 뜻을 잘 모른다.
영어로 설명하자 다들 그제서야 고갤 끄덕인다.
내 기타를 빠뜨릴 수가 없어서 튜닝안된 채로 홍민 의 석별을 쥐어짜는 목소리로 불렀다.
나도 내일은 류쿠(六庫)로 떠난다.
또 다시 이곳 대리로 올 수 있을까?
뜻밖에도 박이 나를 따라가겠다고 한다. 과연 이 친구가 나의 여행에 도움이 될까, 보탬이 될까?
정처없이 떠돌기로 작정한 몸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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